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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마셨는데 설마…" 제2 윤창호법 첫날 153건 적발

입력 2019-06-25 15:23

단속강화 홍보·예고된 단속에도 '난 모르쇠 음주운전'
숙취운전 단속 낭패…대리운전과 택시 이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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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강화 홍보·예고된 단속에도 '난 모르쇠 음주운전'
숙취운전 단속 낭패…대리운전과 택시 이용 사례↑

"가볍게 마셨는데 설마…" 제2 윤창호법 첫날 153건 적발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첫날인 25일 법 개정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음주 운전자는 여전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0∼8시 전국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여 153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 대대적인 홍보와 단속 예고에도 음주운전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은 57건,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총 93건이었다.

이밖에 측정거부는 3건이었다.

면허가 정지된 57건 가운데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전 훈방 조처되던 혈중알코올농도 0.03∼0.05% 미만은 13건이었다.

면허가 취소된 93건 가운데 32건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0% 미만으로 기존에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으나, 개정법 시행으로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서울경찰청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임윤균 경위는 "오늘부터 윤창호법이 시행된다고 홍보를 했기 때문에 단속에 아무도 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결국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 법 취지 이해 못 한 운전자들…"조금 마셨는데 설마 단속에 걸리겠어"

윤창호법 본래 취지는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말자는 것인데 단속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공원 인근 도로에서 경광봉을 든 경찰관이 흰색 벤츠 승용차 차량을 멈춰 세웠다.

음주측정기 측정 결과 차주 혈중알코올농도는 0.096%. 전날인 약 20분 전만 해도 면허정지 수치였지만,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날부터는 면허취소 수준이다.

차주인 직장인 A(37)씨는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와 회식에서 어쩔 수 없이 맥주 3잔을 마셨다"며 "대리운전을 불렀는데 오지 않길래 '5분 (거리)이면 괜찮겠지' 하고 운전을 했다"고 시인했다.

'음주운전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A씨는 "시속 30㎞로 운전해도 사람이 죽겠냐"며 "외제차는 안전하게 설계돼 있고, 시속 30㎞ 이상으로 밟지 않았다"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강남구 영동대교 남단에서 경찰이 멈춰 세운 흰색 아우디 차주 B(38)씨가 음주감지기를 불자 기기에서 황색 불이 깜빡였다.

B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75%. 면허취소(0.08%) 직전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B씨는 "회식에서 소주 두세잔 마시고 집에 가는 길"이라며 "오늘부터 단속이 강화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 단속 모면하기 위한 위험천만 뺑소니도 여전

경찰 음주단속 현장에서는 추격전도 잇따랐다.

C(20)씨는 이날 자정 50분께 혈중알코올농도 0.081% 상태로 125cc 오토바이를 몰고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앞을 지나다 경찰 음주단속 장면을 목격했다.

C씨는 곧바로 중앙선을 침범해 광무교 방향으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오전 2시 30분께 부산 해운대구 수영1호교 부근에 승용차 한 대가 단속 현장에 진입하자 갑자기 속도를 높여 경찰 제지에도 경광봉을 밟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곧바로 승용차를 번호를 조회해 추적했고 한밤 도심 추격전이 시작됐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30대 초반 D씨는 30분 만에 결국 수영구 민락동 한 골목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D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170%로 만취 상태였다.

◇ "몇 시간 자고 일어났는데 설마" 숙취 운전 낭패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된 운전자도 있었다.

이날 오전 7시 55분께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에서 50대 장애인 콜택시 운전기사는 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68%로 단속됐다.

이 남성은 단속 과정에서 "전날 소주 2병을 마시긴 했지만, 숙취 운전으로 단속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53)씨는 오전 5시 20분 125cc 오토바이를 타고 부산 중구 한 맨션 앞을 지나다가 출근길 숙취 운전 단속 중인 경찰에 적발됐다.

전날 오후 8시부터 집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2시간 뒤인 오후 10시에 잠들었다고 진술한 E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96%로 나왔다.

◇ 대리운전·택시 이용↑…"출근길 대리운전 콜 2배 이상 늘어"

제2 윤창호법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출근길에도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등 조심하는 분위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울산·부산지역 대리운전업체인 한 콜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대리운전 요청이 모두 30건 들어왔다.

콜센터 직원은 "출근길 콜이 평소보다 배 정도 늘었다"며 "윤창호법 영향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신 한 시민은 이날 남편이 대신 차를 몰고 직장까지 데려다준 후 남편은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그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남편에게 부탁했다"며 "아침에 대리운전을 부를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기업체도 숙취 운전 금지 교육을 하는 등 출근길 음주단속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병국 부산경찰청 해운대경찰서 교통안전계 2팀장은 "몇잔을 마시고 운전해도 음주단속 시 훈방됐던 경험에 따라 적정 수준 술을 마시고 거침없이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이제는 소주 한잔을 마셔도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 씨가 부산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22세의 꽃다운 나이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강화됐다.

같은 해 12월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살인죄 수준으로 처벌하는 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일명 '제1 윤창호법'이다.

25일 자정부터 시행된 제2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지금까지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면 면허정지, 0.1% 이상이면 취소처분이 각각 내려졌다.

개정법은 면허정지 기준을 0.03%, 취소는 0.08%로 각각 강화했다.

(김기훈 이재현 김근주 김철선 나보배 류영석 손형주 김재홍)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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