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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공약 점검] 여성 공약 환호했지만, 현실은

입력 2015-02-23 22:07 수정 2015-02-2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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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여성과 일자리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18대 대선은 지난 1992년 이후 대선에선 처음으로, 여성의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뛰어넘었습니다. 각종 조사에서도 여성 유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은 일과 가정생활의 조화를 내세워 미혼 직장여성들, 엄마들, 그리고 주부들로부터 표를 많이 얻었는데요.

현실은 어떤지 이호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초등학교 시청각실에 학부모들이 들어섭니다. 올해 돌봄 교실에 지원한 학부모들입니다.

[00초등학교 교장 : 몇 분이 반드시 추첨에 의해서 못 들어오게 된다는 것이 학교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탈락을 뜻하는 X표가 그려진 탁구공과 그렇지 않은 공을 섞고 추첨이 시작됩니다. 쏟아지는 X표, 탄식이 터져나옵니다.

[죄송합니다.]

학부모들은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돌봄교실 탈락 학부모 : 저는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이럴 때마다 애 낳아서 키우는 게 너무 힘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김모 씨는 2년 전 시작한 일을 다시 그만둘지 고민입니다.

[돌봄교실 탈락 학부모 : 울면서 전화했더라고요. 엄마, 미안하다고. 나 때문에 엄마 회사 못 가게 되면 어떡하느냐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픈 거예요.]

일을 그만두면 수입이 줄고, 아이를 학원에 맡기자니 돈이 문제입니다.

[돌봄교실 탈락 학부모 : 진짜 돈이 많아서 학원을 계속 돌릴 수도 없는 거고. 그냥 회사에 그만두겠다. 나는 28일까지만 근무할 수도 있다고 말해야겠죠.]

3년 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희망 학생 누구나 학교가 책임을 지는 돌봄교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2012년 11월) : 초등학교에서 온종일 학교를 운영하겠습니다. 방과후에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에서…]

돌봄교실은 지난해 일반 학생까지 확대됐고, 올해부터는 3, 4학년까지 늘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관련 국고 예산 6600억 원을 전액 삭감하며 다시 맞벌이 가정 등으로 축소됐고, 그마저도 희망자보다 크게 적었습니다.

[초등생 학부모 : 처음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돌봄에서 봐주겠다고 했고,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겠다 했는데 막상 뚜껑 열어보니까.]

[박근혜 대통령 (2012년 11월) : 자녀를 가지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도록, 국가책임보육 체제를 확실하게 세우겠습니다.]

0에서 5세 아이 보육을 책임진다던 누리과정 역시 예산 2조1545억 원이 전액 삭감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뒷짐을 지며 시도 교육청들이 급한대로 유치원 예산을 끌어다 어린이집에 쓰고 있지만 곧 바닥납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 : 단지 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해라. 그거(누리과정) 아니어도 쓸 데가 많은데 그 속에서 그 많은 돈을 하라고 해요. 724억 원을.]

누리과정 총 예산은 3조9천억 원, 교육청이 모두 부담하면 유치원생과 초중고생 교육비가 1인당 5십여만 원씩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김현국 소장/미래와 균형 연구소 : 넘겨주는 돈이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도교육청이 전부 내라(하면) 기존에 학생들에게 들어갈 교육기회를 줄일 수밖에 없어요.]

정부가 공언한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는 시민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배영수 : 제 아내도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2년 동안 휴직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둘째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태예요. 그런 사회의 미래가 있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최근 내놓은 박근혜 정부 자체평가를 볼까요.

정부는 아빠의 달 도입으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전년도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국 97개 기관에서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실시해 양육부담을 줄였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 육아 휴직은 미미한 수준이고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실시한 곳은 전체 어린이집 1천곳 중 2곳 뿐입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규 일자리에 지원한 인원이 4배 넘게 증가했다고 했지만, 전체 시간제 근로자로 따지면 0.2%에 불과했습니다.

실상은 어땠는지,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여성 비정규직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고질적인 저임금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반찬값이나 벌러 나온 여사님들을 누가 꼬셔가지고) 저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값 아니고.]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률과 여성 일자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년 사이 시간제 일자리 실질 임금이 줄어드는 등 일자리 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송은정 노동정책국장/한국여성노동자회 : 정부는 정규직과 차별없는 시간제 시급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것 자체가 절대적 임금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는 그 시간만으로 생계가 안 되는 거죠.]

극단적인 경우가 초단시간 근로입니다.

주당 15시간 미만 일하는 이들은 4대 보험과 무기계약 전환 등 법적 보호로부터 벗어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꾸준히 늘다 지난해 50만을 넘어섰습니다. 전체 시간제 근로자 4명 중 1명에 해당합니다.

최근 늘어난 초단시간 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돌봄교실 전담사입니다.

정부가 운영비 지원 없이 돌봄교실을 늘리자 교육청에서 이들을 초단시간으로 바꾼 겁니다.

[돌봄교실 전담사 : 주 15시간, 한 달에 60시간 이상이면 무기로 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15시간 근무인데 14시간 50분 근무하게 계약서를 쓰는 거죠.]

경북에서는 돌봄교실 전담사들의 파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미희/경북 지역 돌봄교실 전담사 : 이미 무기계약 대상자지만 다시 초 단위 계약을 해서 무기계약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처음으로 고용률 65%를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여전히 양질의 일자리 확보라는 숙제는 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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