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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외국인 노동자 '노예농장'…인권 사각지대

입력 2015-01-14 21:55 수정 2015-01-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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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국인 노동자들. 이미 제조업과 건설업을 넘어 서비스산업까지 우리산업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이 언제부터인가 젊은 일손이 떠난 농촌과 어촌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사실들을 알고 계셨는지요. 문제는 바로 이곳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사각지대라는 점입니다.

농어업 분야의 외국인 인권 실태를, 오늘(14일) 탐사플러스에서 다루겠습니다. 박영우 기자입니다.

[기자]

찌는 듯한 더위의 지하 갱도에서 석탄을 캐고, 독일 간호사들이 꺼리는 시체 닦는 일을 합니다.

영화 국제 시장의 한 장면. 우리도 한때는 외국인 근로자였습니다.

법무부가 집계한 2013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는 24만여명. 이 가운데 고용허가제로 농어촌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2만명이 넘습니다.

농어촌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젊은 일손이 필요하자 생긴 현상입니다.

문제는 이들의 인권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농장 주인이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 들어와 집기를 부수고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농장주 : 사인 안 해. 누가 사인해 줄까 봐. 야 XXX 아. 때려죽여 버려야지.]

심지어 폭행까지 합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곳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일터를 옮기겠다고 말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일터를 옮기려면 고용주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농장주는 이직에 동의할 수 없다며 행패를 부린 겁니다.

[라니/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 다른 농장 가겠다고 하니. 욕하고 때리고.]

충남 논산에 위치한 또 다른 농장입니다. 농장주가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청년을 때리기 시작합니다.

때리지 말라고 항의하자 다른 곳으로 끌고 갑니다.

폭행을 당한 사람은 캄보디아 청년 팀 티와 핏 소타릇입니다.

고된 일에 힘들어도 캄보디아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참고 견뎠습니다.

[핏 소타릇/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 여기서 일하면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월급은 우리나라에서 정말 큰돈입니다.]

농장주의 폭언과 폭행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 하나 없이 농약을 뿌리는 작업을 할 땐 심한 두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팀 티/캄보디아 출신 근로자 : 농약을 살포할 때 제 건강을 염려해주는 사장님은 없었습니다. 마스크나 방재복 등 어떤 보호장구도 주지 않았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는 농업 뿐 아니라 어업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JTBC 취재진은 외국인 선원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부산 남항. 출항을 준비하기 위해 정박한 배들이 가득합니다.

한국 선원보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선원이 더 많습니다.

한 단체의 도움을 받아 중국인 선원들을 만나봤습니다.

한국 선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 한 번 물어봤습니다.

[부당한 행위를 당하거나 폭언이나 폭행당하신 분 손들어 보시겠어요?]

한 자리에 있던 다섯명의 선원 모두 폭언이나 폭행 경험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충영/중국 출신 근로자 : XX놈아 계속해. 폭력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 기관사님 술 마시고 나서도 욕하고 때리고.]

심지어 통장이나 신분증을 압류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외국인 선원들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명백한 불법입니다.

[노영실 변호사/법무법인 정의 : 사용자가 근로자의 통장이나 신분증을 돌려주지 않고서 근로를 강요할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7조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들의 생활은 어떨까? 외국인 선원들이 머무는 선실을 보기 위해 정박해 있는 배에 올랐습니다.

한 평 남짓한 공간, 베트남에서 팜 자와 팜 만남은 이곳에서 생활합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든지 물어봤습니다.

[팜 자/베트남 출신 근로자 : 말이 안 통한다고 한국 선원들이 욕을 하는 게 싫었어요.]

취재진이 농촌에서 일하고 선원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 대부분 장시간 근로에 시달렸고 고용주의 폭언과 폭행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하다 다치는 산재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에서 일하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중국인 선원이 있다고 해서 수소문해 찾아가 봤습니다.

중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5년 전 한국에 온 지헌맹씨. 지씨는 2년 전 조업 중 머리를 크게 다쳐 오른팔을 쓸 수 없습니다.

한국인 선장과 선원들은 지씨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선내에 방치했고 결국 12시간이 지난 뒤에야 치료를 받게 됩니다.

치료 시기를 놓쳐 결국 평생 오른팔을 쓸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한눈에 봐도 정상인 왼쪽 팔과 비교해 보면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습니다.

[지헌맹/중국 출신 근로자 : 왼손은 보다시피 움직이지 못하고 장애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산업재해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는 5천586명에 이릅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산재 건수(9만1824건)의 6%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2008년 이후 전체 산업재해는 줄어들고 있지만 외국인 산재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김사강 연구위원/이주와 인권연구소 : 병원에 옮기고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산재 처리가 제대로 안 되고 이후에 보상도 너무 적다는 문제 때문에 많은 분이 힘들어합니다.]

정부는 다양한 방법의 외국인 산재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대부분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농업이나 어업 종사자에 대한 산재 예방 교육은 아예 논의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접근성이 좋지도 않고 재해예방 사업의 효율성을 봤을 때 너무 떨어져서. 상시적인 시스템은 없습니다.]

코리안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 사각지대 없는 제대로 된 인권 실태 파악과 지원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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