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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절 한 번 못하게 돼"…골프장 '조상묘 찾기' 소송

입력 2015-02-17 21:34 수정 2015-02-1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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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끼리 오랜만에 모이는 것도 큰 행복이지만 설은 조상을 함께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설이지만 조상묘가 없어져 절 한 번 못하게 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조상묘가 갑자기 사라지게 됐다는 건데요. 오늘(17일) 탐사플러스는 몇 년째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조상묘 찾기 싸움을 취재했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 홍천군 팔봉산 자락에 있는 대명 소노펠리체 리조트입니다.

146만 제곱미터 부지 안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승마장, 고급 객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골프장 건설로 선산에 있던 조상묘 4기가 파헤쳐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창철/제보자 : 저희 조상님 산소는 공사하는 데 걸림돌이 되니까…]

골프장에서 산자락을 내려다 보니 신씨의 6대 조부모의 무덤이 보입니다.

그 옆에는 허름하지만 묘지 2기가 있습니다.

사업자는 이곳을 묘라고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산중턱에는 골프장이 들어서 5대 증조부의 묘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신창철/제보자 : 여기 밟고 있는 데가 저희 할아버지 산소죠. 앞뒤로 2기가 있었어요.]

신씨가 골프장 부지 안에 산소가 있다고 주장하자 사업자는 2011년 12월 신씨에게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합니다.

신씨가 맨 땅에 묘지 4기가 있다고 주장해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업자는 2012년 3월 함께 땅을 파보자고 제안했지만 신 씨는 가지 않았습니다.

[신창철/제보자 : 내가 나가서 못하게 하면 공사 방해가 되는 거고, 또 가서 지켜보면 남이 다 파헤치는 거를 인정하는 건데…]

대명 측은 신씨 없이 제사까지 지내고 땅을 팠습니다. 그 결과 묘터나 유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모 씨/대명 측 변호인 : 분묘라는 흔적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작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확인 작업 들어간 거다. 그 당시에는 흔적이 없었다.]

신씨는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분묘를 허락 없이 팠다는 거였습니다.

소송을 진행하던 재판부는 직접 묘터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재판부가 장례 전문가와 함께 현장 검증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맨땅이라던 곳에서 유골이 나왔습니다.

[장례 전문가 : 이거 판사님 오시라 그래. 고관절 뼈가 나왔습니다.]

땅을 파자 여기저기서 유골이 나뒹굽니다.

[장례 전문가 : 살살 털어봐요. 팔뼈야 팔뼈.]

관이 있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장례 전문가 : 이게 목관하고 석회 썩은 거고요. 파 가지고 그냥 뒤집었어요. 누가 작업을 했는지 모르지만, 고인한테 너무 실례를 한 거예요.]

하지만 민사 재판부는 대명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묘는 맞지만 신 씨의 조상묘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취재진은 뜻밖의 서류를 입수했습니다.

2011년 9월, 대명 측은 골프장 부지에 연고가 없는 묘지가 있으니 이장하겠다고 지자체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뭔가 익숙합니다.

나무 밑둥 사이에 볼록하게 솟아 있는 땅, 신씨가 조상묘라고 주장하는 곳입니다.

사업자는 묘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는데 이미 사전 조사에서 이를 확인하고 지자체에 묘라고 신고했던 겁니다.

[박모 팀장/대명레저산업 : 그냥 도의적이라고 해야 되나요? 무시하고 하기는 저희들도 도의적으로 부담이 좀 있었죠.]

그렇다면 신씨와 묘지 이장을 합의했어야 합니다.

당시 서류를 처리한 공무원은 소유주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합니다

[박모 씨/당시 홍천군 서면장 : 홍천군에 언제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군청에 있는 서류를 면사무소에서 공유하지는 않습니다.]

취재진은 대명 측이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나온 유골을 주로 안치해온 충남 부여의 납골당을 찾아갔습니다.

묘하게도 2012년 3월 23일,유골 4기가 들어왔습니다.

대명 측이 신씨의 토지를 발굴한 이틀 후입니다.

하지만 사업자는 신 씨의 땅에서 나온 유골이 절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D' 장례 업체/대명 하청업체 : 2012년 3월 21일 팠던 데 바로 옆이였어. 그 옆에서 4기 한 거거든.]

사업자는 유골 4기가 나온 장소라며 서류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근접 사진만 있어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박모 팀장/대명레저산업 : (어디 위치인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림자 보면 안다고 하는데…]

대명과 신씨 측의 다툼을 해결해줄 마지막 카드는 DNA 검사.

경찰은 지난해 유골과 신씨의 DNA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습니다.

Y염색체 17개 가운데 7개가 일치했는데 유골 상태가 좋지 않아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재검증을 통보했습니다.

[이숭덕 교수/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 우리나라 1000명 가운데 1명보다 적은 빈도로 나타나지만 지금은 어느 쪽으로 치우치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설을 앞두고 신씨는 납골당에 안치된 유골 4기가 자신의 조상이라 믿으며 미리 차례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화장한 후라 확인할 방법은 마땅히 없습니다.

[신창철/제보자 : 장손으로서 잘못된 건 바로잡아서 끝까지 제가 모시고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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