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신속' 소환, 왜?

입력 2013-04-29 15:20

핵심인물 수사력 집중…공안 특성상 '진술' 확보도 중시
공소시효 임박, 충분한 법리검토 기간도 고려한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핵심인물 수사력 집중…공안 특성상 '진술' 확보도 중시
공소시효 임박, 충분한 법리검토 기간도 고려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신속' 소환, 왜?



29일 검찰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몸통'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전격 소환했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지 11일 만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후반부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원 전 원장을 수사가 아직 설익은 시점에서 소환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원 전 원장을 이렇게 빨리 소환할 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라고 검찰 관계자가 자신있게 말할 정도다.

검찰 수사가 일반적인 사건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수사팀이 이 같은 판단을 한 배경을 놓고 검찰 주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껏 검찰 조사를 받은 인물은 모두 3명이다. 지난 25일 국정원 전 심리정보국장 민모씨에 대한 소환을 시작으로 27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29일 원세훈 전 원장 등 불과 나흘 만에 국정원 지휘부가 모두 검찰에 소환됐다.

이는 곧 검찰 수뇌부가 밑에서부터 전방위적로 샅샅이 훑어가며 기반을 탄탄히 다진 뒤 정점을 향해 가는 수사기법이 아닌, 애초부터 수사의 핵심 포인트를 '몸통'에 두고 초반에 강도높게 몰아붙이는 수사 계획을 짜놓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댓글 사건'의 장본인인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 등에 대한 소환을 놓고 수사팀에서 "지금 당장 조사할 필요가 없잖느냐. 경찰에서 갖고 온 자료로 물어보면 대답은 뻔하지 않는가"라고 오히려 반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나 돌발상황때문이 아니라 원래 정해진 스케줄대로 원 전 원장을 소환할 시점이어서 부른 것뿐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전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수사기록과 관련 증거자료, 정치권의 폭로에 의해 상당 부분 드러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정황을 토태로 이를 총괄 지휘한 '윗선'을 규명하는데 총력을 쏟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원 전 원장이 검찰조사에서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외곽에서 수사의 실마리를 풀어갈 '키맨'을 찾기보다는, 초반부터 원 전 원장에게 수사력을 집중하는 '정공법'으로 혐의 입증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전격 소환은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를 통한 물증 확보도 중요하지만 공안 수사의 가장 큰 애로(隘路)인 진술 확보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자 기밀엄수를 생명으로 하는 국정원의 특성상 조직 내부나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는 실체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경찰 수사단계에서는 베일에 싸인 국정원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으나 수차례 난관에 부딪힌 바 있다.

검찰은 또 원 전 원장을 포함한 국정원 지휘부를 가능한한 빨리 소환함으로써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을 이해하고 수사 계획을 수립하거나 다듬는데 고려할 수도 있다. 경찰 수사단계에서는 어느정도 기초조사가 이뤄진 만큼 검찰에서는 주요 핵심 인물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실리적 판단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원 전 국정원장을 조사해야 수사방향이나 여러가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원 전 원장의 뚜렷한 혐의를 포착했거나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돼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될 가능성은 적다고 수사팀은 부연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 전 원장의 소환을 놓고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을 경계한 것이다.

원 전 원장을 주장을 반박할 객관적인 물증이나 관련자 진술을 내놓지 않으면 검찰 수사는 의외로 '벽'에 부딪혀 중대한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

검찰이 소환조사와 병행해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올린 '오늘의 유머', '보배드림', '뽐뿌' 외에 추가로 다른 사이트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수사에 필요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를 감안해 원 전 원장을 예상보다 일찍 소환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가 6월19일 만료되는데다 경찰에서 미흡했던 보강수사나 밝혀야 할 의혹이 많아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른 사건과는 달리 국민적 관심이 높고 해석이 엇갈릴 소지가 있는 공안 사건인 만큼 충분한 법리검토 기간을 염두했을 수도 있다.

다만 검찰은 선거법 적용을 전제로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굳이 공소시효를 염두해 수사를 무리하게 끌고 가거나 인위적으로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은 낮다.

(뉴시스)

관련기사

'대선·정치개입 의혹' 원세훈 전 국정원장 검찰 조사 '국정원 사건' 검찰 수사 포인트는? 검찰, 김용판 전 청장 '국정원 사건' 축소·은폐 의혹 수사 국정원 여직원 사건 검찰 송치 "정치 개입은 맞지만.." 국정원 대대적 인사 태풍…1급 80% 교체 '원세훈 지우기'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