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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김연아의 IOC 위원, 체육회에 달렸다

입력 2014-11-06 20:22 수정 2014-11-0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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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김연아의 IOC 위원, 체육회에 달렸다


"소치올림픽에서의 현역 은퇴는 IOC 선수위원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2012년 7월 2일, 김연아 선수 복귀 기자회견)

"제가 딱 도전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어서 구체적으로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014년 11월 4일, 평창동계올림픽 김연아 홍보대사 위촉식)

사실 김연아의 당찬 도전을 기대했습니다. IOC 선수위원 도전에 충분한 도움이 될만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식이었으니까요. 자격을 충분히-어쩌면 그 이상-갖췄기에, 김연아의 도전은 환영받을 일일 겁니다. 그런데 김연아는 어쩐지 조심스러웠습니다. 2년 4개월 만에, 무엇이 김연아를 소극적으로 만들었을까요?

7년 정도 김연아를 취재해온 기자로서, 저는 김연아의 발언을 '배려'라고 해석했습니다. 선수위원은 국가별로 단 한 명에게만 허락됩니다. 문대성 위원(2008~2016)의 임기가 끝나면 우리나라 선수가 새로 출마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미 장미란(역도)이나 진종오(사격) 등이 IOC 선수위원 도전을 밝힌 상황입니다. 2016년에 한국 선수가 당선된다면 김연아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아가 "저도 도전합니다"라고 얘기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먼저 기회가 찾아오는 선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테니까요. "2016년 하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위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아요"라는 김연아의 말에서도 이런 속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많은 팬들은 '왜 김연아는 2016년에 선수위원이 될 수 없나' 궁금해합니다. 이건 IOC 선수위원 구성 때문인데요, 총 12명의 선출직 선수위원은 하계 선수 8명, 동계선수 4명으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김연아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당해 또는 직전 올림픽 출전자만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2018년이 아니면 후보로 나설 수도 없습니다.

대한체육회는 "2018년 당선 가능성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2016년에 후보를 안 낼 수는 없다. 2016년에도 선수위원회 추천에 따라 1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당선자가 없을 경우) 2018년에도 후보를 낼 계획"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김연아의 팬들은 2016년에는 한국 선수가 IOC 선수위원이 되지 않길 바라야만 하는 걸까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IOC 위원장이 직권으로 지명하는 3명의 선수위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종목에서 최고 활약을 한 선수들을 IOC 위원장이 선수위원으로 지목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이미 해당 국가에 선수위원이 있더라도 또 다시 지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크 로게 전 IOC 위원장이 중국의 양양A(중국, 쇼트트랙)를 선수위원으로 지명하면서, 중국은 리링웨이(중국, 배드민턴)까지 2명의 선수위원을 갖게 됐습니다.

양양A 외에도 스테판 홀름(스웨덴, 육상)과 바바라 켄달(뉴질랜드, 요트)이 로게 전 위원장이 지명한 선수위원이고, 동계종목 선수인 양양의 임기가 2018년까지니까,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새로 선수위원을 지명할 수 있습니다.

김연아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이고, 실제로 김연아는 선임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2018년에는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 평창에서 열리고, 김연아는 이 동계올림픽의 가장 활동적인 홍보대사이기도 하니까요. 게다가 김연아가 선수 시절 이룬 업적은 더 이상 훌륭할 수 없습니다. 여자 피겨 사상 최초로 올 포디움(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입상한 경우)을 달성했고, 올림픽에선 금메달 1개와 금메달 같은 은메달 1개를 따낸 선수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친교를 나눴고, 스티비 원더와 제인 구달 사이에 앉아 의견을 나눴습니다. 메시·페더러·베컴과 유니세프 친선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좀처럼 찾기 힘든 아마추어 종목의 세계적인 스타입니다. 여기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 당시의 모습도 전 세계에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직 피겨 선수 출신 IOC 선수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김연아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이제 바흐 위원장이 김연아를 선수위원으로 지명할지 여부는 대한체육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수위원 지명은 바흐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선수의 현역시절 성적과 활약상은 기본이고, NOC의 꾸준한 노력과 로비 등이 필요하죠. 아직 평창동계올림픽까지는 3년 넘게 남아있어 대한체육회 차원의 움직임은 없지만, 이제는 체육회가 나서서 IOC 선수위원 후보들을 지원해야 할 때입니다.

김연아의 업적도 홍보해야 하고, 각종 국제 무대에 꾸준히 김연아를 등장시켜야겠죠. 이런 노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도 함께 해햐 할 겁니다. 다행히 12월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데이 행사를 김연아와 함께 할 계획이고, 앞으로 열릴 국제 IOC 회의에도 김연아를 적극 참가시킬 생각이라고 하는군요.

우리나라에는 2명의 IOC 위원이 있습니다. 문대성 선수위원은 임기 종료까지 2년 남았고, 이건희 위원은 병상에 있어 활약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스포츠 외교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 한 명의 IOC 위원이 소중하고 아쉬운 만큼, 대한체육회가 제 몫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온누리 스포츠문화부 기자 nur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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