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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대통령, 정윤회 문건에 묵묵부답"…"1년 후 찌라시라 말해"

입력 2016-11-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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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대통령, 정윤회 문건에 묵묵부답"…"1년 후 찌라시라 말해"


20일 밤 9시 40분 방송되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전직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정윤회 비선 실세 문건' 관련 폭로가 방송된다. 관계자 D씨는 2013년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정윤회와 십상시 관련 문건이 작성된 이유와 대통령 보고 경과에 대해 상세히 증언했다. D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시 정윤회와 십상시의 국정 개입이 사실 무근이라고 발표한 검찰 수사가 거짓이란 결론이 나온다.

2014년 11월 28일 언론 보도로 촉발된 정윤회 게이트. 당시 대통령은 "문서 유출은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고, 찌라시에 나라가 흔들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 후 검찰은 문건 내용의 진위보다 유출 경위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에 참여한 한 검사는 "관련 보도를 한 기자들에 대해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면서, 문건 내용에 대한 수사도 진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비선 실세의 만남이나 국정 개입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문건이 '찌라시' 허위라는 대통령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십상시의 모임 장소로 지목된 강남 중식당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최 씨 일가의 주요 만남 장소로 드러난 곳이다. 이전 검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제의 식당은 지난 스포트라이트(10월 30일 방송분)에서 증언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상세히 언급한 곳이기도 하다. A씨는 "2014년 정윤회 게이트가 터졌을 때, 이 식당의 사장이 장시호를 숨겨줬다. 그 정도로 친하다"고 폭로했다.

정윤회 문건 게이트가 터지면서 최 씨 일가 또한 바짝 긴장하고 몸을 숨겼단 얘기다. 실제로 최순실 씨의 각종 이권 사업은 정윤회 게이트 수사가 마무리되는 2015년 2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조카 장시호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2015년 6월, K스포츠와 미르는 같은 해 10월에 설립된다. 장시호 씨의 수행비서로 일했던 B씨는 "영재센터는 원래 2014년 말에 추진됐다가 엎어졌고, 2015년에 다시 추진됐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한다. 종합하면 이권 사업이 2015년부터 본격화 된 이유가 바로 '정윤회 게이트'와 관련 됐음을 시사한다. 이규연 탐사기획국장은 "정윤회 게이트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최순실 게이트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D씨는 정윤회 문건의 숨겨진 이면을 언급했다. D씨는 "조응천, 박관천이 그 문건을 만든 것은 김기춘 실장의 지시"라고 폭로했다. 2013년 11월, 김기춘 실장 교체설과 관련한 언론 기사가 나오자 김 실장이 조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다음 달인 12월 대통령 동생 박지만 씨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나를 모함하는 세력이 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하게 된다. 정윤회 문건은 바로 이 첩보를 바탕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해 작성됐다는 게 D씨의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 첫 보도가 나오자 '국기문란', '찌라시'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2013년 12월 27일과 2014년 1월 6일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두 차례나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이 입수한 관련 재판의 판결문 별지 '범죄일람표'에도 2개 보고 문건의 제목과 요약 내용이 적혀 있었다. D씨는 "대통령은 두 번이나 보고 받고도 사실 관계를 더 파악해보라든지 하는 지시 없이 그저 묵묵부답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미 받았던 보고문을 뒤늦게 찌라시로 규정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문건의 유출 경위만 수사했고 문건을 작성한 데 관여한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만 기소했다.

문건을 직접 작성한 박관천 전 행정관은 2015년 2월 좌천된다. 당초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장으로 내정됐지만, 이후 국무총리실로 변경됐다가 최종적으로 도봉경찰서 정보과장으로 전보된다. 이 과정에도 모종의 배경이 있다는 게 D씨의 설명이다. 당시 현직이었던 이성한 경찰청장도 "청와대 근무하다 도봉서로 가는 건 일반적인 인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특히 문건을 직접 작성한 박관천 전 행정관은 2007년에 있었던 금괴 6개 뇌물 수수 혐의까지 포함해서 수사 받았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수상한 점이 포착됐다.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는 올해 초 기자와의 만남에서 "박 전 경정의 금괴 뇌물은 내가 2012년에 이미 검찰에 진술했던 것인데 그때는 수사를 안 하다가 갑자기 정윤회 건에 붙여 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혐의가 약하다고 판단한 검찰이 뒤늦게 옛날 제보를 별건으로 합쳐 수사했단 의혹이 발생한다. 박 전 행정관은 금괴 때문에 1심에서 징역 7년 실형을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이 부분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뇌물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게 2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공소시효조차 제대로 고려 않고 무리하게 수사를 했단 비판이 일만한 대목이다.

D씨의 정윤회 게이트 관련 증언에 더불어 고 김영한 민정수석이 사용한 폴더폰 2대의 내용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유족의 허락 하에 진행한 통화기록 복원 결과, 김 전 수석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려 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김 전 수석의 서재에서는 국정원이 보고한 세월호 대응 문건도 발견됐다. 이 문건에서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로 규정하고 여론 조작 등 대응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는 "김 전 수석에게 증인 출석요구서를 보낸 것은 사실인데 고인이 사망하면서 취소됐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이 세월호 관련 의혹을 직접 나서 구체적으로 폭로하려 한 정황이 확인된 셈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20일 밤 9시 40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송된다.

봉지욱 기자 b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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