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공연 무대에서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연극 '이갈리아의 딸들']
"남자는 늘 자기 자신을 꾸밀 줄 알아야 해. 멋지고 강한 여자가 널 선택해 줄 거야."
40년도 더 된 소설을 연극 무대로 옮겼을 뿐인데, 생경한 장면이 펼쳐집니다.
'늠름한' 여자와 '조신한' 남자들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변할 수 없는 진리가 아닌, 사회가 만든 규칙일 뿐이라고 꼬집습니다.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
근육질의 백조 무리가 힘찬 몸짓을 펼칩니다.
공주님 신분을 가진 원작을 따라 백조 역할은 줄곧 발레리나 차지였는데, 9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이 무용극은 남자 백조를 택했습니다.
가녀린 백조만이 우아한 날갯짓을 할 수 있다는 무대 속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흔들어 놓습니다.
[연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아예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한 배역에 남녀 모두를 뽑는 이른바 '젠더 프리 캐스팅'도 활발합니다.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남자 화가가 주인공인 원작과 달리, 이 공연에서는 여자와 남자 배우가 번갈아 역할을 맡습니다.
여자 혹은 남자라는 굴레를 걷어낸 이런 시도를 통해 관객들은 감상의 폭을 넓히고, 고정된 성역할 탓에 제약이 많았던 배우들도 날개를 펼치게 됐습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