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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너븐숭이의 봄'

입력 2018-04-03 21:33 수정 2019-04-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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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너븐숭이.

넓은 돌밭을 뜻하는 제주말입니다.

조천에서 김녕으로 향하는 일주도로를 주욱 달리다 보면 청잣빛 함덕 바다가 이렇게 펼쳐지고…

새로운 해안마을, 너븐숭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조천 답사라면 마땅히 북촌 너븐숭이에 가야 한다."

유홍준 교수 역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 편에서 제주답사 1번지로 바로 이곳, 조천의 너븐숭이를 꼽았습니다.

* 북촌리 학살 : 4·3 당시 무장 군인들에 의해 주민 400명 이상이 집단 학살된 사건

너븐숭이는 70년 전 봄, 그날, 가장 참혹한 학살이 자행되었던 장소입니다.

현기영의 소설 < 순이 삼촌 > 의 배경이 되었던 곳.

무고한 시민들의 피와 살과 뼈가 묻혀있는 곳.

4·3 기념관이 세워져서 당시의 아픔을 증언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그리고…몇 달전 그곳을 찾은 사진작가 임종진 씨는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기념관 주변, 아무렇지도 않게 널려있는 작은 돌무더기. 

4·3 당시 희생된 어린아이들이 묻힌 '애기무덤' 때문이었습니다.

봉분 위에 놓인 노란색 오리 인형과 아기 양말 한쪽.

바람에 날리지 말라며 돌로 덮어놓은 앙증맞은 옷 한 벌.

누군지 알 수 없는 추모객이 아이를 향해서 남긴 위로였다고 했습니다.

심심하지 말라고, 춥지 말라고 선물을 건넨 어른들의 미안한 마음은 뭉클하게 마음을 데웠고 사진작가는 쉬이 자리를 뜨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70번의 봄이 여기 너븐숭이를 다녀가는 동안, 여전히 완결 짓지 못한 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땅에서 일어난,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

그러나 무력하게 외면하지 않고, 위안의 손길을 내밀었던 잊지 않는 마음과 마음이 존재하기에 제주는 오늘 기어이 다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슬퍼하지 말라고
원망하지 말라고
우릴 미워했던 사람들도
누군가의 꽃이었을 테니…"
 - 루시드 폴 < 4월의 춤 >

노란 유채와 동백의 빛깔로 눈이 시린 제주의 봄은, 다시 찬란하게 빛났으며 사진작가 임종진 씨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세상은 참 아름답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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