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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언론은 왜 이재명 시장을 비판할까

입력 2014-12-0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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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언론은 왜 이재명 시장을 비판할까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명언 중 이게 기억 납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그 시간에 책을 읽어라."

이재명 성남시장을 보면서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입니다. 건전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푸념에 가까웠습니다.

'빽없고 힘없는 성남 시민구단이 당한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부정부패하고 불공정한 나라 운영이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는 것처럼,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리그 운영은 축구계를 포함한 체육계를 망치는 주범입니다.'


요컨대 '성남이 오심으로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결정적 오심이 세 경기에서 나왔는데, 이 중 한 경기만 이겼다면 강등권 직전까지 몰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빽없는' 성남이라 칭하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로축구가 불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페이스북에 푸념처럼 적은 글이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사실 공인의 페이스북 등 SNS는 더 이상 감춰진 공간이 아니죠. 이 시장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중요한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각성하라는 의도로 쓴 글이라 해명했지만, 과연 그런 의도였을까. 의도 대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큰 이슈는 됐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언론들 반응을 보면 이 시장을 옹호하거나 옳은 비판이라고 동조하는 글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시장은 이 또한 못 마땅한 모양입니다. 언론이 프로축구연맹을 지나치게 지켜준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글이 공감을 얻기엔 뭔가 부족한다는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실 스포츠 경기에서 오심 논란, 축구에선 '영구미제'가 된지 오래입니다. 축구는 가장 원초적인 스포츠로서 '축구다움'을 내세웁니다. 인간이 관장하는 경기라는 자존심 때문에 그 흔해진 비디오 판독도 하지 않습니다(FIFA는 월드컵에서 골 판독 기술만 가동했습니다). 야구 배구 농구는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 시비를 줄이고 있는데 말이죠. 사실 축구에선 심판이 '어드밴티지 룰'을 적용해 반칙을 눈감는 경우도 있긴 하죠. 그렇다보니 오심 논란은 언제나 경기가 끝난 뒤 더 크게 번지곤 합니다.

물론 성남도 오심의 피해를 봤을 겁니다. 프로축구에 몸담고 있는 구단이라면, 모두 오심에 대한 피해의식을 안고 삽니다. 축구에선 이 때문에 항의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다들 정식 절차를 밟습니다. 경기 직후 재심을 청구하는 방식이죠.

정치인 이재명 시장으로선 SNS를 통해 이슈화를 해 어젠다를 만들었으니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정치인다운 '승부수 던지기'도 확인했습니다. 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된 것 자체를 탄압이라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 시장에겐 삶이 투쟁이었죠. 낮은 곳에서 불의 불합리와 싸웠던 그의 삶을 기억합니다.

우리 축구는 이 시장의 지적대로 아직 문제투성이입니다. 이 시장이 비판했던 것처럼 심판 판정에 대해 일언반구도 못하는 풍토는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시장이 지적했던 그 규정은 못 마땅합니다. 심판의 권위와 독립을 위한 규정이지만 경기 후 심판 판정 등에 대한 뒷담화를 금지하는 건 스토리 부족의 프로축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현존하는 룰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바꾸면 되고, 이 또한 구단주라는 신분에선 훨씬 쉽게 접근할 수 방식이 있습니다.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하면 됩니다. 계속 주장하고, 또 주장해서도 통하지 않는다면 인터뷰를 통해 공론의 장에 그것을 꺼내놔도 좋습니다. 이렇게 프로축구 자체를 부정하듯 불만을 토해놓는 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가 이 시장의 축구에 대한 열정, 성남을 향한 사랑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시민구단 성남FC를 사랑한다면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길 바랍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성남FC가 가야할 길이 보일 겁니다.

시장이 당연직처럼 떠안는 시민구단의 구단주 자리를 내려놓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한 명의 열혈 서포터로 돌아가는 겁니다. 시민구단에선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시민구단이 위기라는데, 새로운 시민구단의 실험을 해보는 겁니다.

12월, 프로축구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내년부터 K리그 챌린지에 뛰어드는 서울 연고의 신생팀 이랜드FC는 선수 선발 공개테스트로 얼어붙은 그라운드를 녹였고, 경남과 광주는 승강을 위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진행했습니다.

오광춘 스포츠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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