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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푸대접 받았다" 최강희 감독 작년 발언…실제 와서 보니

입력 2014-11-1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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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푸대접 받았다" 최강희 감독 작년 발언…실제 와서 보니


우리 축구 대표팀과 함께 이란 테헤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직감했습니다. 이곳은 요르단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말입니다. 사실 요르단 암만에서 취재할 때 요르단 기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 그리고 경기 당일에만 요르단 기자 몇 명을 만났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란은 달랐습니다. 공항부터 취재진이 대거 몰려 나와 있었습니다. "요르단전에서 골을 넣은 선수가 한교원이 맞느냐?" "한국팀 주장은 구자철이 맞느냐?" 등 이것 저것을 열심히 물어보면서 취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입국 다음날 우리 대표팀의 훈련장에는 더 많은 이란 기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워낙 북새통을 이룬 까닭에 대표팀은 예정보다 일찍 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왜 이 정도로 관심이 큰 걸까요? 물론 이란의 축구 열기 자체가 높기도 하지만, 역시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벌어졌던 우리나라와 이란의 신경전 때문일 겁니다. 당시 오갔던 양측의 설전, 그 내용이 워낙 많다보니 다 전하기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라면 최강희 당시 대표팀 감독과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 사이에 벌어진 설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18일 울산에서 열린 우리나라와 이란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직전, 최강희 감독이 "이란 원정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이란이 밉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우리는 최선의 대접을 했다. 그런 말은 이란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받아친 뒤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경기에서 이란이 이긴 뒤에는 케이로스 감독이 우리 벤치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동작까지 취했는데요.

누가 봐도 비신사적인 이 행동을 이란 기자들은 여전히 두둔하고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한 이란 기자는 "한국과 이란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는데 최강희 감독이 지난해 울산에서 먼저 도발을 했고 아직까지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취재수첩] "푸대접 받았다" 최강희 감독 작년 발언…실제 와서 보니


그렇다면 정말, 최강희 감독이 없는 말을 지어냈던 걸까요? 우리 대표팀에게 배정된 훈련장을 보는 순간 어렴풋이 최감독 심정이 이해가 됐습니다. 이란축구협회가 제공한 훈련장, 기본인 잔디 상태부터 형편 없었습니다. 잔디를 제대로 깎지 않아 신발이 잔디에 푹푹 박히고 그라운드 중간중간에는 흙바닥까지 드러나 있었습니다. 대표팀이 훈련하는 장소라기엔 너무나도 미흡했습니다.

인터뷰에 나섰던 이청용 선수도 "이란 원정은 여러가지 환경이 가장 힘들고,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경기를 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에서 본 것과 이런 얘기들을 종합해볼 때 지난해 최강희 감독의 '푸대접' 발언은 사실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강희 감독이 아닙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입니다. 이란 감독은 여전히 케이로스 감독입니다. 우리 감독이 바뀌었으니 그동안 이어져오던 양측간 신경전은 중단될까요? 아무래도 월드컵 진출이 걸려있던 지난해와 달리, 평가전이니만큼 그 전 만큼의 신경전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란과 경기하게 될 곳은 '이란 축구의 성지' 아자디 스타디움입니다. 그 어떤 강팀이라도 아자디에 와서는 쉬운 경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이란 케이로스 감독은 TV방송에 직접 출연해 아자디 스타디움으로 찾아와 뜨거운 응원을 해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10만 수용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 응원단이 쏟아낼 응원 함성, 벌써부터 귓가에 울리는 것 같습니다.

1950년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홈팀 브라질이 우루과이한테 결승골을 내주고 1대2로 패한 순간, '브라질 축구의 성지' 마라카냥 경기장은 일순간 침묵에 잠기던 영상을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내일 우리나라가 이란을 상대로 아자디 경기장에서 64년 전과 같은 한 순간의 침묵을 연출 해내기를 바랍니다.

- 이란 테헤란에서
박진규 스포츠문화부 기자 jkyu20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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