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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스마트 가로등 사업' 이해충돌 논란

입력 2019-10-2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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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가로등 사업', 가족회사가 사실상 독점

최근에 전국의 고속도로에선 가로등과 터널 등을 LED등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입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이후에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냈던 이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임명한 공기업 사장이었습니다. 이 시장은 취임 직후에 신규 가로등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낡고 오래된 가로등도 모두 바꾸겠다면서 이른바 '스마트 가로등 사업'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도로공사의 스마트 가로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이 사장의 동생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사실상 독점해서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도로공사가 관련 사업을 확대할수록 납품 물량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죠. 이 사장은 몰랐다는 입장인데 이해 충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먼저 이지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2017년 11월 취임사로 첨단 스마트 고속도로를 강조했습니다.

낡고 오래된 가로등과 터널 등을 전면 교체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지난해 4월에는 해당 사업에 5년 동안 3천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도로공사가 내세우는 가로등은 조명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 고장이 나면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LED 가로등입니다.

해당 기능을 위해 필요한 핵심 부품은 전력선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PLC칩.

현재 도로공사에 납품된 스마트 가로등의 PLC칩 중 80% 가량은 인스코비라는 회사 제품입니다.

현재 인스코비의 최대 주주는 밀레니엄홀딩스.

그런데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이강래 사장의 둘째 동생 이모 씨로 30.8%의 지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씨는 동시에 인스코비 고문으로 돼 있습니다. 

이강래 사장의 셋째 동생도 인스코비 사내이사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 사장 형제들이 경영하는 회사가 도로공사 LED 가로등의 핵심 부품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겁니다. 

[이모 씨/이강래 사장 둘째 동생 : (인스코비) 경영권 장악을 하려고 필요 없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그랬죠.]

현재까지 도로공사에 납품되는 인스코비의 칩 규모는 매년 5만여 개.

하지만 도로공사가 관련 사업을 확장하면서 앞으로 수십만 개의 인스코비 칩이 추가로 납품될 수 있습니다.

애초 이 사장은 취재진에게 인스코비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강래/한국도로공사 사장 : 전혀 몰라요. 나는 문제 될 만한 그런 재산이 전혀 없습니다.]

올해 이 사장이 신고한 재산공개 목록입니다.

배우자가 비상장 회사인 인스코바이오팜 4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인스코바이오팜은 인스바이오팜을 잘못 쓴 겁니다.

인스바이오팜는 인스코비의 자회사로 이 사장 둘째 동생 이씨가 사내이사로 있습니다.

이 사장 측은 추가 서면 답변을 통해 "인스코비가 LED 조명등의 부품업체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이해충돌 소지 등에 대해 관련 기관에 해석을 받은 바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인스코비, 도로공사 가로등 칩 사실상 독점…"부르는 게 값"

보신 것처럼 이강래 사장 동생들이 경영하는 회사는 도로공사의 가로등 사업 전면에는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납품 업체들은 이 회사의 부품을 쓰지 않으면 도로공사 사업을 사실상 따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파는 부품이 부르는 게 값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송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도로공사의 조명제어시스템 지침서입니다.

도로공사에 납품할 수 있는 스마트 LED 조명의 규격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 맞는 칩을 생산하는 업체는 국내 3곳뿐. 

그 중 하나가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동생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인스코비입니다. 

현재 인스코비는 도로공사에 조명제어기를 납품하는 A사에 핵심 칩을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A사는 도로공사 관련 물량의 80% 가량을 차지합니다. 

A사 관계자는 인스코비 칩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A사 관계자/조명제어기 제조업체 :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여기밖에 없으니까. 칩을 만드는 회사가 3개인데 (나머지 둘은) 칩을 주지 말라는 거예요.]

도로공사 규격에 맞는 칩 생산업체 3곳 중 다른 2곳은 아예 납품을 거부하고 있단 겁니다.

한국전력에도 관련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이 3개 업체는 지난 1월 한전 내부 감사에서 가격을 담합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A사 측은 인스코비가 독점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A사 관계자/조명제어기 제조업체 : 제조원가는 2달러이고요. 2만원까지 올렸다가 지금은 1만2000원까지 떨어뜨려줬어요.]

이강래 사장이 도로공사에서 물러나면 인스코비가 직접 조명제어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도 우려합니다.

