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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신 피해자 "부작용 인과성 요구...팬데믹마다 반복될 것"

입력 2023-10-08 09:10 수정 2023-10-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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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김지용 씨 〈사진=박지윤 기자〉

코로나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김지용 씨 〈사진=박지윤 기자〉


경기도 한 재활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근무하던 김지용 씨(29)는 지난 2021년 3월 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습니다. 김 씨는 "당시 의료진은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였고, 병원의 권유로 접종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접종 10시간 뒤 사지가 마비되는 증상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달 전 건강검진을 받았던 김 씨는 과체중으로 인한 간장 질환 외에는 건강했기 때문에, 사지 마비 증상은 백신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진단서〈출처 :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진단서〈출처 :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진단서 〈출처 :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진단서 〈출처 : 서울아산병원〉

 

"백신 접종 10시간 뒤 사지마비...정부 보상 거부"


김 씨는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고,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에서 급성 횡단척수염과 보행장애, 서울아산병원에서 길랑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습니다. 급성 횡단척수염은 양다리에 감각 이상이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고, 길랑바레증후군은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올해 초 김지용 씨가 갑자기 손과 발이 굳고 떨리면서 숨을 못 쉬어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모습. 김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발작이 일어나 구급차에 실려간다고 한다.〈사진=김두원 씨 제공〉

올해 초 김지용 씨가 갑자기 손과 발이 굳고 떨리면서 숨을 못 쉬어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모습. 김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발작이 일어나 구급차에 실려간다고 한다.〈사진=김두원 씨 제공〉


김 씨는 "손끝과 발끝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떨림이나 경직이 발생하고 누가 만져도 느끼지 못 한다"며 "조금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현재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에 보상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관련성 의심 질환으로 인정하지만 인과성은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통계적으로 가능성은 있지만, 백신 부작용이 신체 메카니즘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FDA도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방식으로 개발된 얀센 백신 접종 1250만회 가운데 100건의 길랭 바레 증후군이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발간한 2019년 9월 '코로나19 백신 안전 업데이트' 보고서. 해당 자료에서 횡단척수염 · 길랑바레증후권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연관성은 합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출처 : 유럽의약품청 코로나19 백신 안전 업데이트〉

유럽의약품청(EMA)이 발간한 2019년 9월 '코로나19 백신 안전 업데이트' 보고서. 해당 자료에서 횡단척수염 · 길랑바레증후권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연관성은 합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출처 : 유럽의약품청 코로나19 백신 안전 업데이트〉

 
유럽의약품청(EMA) 보고서에 유럽 약물감시 위해평가 위원회(PRAC)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길랑바레증후군의 연관성이 합리적 가능성이라고 언급한 부분 〈출처 : 유럽의약품청 코로나19 백신 안전 업데이트〉

유럽의약품청(EMA) 보고서에 유럽 약물감시 위해평가 위원회(PRAC)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길랑바레증후군의 연관성이 합리적 가능성이라고 언급한 부분 〈출처 : 유럽의약품청 코로나19 백신 안전 업데이트〉


질병관리청은 "피해보상 전문 위원회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영국의약품규제청(MHRA)의 기준과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연구센터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과성과 관련성 의심 질환을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심근염과 심낭염, 혈소판감소 혈전증, 아나필락시스 등 4종류에 대해만 주요 이상반응 인과성을 인정했습니다. 길랑바레증후군과 뇌성척수염 등 15종류는 관련성 의심 질환입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횡단척수염 · 길랑바레증후권과의 연관성에 대해 '합리적 가능성'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부는 관련성 의심 질환에 대해 위로금 성격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보상에 대해선 보상액에 한도는 없습니다.

김 씨는 "정부 정책에 부응해 접종했는데 건강한 20대 청년이 접종 10시간 뒤 몸이 망가졌다"며 "부작용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정부는 피해자의 일상 생활 회복을 돕기 위한 성의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인과성 입증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는 의미가 포함된 보상을 하는 게 맞다"며 "다음 팬데믹 때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측은 "정부가 지원액을 확대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걸 평가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6일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사인 불명 사망 위로금 지원금 한도를 10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확대했습니다.
 

법원 "코로나 백신과 이상 반응 인과성 인정"...정부 "보상 대상자 너무 많아져" 반발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은 정부의 코로나 백신 이상 반응 피해 보상 거부 처분을 취소한 첫 판결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6일 후 뇌출혈로 사망한 30대 남성 사례인데, 정부는 "백신 접종과 뇌출혈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백신 접종 뒤 생긴 이상증상이 다른 원인에 의해서 생겼다고 증명할 수 없다면,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는 백신이 이상 반응의 원인이라는 메카니즘이 밝혀지지 않으면 보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법원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생겼다면 원인이 백신이 아니라고 정부가 입증해야 보상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김 씨의 아버지이면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을 이끄는 김두경 회장은 "정부가 백신 피해 보상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판결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불복해 "560여건의 유사 피해보상 신청 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항소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법원 논리대로 보상하면 대상자가 너무 많아진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보상 기준을 넓히면 행정적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결국 정부는 백신 피해자들의 공분과 국회 상임위의 질타 속에 항소를 취하했습니다.

현재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지원센터에 접수된 보상 신청은 9만6800여건입니다. 이 가운데 중증과 경증이 각각 몇 건인지에 대해서는 정부는 구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코백회에 접수된 365명의 피해자 가운데 229명이 사망자이고 혈액암과 뇌경색 등 중증 피해자가 133명, 경증은 3명입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장 〈사진=김두경 씨 제공〉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장 〈사진=김두경 씨 제공〉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전 위원 "보상 심의 지나치게 기계적"


김 회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백신에 비해서 임상기간이 짧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독려한 정책의 불가피성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라고 하더라도 죽거나 장애가 생긴 중증 피해자는 국민도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올해 초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이었던 신현호 변호사(의료 전문)는 "위원회가 보상 여부 등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문제점을 내부에서 제기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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