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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양승태 직접 겨누는 검찰…'재판거래' 수사 속도

입력 2018-08-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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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양승태 직접 겨누는 검찰…'재판거래' 수사 속도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으로 난항에 빠진 듯했던 재판거래 의혹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와 대법원이 강제징용 소송을 두고 거래를 시도한 결정적 단서가 확보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물론 재판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 전·현직 대법관들도 예상보다 일찍 검찰에 불려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전날 오전 소환한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16시간여에 걸쳐 조사하고 이날 오전 1시30분께 귀가시켰다. 검찰은 2013년 12월 차한성(64)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가진 회동의 내용과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당시 회동에서 김 전 실장이 징용소송의 최종 결론을 미루거나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판결을 뒤집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회의기록을 확보했다. 지난 13일에는 회동에 배석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처럼 물증과 관련자 증언으로 청와대의 요구사항이 확인된 만큼 김 전 실장 진술이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전날 조사에서 차 전 처장과 회동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회동 전후의 객관적 상황을 볼 때 당시 청와대와 사법부 사이의 재판거래가 사실상 실행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회동은 같은 해 8∼9월 대법원에 다시 접수된 전범기업의 재상고 사건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지를 재판부가 검토하던 시기에 이뤄졌다.

심리불속행이란 형사 사건을 제외한 대법원 사건에서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기각하는 처분이다.

대법원은 2012년 같은 사건에서 이미 피해자들 승소 취지로 판결했고 이후 쟁점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징용소송 재상고 사건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사건 재판은 특별한 이유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내려져야 할 시한인 2012년 12월∼이듬해 1월을 넘겼다. 아울러 당시 법원행정처의 현안이었던 법관 해외파견은 이듬해 2월 재개됐다.

징용소송 재판 연기와 법관 해외파견을 맞바꾸는 식의 부당한 거래가 공관 회동을 계기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휴일 오전 이뤄진 당시 회동은 김 전 실장이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동이 성사되기 한 달여 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찾아가 징용소송과 법관 해외파견을 논의했고, 법원행정처가 김 전 실장 등 당시 청와대 인사위원들을 상대로 청탁을 구상한 점 등으로 미뤄 징용소송 재판 연기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양측의 거래 시도에 박 전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범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대일관계 악화뿐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한일청구권협정까지 흔들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소멸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일관된 주장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를 검토하는 한편 회동 전후 사법부 내 의사전달 경로를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차 전 처장의 회동 결과가 실제 재판을 담당한 대법원 재판부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는 게 향후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 양 전 대법원장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우선 차 전 처장을 불러 확인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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