[앵커]
복숭아 하나 먹어서, 콜라를 주문해서, 체중이 700g 늘어서 맞았다고 했습니다. 최숙현 선수가 당한 폭력은 손으로 써 내려간 일기장에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밝고 씩씩하던 선수가 차라리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요.
먼저 최하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제 진짜 시작이다, 할 수 있다' 1년의 휴식 끝에 다시 돌아온 선수 생활, 스물한 살 유망주는 당찬 다짐으로 새해를 맞았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오빠 : 지금까지 했던 운동이니까 마음 잡고 다시 한번 해야겠다 하면서…]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수영, 사이클, 달리기 훈련 기록으로 빼곡하던 수첩엔 점점 감정을 토로한 공간이 커져갑니다.
[고 최숙현 선수 녹취 : 어? 억울하냐? 야 이 XXX아. 하지 마, 죽여 버리기 전에 빨리.]
쏟아지는 거친 말들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고,
[고 최숙현 선수 녹취 : 이리로 와. 뒤로 돌아. 이빨 깨물어]
때리는 소리까지 담겨 드러났던 그날은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았다', '몇 달만 버티자'고 꾹꾹 눌러 썼습니다.
충격에 여러 날 눈물만 흘렸고, 갈비뼈에 금이 갈 정도로 맞았지만, 운동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전지훈련을 떠난 뉴질랜드에서의 70일, 헐뜯는 소문과 괴롭힘에 숨이 막혀 집으로 돌아갈 날만 그렸습니다.
새 출발을 다짐했던 철인 유망주는 그렇게 석 달 동안 서서히 무너졌고, 괴롭힘은 이후에도 계속됐습니다.
(VJ : 김경찬 / 영상그래픽 :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