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 경남 진주의 한 동물원에서 불곰이 갇혀 있던 우리를 벗어나 사자를 덮쳐 사자가 죽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물원에선 관리부실로 반달곰이 죽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밀착카메라에서는 맹수관리가 허점투성이인 문제의 동물원을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여기가 곰이 사자 우리로 넘어가는 사고가 발생한 동물원입니다.
바로 이 곰인데요, 200kg 정도 된다고 합니다.
당시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 하나하나 더듬어보겠습니다.
12년 된 수컷 불곰, 은비. 지난달 29일 격리문을 걷어차고 19년 된 암컷 사자, 순이 방으로 넘어갔습니다.
사자 방에 있던 닭고기를 먹기 위해서입니다.
격리문을 지탱해주고 있는 자물쇠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쇠가 용접이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졌습니다.
바로 이 방에 사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곰이 격리문을 열고 이 안으로 들어와 사자와 만났습니다.
1986년 문을 연 진양호 동물원은 시설이 노후화됐지만 예산부족 등으로 보수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엔 호랑이가 탈출했다 1시간 만에 사살되기도 했습니다.
[구영수/부산 : 한 번 오고는 다음부터 안 올 것 같아요. 수리를 많이 하셔야 될 것 같아요.]
[박명희/부산 사하구 : 너무 많이 노후됐고 좀 수리도 해야 되겠고 아무래도 좀 많이 불안해요.]
또 다른 문제들이 있습니다.
맹수는 합사를 시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은 공간에 낡은 쇠창살만 둘러쳐 놓았습니다.
또 활동 공간을 비교해 보면요. 사자가 활동했던 공간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공간에 곰이 갇혀 있습니다.
곰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법 한데요, 동물원에서는 여유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단 입장입니다.
[진양호 동물원 관계자 : 우리가 또 시설이 부족하다 하면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위에서) 꾸지람만 듣지.]
동물원 안내도입니다.
15번을 보면 곰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20번에도 곰이 있습니다. 사자와 같이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전국 어느 동물원에도 없다고 합니다.
동물원도 민망했는지 20번에 보면 사자만 써 있고, 곰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불곰 은비와 사자 순이는 격리문을 열어놓아도 될 정도로 온순한 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동물이 열악한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을 띌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전채은/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 : 초롱초롱하지 않고 불투명한 눈 색깔을 가지고 있고 제가 본 곰사 중에 가장 좁고 열악하고 밑에는 시멘트로 되어 있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물도 없는 상태여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양호 동물원에는 51종, 253마리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동물들이 아플 때 치료를 받는 진료실인데요, 안이 어떤지 한 번 보실까요?
보시는 것처럼 상당히 좁은 곳에서 동물들이 치료를 받는 것 같습니다.
여기를 보니까 사자와 곰이 붙었을 때의 마취총인 것 같은데, 이렇게 방치돼 있고요. 위생 상태도 상당히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음습하고 어두운 데서 동물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겁니다.
여기를 한 번 보실까요. 폐기물인데, 제대로 처리를 안 해 놓고 있습니다.
조리실 위생상태도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또 동물 우리도 청소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동물원의 관리소홀로 얼마 전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동물이 싸우다 죽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 자료를 보실까요. 진료대장인데요, 반달곰이 상처를 계속 치료하다 지난 달 죽었습니다.
바로 이 뒤에 살던 어미 반달곰인데, 새끼한테 공격을 당했습니다. 이런 일은 흔치 않다고 합니다.
저 새끼곰을 보면 반복되는 행동, 이른바 정형 행동을 보이고 있는데요. 몸과 정신이 온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낙동강유역청 관계자/환경부 : 반달가슴곰이 두 마리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다량출혈에 의한 쇼크사로… 환경부에서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 종이에요.]
새끼곰이 어미곰을 죽일 때까지 동물원은 무얼한 걸까.
[동물원 관계자 : 싸웠으니까 전신에 출혈이 생기지요. 격리도 시켰어요. 또 합사를 시켰어요. 안 시키려다가 혹시나 해서 한 번 더 시켰는데 그때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겼어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맹수관리에 큰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신남식 교수/서울대 수의학과 : 같이 있는 상황에서 죽일 정도로 공격했다는 것을 상당히 생각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합사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가는 거죠.]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원들은 세부기준 목록이 없어 동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자를 공격한 곰이 사람을 위협할 수도 있는 만큼 관계당국의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