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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된 공중전화 부스…전국 6만여 대 활용 고심

입력 2016-10-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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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애틋한 공중전화에 대한 추억 가지고 계신 분들 많으실텐데, 시대가 바뀌면서 이 공중전화박스가 애물단지가 돼버렸다는 사실, 누구나 지나면서 보기만 해도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 전국에 6만대가 넘게 설치돼있다고 하는데요. 적자만 늘고 있고, 계속 이렇게 두고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고석승 기자입니다.

[기자]

[텅 빈 거리에서/015B :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1962년 동전 전화기가 설치된 이래 공중전화는 30년 넘게 사람들의 입이 되고, 귀가 돼줬습니다.

누구에게나 공중전화에 얽힌 추억 하나는 있기 마련.

[김선식/인천 도원동 : 10대 때인데 이제 연애하고 있을 때에요. 통화를 하다보면 이렇게 금방금방 (동전이) 떨어지는 거예요. 그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아쉬웠던 그런 시절도 생각이 나고요.]

그렇지만 1990년대 말 15만 대를 정점으로 공중전화는 휴대전화에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남은 건 6만여대. 하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버스터미널 앞의 공중전화를 30분 넘게 관찰해봐도 이용자는 없습니다.

[이용준/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 초등학교 이후로 한 번도 안 써봤어요. 굳이 (공중전화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거 같아요.]

이용자가 없다보니 공중전화 부스는 흉가처럼 돼버렸습니다.

공중전화부스 주변으로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어서 악취가 심한 상황인데요. 더 큰 문제는 전화부스 안쪽에도 이렇게 쓰다 남은 인화물질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는 겁니다.

도심의 한 시장 인근에 설치된 공중전화는 아예 옷걸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유리가 깨져있거나 각종 불법 광고물이 붙어 있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수화기를 휴지로 살짝 닦아보니 먼지가 시커멓게 묻어 납니다.

[박선영/서울 마곡동 : 너무 낡아 있고 좀 방치돼 있는 느낌이 들어서 많이 지저분할 것 같기도 해서 사용을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멀쩡한 공중전화를 쓸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10원짜리 새 동전이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인식을 못하는 전화기가 상당수입니다.

전화카드 판매점을 찾아갔는데 카드가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전화카드 판매점 직원 : (공중전화) 카드가 없어요. 지금은 국제용 카드밖에 안 나와요.]

이러다 보니 이용객은 더 줄고, 월 매출이 1만원도 안 되는 공중전화기가 절반이 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해마다 160억여 원씩 쌓이는 적자로 관리 주체인 KT링커스도 고민이 큽니다.

아직 공중전화를 필요로하는 저소득층이나 외국인 등이 있는데다 각종 재난시를 대비해서라도 공중전화를 무작정 모두 없앨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홍주 본부장/KT링커스 공중전화 사업본부 : 사용량 자체가 많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좀 어려움이 있는데… 매월 한 번씩은 꼭 가서 청소하고 있고, 소독 업무도 하고 있거든요.]

이 때문에 최근에는 공중전화의 다양한 변신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현금입출금기와 공중전화부스로 운영이 되다가 긴급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일명 안심부스로 바뀌게 되는 건데요.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렇게 이 안으로 들어와서 이 비상버튼을 누르게 되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면서 경찰이 출동하게 됩니다.

이런 긴급대피소형 공중전화 부스는 130여 개 시범설치됐는데 점차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이 밖에 공중전화가 전기차 충전소와 결합하기도 하고 남은 공중전화 부스를 무인도서관으로 새단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육지책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 일부 전문가는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공중전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뒷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수화기를 올려놓고 20원을 남겨놓던 풍경은 이제 추억이 됐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공공재의 모습도 그에 따라 바뀌어야 합니다.

공중전화의 변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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