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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이탈 릴레이'

입력 2012-07-10 09:15 수정 2012-07-10 10:02

"아파트 시대 저무나"…재개발·재건축에도 '깐깐한 잣대'


非그룹 건설사는 예년 수준 유지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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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시대 저무나"…재개발·재건축에도 '깐깐한 잣대'


非그룹 건설사는 예년 수준 유지키로

대형 건설업체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조합원이라는 안정적인 수요 덕분에 대량 미분양의 위험이 적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과거 부동산 불황기에도 건설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지만 요즘은 기피현상까지 나타나는 추세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대형 건설사들은 내부적으로 재개발·재건축 등의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를 지양하거나 수주 기준을 강화해 수익이 많이 나는 사업만 선별 수주하기로 했다.

'자이'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GS건설[006360]은 당분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가급적 참여하지 않고 유망 사업지역만 엄선해서 살펴보기로 내부 지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장 10곳에서 1조3천607억원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관심을 모았던 과천 주공6단지를 비롯해 모두 4건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따낸 바 있다.

하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고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진 탓에 오는 13일로 예정된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수도권 도시정비사업을 휩쓸다시피 했던 삼성물산[000830] 건설부문은 올해 들어 재개발·재건축 신규 수주가 단 한 건도 없다.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공식 중단한 것은 아니지만 입지가 좋고 수익성이 높은 최상급 사업이 아닌 이상 무리해서 입찰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급순위 1위 현대건설[000720]과 5위 대림산업[000210]도 예전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며 도시정비사업 참여 규모를 줄이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조합원들에게 일정 비율의 무상 지분을 미리 보장해주는 방식의 확정지분제를 요구하는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나빠 입지가 뛰어나고 사업성이 좋은 곳을 신중하게 가려 선별 수주하기로 했다. 과천 주공 재건축에 불참한 것이 그 예"라고 했고, 대림산업 측도 "지분 확정을 요구하는 사업은 아예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달라진 건설사들의 태도에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고덕 주공 아파트단지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고덕 주공2단지는 GS건설에 이어 대우건설마저 입찰 불참을 결정했다.

대우건설[047040]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로 무상지분율을 제공하면 사업성이 떨어져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공사비 대신 미분양 아파트를 가져가라는 '대물변제' 조건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평균 163%의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근 고덕 주공7단지 사업을 수주했던 롯데건설도 수익성 악화로 본계약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조기태 고덕주공7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사업승인 이후 바로 본계약을 체결하고 관리처분승인을 받아 이주하는 수순인데 작년 10월 초 사업승인을 받은 뒤 본계약이 미뤄져 사업에 답보 상태에 처했다"며 "관리처분총회 이후에도 계약하지 않으면 해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사업성 개선을 위해 조합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내실을 강화하기 위해 수주 여부를 판단하는 투자심의회의를 대폭 강화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도시정비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은 수년간 수도권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된 데다 뉴타운 출구전략, 재건축 아파트 소형비중 강화,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건설 억제 등 서울시의 주택정책 변화 기조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벌 그룹에 속하지 않은 건설사들은 상당수가 여전히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계열사 공사 물량을 안정적으로 따낼 수 있는 그룹 건설사와 달리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고덕 주공2단지를 포기하기는 했지만 올해 들어 여의도 서울아파트 재건축 등 모두 7건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총 1조3천419억원에 수주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주택사업에 비전이 없지만 당분간 예년 수준의 수주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도 올해 들어 경기도 의왕 내손 나 구역 등 4곳의 도시정비사업을 총액 6천201억원에 수주하는 등 비교적 활발한 모습이다.

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성을 엄격히 따져보고 있지만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굳이 포기하거나 조정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일반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강북 재개발 사업장과는 달리 '분양불패' 행진을 벌이는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는 건설사들이 관심을 거두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도시정비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GS건설과 삼성물산 등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들이 하반기로 예정된 반포 주공1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서초구 우성3차아파트 등 강남구와 서초구의 주요 재건축 단지를 주시하며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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