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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딱지 두려워 상처 숨기기만…4·3 생존자 이야기

입력 2018-04-03 21:01 수정 2018-04-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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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빨갱이' 딱지가 두려워 몸과 마음의 상처를 숨겨야 했습니다.

오선민 기자가 생존자들을 만났는데 그 고백들이 듣기에도 너무 힘겨운 내용들입니다.
 

[기자]

[김인근/4·3 당시 13살 : 아버지 하시는 말씀이 '오늘 우리 마지막인 거 같아.]

[양일화/4·3 당시 18살 : 여자 남자 할 것도 없이 벗겨놓고 거꾸로 매달려 있어.]

[김순여/4·3 당시 3살 : 3살 10월 13일날 어머니 업혀 가지고 총을 맞았어요.]

따뜻하고 파란 봄날이었습니다.

폭력과 공포는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양일화/4·3 당시 18살 :  (묻는 말에) '예'만 대답하면 안 때린다. 대답만 잘 해라.]

[김인근/4·3 당시 13살 : 아들 내놓으라고 바른 말 할 때까지. 또 때리고 또 때리고.]

엄마 등에 업힌 3살 아기는 다리에 총을 맞았고 그 날 오빠를 잃었습니다.

[김순여/4·3 당시 3살 : (오빠가) '엄마!' 하니까 '이놈 안 죽었네' 하고 또 쏴버리니까.]

끔찍한 고문도 눈으로 봐야 했고

[양일화/4·3 당시 18살 : 거꾸로 매달려 놓고 코에 물을 계속 붓고 있어. 부글부글 끓는 물을]

혼자 도망친 죄책감을 평생 안기도 했습니다.

[김인근/4·3 당시 13살 : 조카 둘이 그 4살, 2살 짜리가 '고모 나도 같이 가' 하면서 (매달렸어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오래 숨기고 살아야 했습니다.

[송갑수/4·3 당시 15살  : 무서워서 벌벌 떨기만 했죠.]

노인이 된 아이는 이제야 당시 상황을 그림으로 재현했습니다.

[김인근/4·3 당시 13살 : 그림 그릴 때는 어떤 때 울다가도 웃기도 했습니다.]

숨겨뒀던 말들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김순여/4·3 당시 3살 : 오빠 후회하지 마라. 우리 저승가서 만나자 오빠 사랑해.]

[김인근/4·3 당시 13살 :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을 겁니다. 산 지옥을 살았습니다.]

4.3 희생자 10명 중 3명은 여성과 노인 그리고 어린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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