[A사 관계자/조명제어기 제조업체 : (이강래 사장) 동생이 들어올까 봐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 사장 측은 인스코비가 직접 도로공사에 납품하고 있지 않고 A사를 통해 납품하고 있는 매출 규모도 미미하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정용 / 영상디자인 : 배장근)
 
이강래 사장, 정말 몰랐나…'간접납품' 이지만 이해충돌 논란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가로등 사업, 무엇이 문제인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취재한 윤샘이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도로공사가 추진하는 스마트 가로등의 핵심 부품이 이제 알고 보니까,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동생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제품이다, 이런 얘기 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고속도로에선 낡은 가로등이나 터널등을 LED로 교체하는 사업이 한참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도로공사에선 가로등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등이 LED일 뿐만 아니라 그 조명의 세기나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칩을 장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칩을 생산하는 업체가 바로 이강래 사장 동생들이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인스코비가 가로등 모뎀 제조 업체에 칩을 납품하면 이 업체가 모뎀에 칩을 끼워서 도공에 납품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입찰이나 낙찰 과정에서 인스코비의 이름이 드러나진 않습니다. 

[앵커]

이강래 사장은 그렇다면 동생 회사가 이 LED 조명 부품업체인지 전혀 몰랐다 이런 입장을 내보였다는 얘기죠, 처음에는.

[기자]
 
그렇습니다. 이강래 사장이 저희 취재진에게 보내온 답변서를 보시면 인스코비라는 회사가 LED 조명 부품업체인지 취재를 통해서 처음으로 인지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올해 공개한 재산내역을 보면 부인이 인스코비 자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또 이 사장의 동생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도로공사와의 납품 관계를 이미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발언을 직접 들어보시죠.

[이모 씨/이강래 사장 둘째 동생 : (동생이 최대주주로 있는 인스코비라는 회사가 도로공사에 칩을 납품하는게…) 그거 제가 알기로 굉장히 양도 많지 않고 적고요.] 

결국에는 부품을 우회 납품하는 동생은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정작 형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 문제가 된 인스코비, 여기서 도로공사에 납품하고 있는 물량은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기자]

현재 인스코비는 도로공사에 납품하는 양이 매년 5만 개로 적고 단가도 1만 원대로 싸기 때문에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강래 사장이 발표한 대로 전국의 도로의 가로등을 계속 바꾸게 되면 수십만 개의 수요가 추가로 생기게 되고 이를 통해서 인스코비가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강래 사장의 동생들이 경영하는 인스코비라는 회사는 원래 어떤 회사입니까?

[기자]

원래는 손목시계와 알뜰폰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가로등이나 한전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전력검침기에 들어가는 스마트칩을 생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이 회사는 정경심 교수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되기 전에 직접 주식을 샀던 회사이기도 합니다.

[앵커]

그런가요?

[기자]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되자 정 교수는 해당 주식을 팔고 또 사모펀드를 통해 또 다른 가로등 관련 업체에 간접 투자를 했는데요.

[앵커]

그건 이미 얘기가 나왔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또 인스코비가 그런데 가로등뿐만 아니라 바이오사업 등 굉장히 여러 사업 분야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 교수가 당시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건 좀 더 알아봐야 될 문제이긴 한 것 같습니다. LED등으로 교체하는 그런 사업은 정부가 사실 계속 추진해 왔던 거 아닌가요? 그런데 도로공사에서도 이게 전혀 안 했던 건가요? 아니면 이렇게 새롭게 집어넣은 건가요?

[기자]

사실 LED등 교체사업은 정부의 에너지 효율화 정책 중 하나인데요.

시범사업이 일부 진행이 되고 있었고 2018년부터 전면 확대가 된 겁니다.

정부가 사업비의 40%를 지원해 주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요.

그런데 도로공사의 경우에는 말씀드린 인스코비 등 3개 업체가 생산하는 칩을 규격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도로공사에 모뎀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이런 기준이 매우 폐쇄적이라고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앞서 송승환 기자의 리포트에서도 보신 것처럼 이 3개 업체 가운데 인스코비를 제외한 다른 곳은 아예 납품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상 인스코비 한 곳에서만 칩을 살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도 나왔습니다.

[앵커]

구조적으로 그렇게 돼 있다 그런 얘기군요.

[기자]

업계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A사 관계자/조명제어기 제조업체 : 이게 굉장히 폐쇄적이고, KS라고 해서 만들어 놨는데 굉장히 폐쇄적인 구조입니다.]

[앵커]

간접 납품이라고는 하지만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하고 당연히 그게 부딪힐 수밖에 없는 문제 아닌가요?

[기자]

저희 취재 결과 일부 전문가들도 상법을 일부 위배한 소지가 있다 이런 판단을 내놨습니다.

이강래 사장의 형제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도로공사와 어떤 식으로든 거래 관계를 맺었다면 이것을 포함해서 이강래 사장과의 관계까지 이 사회에 투명하게 알려야 되겠다는 겁니다.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이상훈/참여연대 변호사 : 이사회의 충실의무를 봤을 때 형제자매 부분도 일정 부분은 이해 상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정보를 미리 해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윤샘이나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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