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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인보사 성분 조작' 일부 인정했지만…"코오롱 무죄"

입력 2021-02-19 19:54 수정 2021-02-19 22:29

1천명 부작용 내몬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무죄…"식약처 검증 책임 커"
"전 식약처 공무원에게 뇌물 공여한 혐의는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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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명 부작용 내몬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무죄…"식약처 검증 책임 커"
"전 식약처 공무원에게 뇌물 공여한 혐의는 유죄"


[앵커]

4년 전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라며 '인보사'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획기적인 '골관절염 치료제'로 주목받았지만 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부작용을 호소했습니다. 그 뒤 판매를 허가 받을 때 코오롱 측이 성분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오늘(19일)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성분 조작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죄는 없다고 봤습니다.

먼저 판결 내용을 오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에서 만든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는 지난 2017년 식약처의 품목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연골 유래 세포'인 줄 알았던 2액 성분이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 유래 세포'인 걸로 드러났습니다.

식약처는 2019년 허가를 취소했고, 코오롱을 형사고발했습니다.

"코오롱이 성분 오류를 알면서도 은폐했고,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본 겁니다.

재판에 넘겨진 임원들을 심리한 재판부는 일부 자료가 누락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당시 코오롱 측이 악성 종양이 나온 쥐 실험 결과를 식약처에 내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코오롱 임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태의 책임은 식약처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연골 유래 세포가 맞는지, 또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성질이 없는지 당시 코오롱에 입증을 요구할 수 있었는데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단 겁니다.

그러면서 "허위 자료를 가볍게 믿고 허가를 내줬다면 행정관청의 불충분한 심사에서 비롯된 것이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습니다.

다만 임원 조모 씨가 전 식약처 공무원 김모 씨에게 175만 원 상당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행정법원에선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조금 다른 결론을 냈습니다.

코오롱 측이 식약처의 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식약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코오롱 측이 인보사의 안전성을 의심할 만한 자료를 식약처에 충분히 공유하지 않아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상실한 만큼, 식약처의 허가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밝혔습니다.

■ 피해자들 "판결 황당…그 약 택한 우리가 잘못했나"

[앵커]

판결을 정리해보면 '조작은 했지만, 처벌은 못한다'입니다. 많은 피해자가 나왔지만 법적인 책임은 묻지 못한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은 황당한 판결이라며 그렇다면 약을 택한 자신들이 잘못한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이어서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이번 소송엔 900여 명의 피해자가 참여했습니다.

인보사 주사를 맞으면 관절염이 나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등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코오롱 측이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판례'입니다.

행정관청이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검증하지 않았다면, 허위 서류로 허가를 받은 쪽은 처벌 대상이 안 된다는 10여 년 전 대법원 판결입니다.

피해자들은 재판부가 말하는 '법리'와 자신들의 '처지'에서 큰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취재진은 판결 직후, 한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2018년 인보사 주사를 왼쪽 무릎에 맞았던 김석환 씨입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다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김석환/피해자 : 대기업에서 좋은 약이 개발돼서 환자들한테 완치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주사를 안 맞을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런데 오히려 무릎이 심하게 부어올라 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2019년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지만 2년 만에 받아본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김석환/피해자 : (법원 판결이)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맞은 사람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조작은 맞지만 처벌은 안 된다는 결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김석환/피해자 : 그게 무죄라고 하면 그 약은 어디서 제조가 됐고… 일반인한테 주사를 할 수 있느냐. 그게 이상한 거죠.]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보사 성분 조작 혐의로 지난해 2월과 7월 기소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재판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지연·배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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