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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장기 실종아동 400명…손 놓고 있는 정부

입력 2016-05-04 22:03 수정 2016-05-0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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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실종 초기에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10년 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 아동만 400명이 넘습니다. 가족들은 지금도 전국을 떠돌며 직접 아이들을 찾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장기 실종 아동들에 대해선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33년 전 서울 동대문에서 아들 훈식 군을 잃어버린 염남이 씨.

당시 13살이었던 훈식이는 자전거를 타다 사라졌습니다.

[염남이/이훈식 군 어머니 : 한 여름에 되게 더울 때. 그때는 정말 정말 막막해.]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가출로 처리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아이가 없어졌다고 신고됐겠죠. 근데 가출신고로 처리가 되기는 해요. 이삼십년 전에는 실종 전담팀이 없어서.]

혼자서 전국을 떠돌던 염 씨는 4년 뒤 훈식이가 거제도의 한 보호시설에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염남이/이훈식 군 어머니 : 거제도로 갔죠. 그래서 거제도 애광원으로 통화를 했어요. 조만간에 돈 챙겨서 가겠다고.]

하지만 거제 보호시설에도 훈식이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염남이/이훈식 군 어머니 : 아무 것도 못 봤어요. 찾아왔다고 하니 며칠 전에 엄마 찾으러 나갔다고 하더라.]

경찰에 이를 이야기했지만 수사는커녕 제대로 된 도움도 못받고, 그렇게 30여 년이 흘렀습니다.

염 씨는 최근 한 단체의 도움을 받고 훈식이가 있었던 보호시설을 다시 찾아 나섰습니다.

[염남이/이훈식 군 어머니 : 항상 고기 잡는 배에, 아니면 소먹이고 짐승 먹이는 데 (있을 것 같고) 내 마음에 항상 있는 거 같아서.]

입소 자료를 뒤지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한 염 씨.

[염남이/이훈식 군 어머니 : (사진 보니까) 영락없어. 훈식이 맞다.]

하지만 훈식이의 이름과 나이가 전부 바뀌어 있었습니다.

[애광원 관계자 : 여기 있네 여기. 거제 군수한테 보고했네. 본원이 수용 중이던 아동이 무단가출로 인해 퇴원해 보고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행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염남이/이훈식 군 어머니 : 나 혼자 찾아보려고 해도 나 혼자 힘으로 될 수가 없거든. 한 군데 두 군데도 아니고.]

경찰은 취재진의 요청으로 수사를 재개했지만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거제경찰서 관계자 : 근무자나 근무 위치, (기록) 보관 상태를 확인할 때 기억도 없고. 더 이상 단서가 없으니까.]

1991년 딸 유리 양을 잃어버린 정원식 씨는 26년째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정원석/정유리 양 아버지 : 실종 전단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집어 넣고, 꺼내서 다시 펴서 다른 분 줄 때. 그때 마음이 너무 아프고.]

경찰 수사에 따르면 당시 유리 양은 30대 남녀에게 납치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원석/정유리 양 아버지 : 분명히 유괴를 당했는데 당시에 경찰이 가출로 이야기를 해서. 참 서운했죠.]

하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해지며 정 씨는 전국 집창촌부터 지하철 앵벌이까지 직접 딸을 찾아다녔습니다.

[정원석/정유리 양 아버지 : 당시 수사했던 분들 다시 만나보고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안 되더라고. 얘 잃어버리고서 지금까지 술을 안 먹으면 내가 살지를 못했어요.]

정 씨 사연은 최근 SNS에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정혜경 씨도 97년 집 앞에서 사라진 아들 하늘 군을 19년째 찾고 있습니다.

[정혜경/김하늘 군 어머니 : 신고 하니 가출이래. 4살짜리가 어떻게 가출이야. 경찰도 신경을 안 쓰는 거야. 나하고 봉고차 타고 산 많이 다녔으니 기억을 좀 하면.]

아이를 찾는 동안 가정 형편도 기울었습니다.

[정혜경/김하늘 군 어머니 : 카드를 계속 돌려 막기 해가면서 고아원이고 어디고 돌아다녔죠. 진짜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내가 만약 죽으면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1년 이상 장기 실종 사건의 경우 경찰이 손을 놓다보니 가족들은 제보를 받거나, 보호시설에서 등록된 유전자 확인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이름이랑 주민번호가 바뀔 확률이 높죠. 살아있다면. 유전자밖에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하지만 정작 보호시설들의 유전자 관리는 구멍이 나 있습니다.

경북 의성의 한 장애인보호시설.

무연고자에 대한 유전자 검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시설 관계자 : 무연고자 (유전자 등록) 안 돼 있죠. 원래 다 돼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고.]

장기 실종 아동 수사에 대한 전담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미국의 경우 18세 미만 아동이 실종되면 일단 잠재적인 유괴 범죄로 간주해 즉시 전문 수사 인력이 투입됩니다.

특히 미국은 자체 개발한 얼굴성장변환 프로그램을 2년마다 실시해 1년에 실종자 600여 명을 찾고 있습니다.

정부의 외면 속에도 장기 실종 아동 가족들은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정원석/정유리 양 아버지 : 지금이라도 있으면 얼마든지 찾아오면. 모든 걸 다 용서해줄 테니까. 어디에 있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혜숙/모영광 군 어머니 : 한번도 못 찾을 거라는 생각 안 해봤고요. 십년이든 이십년이든 그냥 기다리려고요. 기다리고 찾고.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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