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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실상 쿠데타"…국회 국방위 '계엄 문건' 공방

입력 2018-07-24 17:58 수정 2018-07-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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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3일) 저녁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검토 세부자료 전문이 공개됐죠. 계엄사에 초월적 권한을 부여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등, 어떻게 보면 1980년 5월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치밀한 실행 계획이 담겨있습니다. 국회 국방위는 또 문건 작성 배경과 보고 경위를 놓고서 현재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에서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속보, 또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소식 등을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 영시의 이별 - 배호

네온 불이 쓸쓸하게
꺼져가는 삼거리
이별 앞에 너와 나는
한없이 울었다
추억만 남겨놓은
젊은 날에 불장난

고반장이 '정다방' 을 날로 먹기에 만들어본 코너입니다. < 신 반장의 '그때 그 노래' > 지금 들으시는 노래는 가수 배호의 '영시의 이별' 입니다. 네온불이 쓸쓸하게 꺼지면, 이별 앞에 한없이 울었다…아니, 왜 불이 꺼진다고 이별을 하나요? 계속 만나면 안되나요? 마저 들어보시죠.

♬ 영시의 이별 - 배호

원점으로 돌아가는
영시처럼
사랑아 안녕

그렇습니다. 이 노래가 나온 1971년도에는 야간 통행금지 정책이 있었습니다. 사이렌이 울리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됐고, 걸렸다 하면 경찰서에 밤새 꼼짝없이 있어야 했다고 하죠. 아마 우리 복부장은 아실텐데, 저희 반장들에게는 그저 교과서에서나 본 얘기입니다.

그런데요. 없어진 지 40년 가까이 된 통금을 다시 부활시키려 한 조직이 있습니다. 법적인 권한을 뛰어넘어서 계엄령을 검토하고, 실행 계획까지 세운 국군기무사령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기무사는 '누군가'의 지시로, 8페이지짜리 계엄 검토 문건과 67페이지짜리 세부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이 세부자료 전문이 어젯밤, 전격 공개된 것인데요. 긴 말 필요 없이,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과 판박이 그 자체입니다.

[전두환 (2012년 3월 14일) : 내가 원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어가지고 대통령이 됐으면 내가 이것보다 훨씬 더 잘 했을 거야. 더 잘 했을 텐데, 전임 대통령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사건을 내가 책임지고 조사를 하고, 하다 보니까 내가 대통령이 됐어요. 7년간 대통령을 했는데 그런대로 실패하지 않고 (임기를) 끝낸 것은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이 문건에는 계엄령을 통해서 사실상 군정에 대한 미국정부의 승인을 받으려는 계획이 담겼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주한 미국대사를 초청해서 미 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토록 협조를 구한다는 것입니다.

국회 무력화 계획도 아주 치밀하게 짰습니다. 여야 상관 없이 성향을 기준으로 진보 160여 명, 보수 130여 명으로 나눴습니다. 계엄해제 의결 정족수 150명을 채우면 안 되기 때문에,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하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이것은 통상적인 계엄 실행 절차를 담은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 조차에도 나오지 않는 그런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초월적 권한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습니다. 먼저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을 금지시킵니다. 바로 그 통금이죠. 개인 SNS 계정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검열을 받는데, 조간 신문은 밤 10시, 석간 신문은 낮 12시까지, 방송과 통신은 수시로 검열을 받는다는 시간표까지 정해놨습니다. 전국을 단일방송 체계로 전환하는 방법도 건의하는데요. 이것이 만약 실행됐다면 '다정회'는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요?

지금 국회에서는 송영무 국방장관,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위가 진행 중입니다. 회의 내내 '기무사 문건 특위'를 방불케하는 공방이 오가고 있는데요. 여당은 사실상 '쿠데타' 모의라면서, 문건 작성의 '윗선'을 지목했습니다.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계엄 하에서도 선거는 가능하죠?]

[서주석/국방부 차관 :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임박해서 해제하고 나서 선거해도 되고. 기무사 문건이 계획대로 시행됐다면 아마 계엄을 계획한 이들이 바라는 대통령이 당선됐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뭐, 시간 가니까 답변 안 하셔도 됩니다. (예.) 그게 바로 쿠데타입니다. 쿠데타가 별거 아닙니다. 쿠데타가 뭐 반드시 군이 장악해서 군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쿠데타는 아니죠, 그렇죠? (예.) 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언제,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문서 만들고 지시했는가를 밝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언제라는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면 지시하고 있는 자들이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게 매우 궁금해집니다.]

반면 한국당과 일부 야당은 문건의 공개 경위를 문제삼았습니다. 2급 비밀 도장이 찍힌 문건을 청와대가 직접 공개한 데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백승주/자유한국당 의원 : 비밀입니까, 아닙니까? 이거 비밀입니까 아닙니까?]

[서주석/국방부 차관 : 저희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백승주/자유한국당 의원 : 저한테 답변은 2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보안 심의를, 차관이 주관하는 보안 심의를 오후 5시에 해서 비밀을 해제하고 나서 국회에 제공하겠다. 국회에 제공하고 일반에 공개하겠다 해서 비밀해제 심의를 해놓고 지금 와서 비밀이 아니라고 하면 의도가 있는 답변이에요!]

또 화살은 해당 문건의 존재를 알고도, 청와대에 늑장 보고를 한 송영무 국방장관에게도 쏠렸습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송 장관에게 문건을 보고할 당시, 송 장관도 문건의 위중함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청원/무소속 의원 : 이것이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에 이건 어떻게 조치해야겠습니다, 라고 장관에게 얘기했는가, 안 했는가?]

[이석구/기무사령관 : 그 사항도 현재 수사 중인 사항이 돼서…]

[서청원/무소속 의원 : 무슨 소리하고 있어! 그게 무슨 수사 중이라고 중요해요! 자, 이 사안이 엄중하기 때문에 '장관님 이것은 앞으로 수사를 해야 될 필요가 있고 대통령에게도 보고할 사안입니다.' 아니면 '이것은 기초자료로써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니까 그냥 보고로 말씀드립니다.'라는 보고를 했냐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이석구/기무사령관 : 대단히 중요한 보고라고 얘기했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고 위중한 사항도 당시 다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서청원/무소속 의원 : 장관은 뭐라고 대답합니까? 장관이 없으니까 내가 기무사령관한테 얘기하는데 솔직하게 답변해주세요. 아주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래요. 잘못하면 이것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여러분의 선배 후배들의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석구/기무사령관 : 그렇습니다. 장관님도 아주 위중한 사항으로 생각하셨습니다.]

어제부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세월호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군-검 합동수사본부가 출범했습니다. 군의 특수단은 군의 현역, 검찰은 민간인 신분의 예비역을 집중 수사하기로 역할을 나눴는데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한민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까지, 이른바 '윗선'들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국방위 "계엄 문건은 쿠데타" vs "청와대가 수사 가이드라인" 공방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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