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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려 간직해 온 국보 '세한도'…아무 조건 없이 기증

입력 2020-12-08 21:06 수정 2020-12-08 22:56

91세 기증자 손창근 씨…'최고 영예' 금관문화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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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기증자 손창근 씨…'최고 영예' 금관문화훈장

[앵커]

지금 보시는 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입니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그림, 14m 전체 모습이 최근에 공개됐죠. 선뜻 기증해 준 소장자가 오늘(8일) 훈장을 받았습니다. 세한도는 한때 일본인 손에 넘어갔다가 1944년에 국내로 돌아왔는데요.

이 그림을 50년 넘게 보관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기증해 준 손창근 씨 가족을 최하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거친 붓질로 한겨울 추위를 견디는 푸르름을 담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180년 세월을 거치는 동안 주인만 열 번 바뀐 끝에 올 초, 모두의 그림이 됐습니다.

1944년, 포탄이 쏟아지던 도쿄의 일본인 손에서 돌아왔고, 이후 개성 출신의 고 손세기 씨가 사들여 50년 가까이 대를 이어 간직해 오다가 기증한 겁니다.

1970년대에 이미 고서화 200여 점을 서강대 박물관에 기증한 아버지를 뒤따라 손창근 씨도 조건 없는 기부를 이어갔습니다.

추사가 말년에 남긴 난초 그림, 용비어천가 초간본을 비롯한 유물 3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가장 아껴온 '세한도' 한 점만 남겨두다 아흔한 살을 맞은 올해, 마지막 결단을 내렸습니다.

문화재청은 오늘 "문화재의 금전적 가치부터 따지는 세태에 큰 울림을 줬다"며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최고 영예의 이 훈장이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에게 주어진 것은 처음입니다.

고령인 손씨를 대신해 훈장은 자녀들이 받았습니다.

[손성규/손창근 씨 차남 : 세한도는요. (아버지의) 문화재 사랑에 대한 역사였던 거 같아요. 2020년도 역사의 한 장을 잘 마감해주셨던 거 같습니다.]

명화와 함께 자랐을 것 같지만, 아버지는 집에서 '세한도'를 딱 한 번 보여줬고, 기증 사실도 나중에 알았다 했습니다.

[손성규/손창근 씨 차남 : 섭섭하지 않았다고 하면 조금 (마음에) 없는 얘기인 거 같고요. '자식보다 더 귀한 거다' 이렇게 말씀하셔서…]

소중한 유물을 모두의 유산으로 남긴 한 가족의 이야기는 시린 겨울 같은 고난도 함께 견뎌내자는 세한도와 더불어 따뜻한 울림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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