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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 보완책'에도 검찰 반발 여전…"해결책 못 된다"

입력 2019-05-14 16:43

"실효적 자치경찰제 등 주문해야"…기본 논의 틀 수정 요구
보완책 전달 방식·시점도 불만…문 총장, 의견 수렴해 입장 밝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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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적 자치경찰제 등 주문해야"…기본 논의 틀 수정 요구
보완책 전달 방식·시점도 불만…문 총장, 의견 수렴해 입장 밝힐 듯

14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보완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관련 논란이 해소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박 장관은 수사권 조정으로 강력해질 경찰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검찰 의견을 대폭 수용했다며 보완책을 내놨지만, 검찰 입장은 사뭇 다르다. '실효적인 자치경찰제 실시'와 '정보경찰과 행정경찰 업무의 분리' 등 기존 틀을 대폭 수정하는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박 장관이 보완책을 급작스럽게 내놓은 것을 두고서도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반발기류를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와 향후 의견조율 과정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앞서 박 장관은 13일 일선 검사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사들이 우려하는 부분들이 수사권 조정 법안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보완책을 제시했다.

4가지 보완책은 ▲ 경찰이 송치한 사건도 새로운 혐의를 발견하면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 수사 권한을 강화하고 ▲ 경찰이 1차로 수사를 종결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송치받을 수 있도록 하고 ▲ 피의자 신문 조서의 증거능력 제한과 관련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문 총장을 비롯한 일선 검사들이 누누이 지적했던 '검찰의 수사지휘 폐지'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등에 대한 보완책을 강구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문 총장이 "(검찰 의견이) 받아들여진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검찰의 반발기류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는 박 장관의 보완책은 지엽적인 문제점만 다룬 방안에 불과하고,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틀을 완전히 뒤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권 조정이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조정해 국민 기본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인 만큼 실효적 자치경찰제 실시, 정보경찰과 행정경찰 분리 등 경찰권한을 통제할 장치 보완을 우선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장급 한 고위간부는 "박 장관이 내놓은 보완책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법무부와 행안부가 이미 합의했던 수준으로 자치경찰제를 실시하고, 경찰의 정보업무와 행정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행안부에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무부와 행안부가 당초 경찰서 단위까지 자치경찰로 변경하는 자치경찰제 실시안을 합의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민생치안 사건에 한정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검토 범위가 축소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이 자치경찰제안 수정에 부담을 느껴 부랴부랴 수사지휘 폐지와 1차 수사종결권에 한해 졸속으로 보완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언급하지 않은 채 송치사건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를 비롯한 지엽적 쟁점을 부각하는 등 검찰개혁의 본질과 정반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찰이 '개혁대상 1순위'로 지목된 원인은 특수·공안 등 인지부서의 일부 검사들이 직접수사에 나서 정치권력에 예속된 수사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직접수사를 완전히 포기하더라도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으려면 수사지휘권을 확립해 수사주체를 완벽히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장은 "직접수사를 줄이는 쪽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며 "기관 간 권한 다툼 관점에서 이것저것 떼고 붙이다 보니 법안이 누더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장은 "그동안 수사지휘를 부수적 업무로 여겨온 특수부 검사들도 최근에는 수사지휘권을 지키려면 직접 수사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이 보완책을 검찰에 알린 방식과 시점도 뒷말을 낳고 있다.

박 장관은 전날 오후 6시께 전국 검사장 40여 명에게 이메일로 보완책을 보냈다. 검찰에서는 사실상 법무부 공식 입장을 일부 간부급 검사들에게만 온라인으로 알린 데 대해 당초 14∼15일로 예정된 문 총장의 기자간담회를 지연시켜 급한 불부터 끄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박 장관은 백혜련 의원 대표 발의로 수사권조정 정부안을 대신 내놓은 여당 측과도 별다른 의견 조율을 하지 않은 채 보완책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 법무부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동안 수사권조정 논의 과정에서도 문 총장을 비롯한 검찰 입장을 배제해 '검찰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 논의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백 의원 발의안을 정부안으로 내놓은 지 반년이 지난 뒤 보완을 위해 의견을 듣겠다고 나서자 검찰 내부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안 논의가 현실화했고 법무부가 검찰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니 실무상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찰 내 반발기류가 여전하다고 보고, 박 장관의 메일을 받은 검사장 등 검사들 의견을 적극 수렴해 수사권 조정에 대한 추가 입장을 밝힐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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