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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고위층 병역과 '평발'…"다시는 내밀지 마라"

입력 2015-01-28 21:34 수정 2015-01-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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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앵커브리핑으로 시작합니다.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아프고 괴롭겠지만 가서 대통령보다도 국회의원보다도, 그리고 애국을 말하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보다도 더 진실한 병장이 되어라."

소설가 김훈이 지난 2002년 언론에 기고했던 글을 모은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의 한 구절 읽어드렸습니다.

오늘(28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 '평발'입니다.

작가에게도 아들의 군입대는 피할 수 없는 고민거리였나 봅니다.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아든 아들이 평발을 내밀며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느냐고 묻자 머뭇거리던 아버지는 대답 대신 언론에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그는 권력자의 아들들이 각종 이유로 병역면제를 받아온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들이 끝까지 그 문제를 자신에게 묻지 않길 바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참담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 나라의 무수한 힘없는 아버지들의 참담함"

작가 김훈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의 입장에서 보자면 군대라는 곳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국민의 의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군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소식은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마음을 더욱 조바심치게 만듭니다.

근래만 해도 해안가에서 보초를 서다 실종돼 결국 차가운 바닷속 시신으로 발견된 육군 일병이 있었고 포 훈련 도중 머리를 맞은 해병대 일병의 죽음이 전해졌습니다. 여군을 상대로 한 파렴치한 성추행 사건이 알려졌고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참혹한 사건들이 군대에서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모든 증빙자료를 다 공개하겠다"

신임 총리 후보자는 차남이 고의로 병역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말합니다.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다만 국민이 의아한 것은 '군필'이 공직검증의 훈장. 혹은 자랑이 될 만큼 정치인과 그 가족의 군 면제가 너무나 흔하다는 겁니다.

현 정부 장관의 현역복무 비율이 2명 중 1명 꼴인 50%였다는 분석이 나왔고, 그 자녀들 또한 각종 군색한 이유로 인한 병역면제가 너무도 자주 발견됩니다.

현역판정비율 91%. 이른바 '국민개병시대'에 힘도 권력도 없는 부모의 절망과 무기력함은 여기에서 나옵니다.

"남의 귀한 아들을 총알받이로 전쟁에 보내고 내 아들만 안 보낼 수 있는가."

1960년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장준하 선생이 한 말입니다.

선생은 베트남전 파병을 적극 반대했지만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자 당시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맏아들을 전쟁터로 보냈습니다.

아.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작가 김훈의 평발 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역시 현역으로 입대했습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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