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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대은, 문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혔다

입력 2016-12-21 06:01 수정 2016-12-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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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대은, 문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혔다

2016년 가을, 이대은(27)에게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일본 프로야구 경험을 뒤로 하고 국내 복귀를 택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해외파 선수의 퓨처스 경기 출장을 금지한 KBO규약 때문에 상무, 경찰야구단 입단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됐고, KBO는 국가대표 선수에 한해 예외를 두기로 했다.

잘 풀려가는 듯 했지만 문신 문제로 경찰야구단 지원에서 두 번 탈락했다. 우여곡절 끝에 14일 경찰야구단에 최종 합격했다. 이를 두고 여러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이대은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20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입을 뗐다. 마운드에서 무표정한 모습과 달리 "아직도 인터뷰가 쑥쓰럽다' '말 주변이 없다'며 낯설어했다. 그러면서도 특히 문신과 관련된 오해에 대해 조심스럽게 사연을 털어놨다.

이대은은 신일고를 졸업한 뒤 2007년 미국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을 잡혀 이듬해 토미존 서저리(팔꿈치인대 접합수술)을 받았고 마이너리그에서만 7년을 버텼다. 2015년 연봉 5000만엔(약 5억원)을 받고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해 9승 9패 4홀드·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한국인 투수의 시즌 최다승 기록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1군에서 고작 3경기(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20)만 뛴 채 퇴단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뽑힌 그는 내년 3월 개최되는 제 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완 투수 부재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지난 14일 경찰 야구단에 최종 합격했다(입대일 미정).
"정말 감사하다. 많은 분의 도움으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말 잘 풀린 것 같다. 부모님도 줄곧 '잘 될 것이다'고 응원해하면서도 걱정하셨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하신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월 "해외 진출 뒤 국내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않은 상태로 상무와 경찰야구단에 입단한 선수는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해 야구와 병역 의무 이행을 이행하기 쉽지 않았는데.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가족과 에이전트와 얘기를 많이 해왔다. 그래도 잘 풀려서 다행이다."

-현역 입대까지 고민했다고 들었다.
"다 안 되면 그 방법 밖에 없었으니까…"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0월 "KBO 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구단과 계약한 선수가 KBO가 정한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우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하여 KBO 퓨처스리그에서 출장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대은에게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KBO가 예외 조항을 두는 데는 '국가대표로 공헌한 점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 영향이 컸다. 이번 일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느꼈을 것 같다.
"정말 그랬다. 관련 기사에 댓글이 엄청나게 달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나를 응원해주시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반대하는 글은 거의 보지 못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팬들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제 348회 의무경찰 응시자 명단
제 348회 의무경찰 응시자 명단

-그런데 지난 10월 말 348차 의무경찰 응시 때 문신을 지우지 않아 탈락했다.
"사실과 좀 다르다. 문신을 지우지 않고 체력 및 적성검사를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한 차례 문신 제거 레이저 시술을 받고 갔다. 한 번에 문신을 모두 지우긴 어려웠다. 일본에서는 시즌 중이라 지울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입대 전까지 모두 지우려고 했다. 문신을 계속 지우는 과정이었다."
[인터뷰]이대은, 문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혔다

이대은은 10월 24일 경찰청 관계자의 요청으로 문신 제거 시술 흔적을 사진으로 촬영해 전송했다. 제거 시술은 그 며칠 전에 받았다. 이대은이 체력 및 적성검사일은 10월 25일이었다. 면접 전에 이미 제거 시술을 한 차례 받은 것이다.

관련 규정이 애매모호했던 점도 있다. 지난 1월 개정된 '의무경찰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문신 시술 동기, 의미, 크기 및 노출 정도가 의무경찰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는 사람'이라는 기준이 명시됐다. 이대은측 관계자는 "경찰청 요강을 보면서 너무 선정적이거나 문신의 크기가 얼굴 전체의 20% 이상을 덮고 있는 경우, 또 동료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문신 등을 탈락 사유로 파악했다. 한 번에 모든 문신을 지우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은의 문신은 가족의 이니셜을 새긴 것이다. 혐오스러운 문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추가 모집은 이대은에게 '특혜'를 주는 차원과 거리가 멀다. 지난 10월 경찰청 야구단 관계자는 "올해부터 모집 방식을 변경했다. 예년에는 딱 한 차례 지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세 차례 모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경찰청 야구단은 9월, 10월, 11월 모집 지원서를 받았다.
[인터뷰]이대은, 문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혔다


-그때 '문신 시술도 받지 않고 응시했다'는 주장에 반박할 생각이 없었나.
"지인들도 '너는 문신 안 지워도 합격할 줄 알았느냐'고 핀잔을 주더라. 그 부분이 다소 답답하고 억울했다. 노력은 했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오해는 최종 합격 후에 풀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사실이 아닌 만큼 당장 반박하지는 말고, 결과가 나왔을 때 오해를 풀면 되지 않겠냐'고 하셨다."

-지금은 완벽하게 문신을 제거했나.
"레이저 시술로는 5~6개월 걸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종의 성형 수술을 받았다. 피부를 절개해서 문신을 들어내고 꿰맸다."

-신일고 출신의 한 선수는 '대은이가 가족 문신이라 쉽게 안 지울 것이라"고 했다.
"그 부분도 고려했지만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선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군 생활이 걱정되진 않나?
"설렘 반 걱정 반이다. 훈련소 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니 잘 준비하라는 조언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같은 또래인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점에 다소 설렌다. 그 동안 좀 외로웠다."

[인터뷰]이대은, 문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혔다



◇대표팀과 해외 생활

-이대은에게 국가대표한 어떤 의미였나.
"'꿈' 같은 거였다. 작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야구 인생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뽑혔다. 최고 선수들과 같이 야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대표팀에 계속 뽑히고 싶다. 한국을 대표해서 다른 나라 대표팀과 맞붙는다는게 뿌듯했다. 또다른 책임감이 느껴졌다."

-WBC 대표팀에 우완 투수가 모자란다는 평가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그래도 WBC 대회에는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다. 이 룰을 잘 활용한다면 좋은 성적 낼 수 있지 않을까."

-오랜기간 해외 무대에서 뛰었다. 후회하진 않나.
"후회는 전혀 없다. 고교 졸업 뒤에 해외로 나간 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에서 많이 보고 배웠다. 해외 생활이나 운동 환경에 스며든다는 부분에서."
[인터뷰]이대은, 문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결국 밟지는 못했다.
"그건 많이 아쉽다. 한 번이라도 올라갔으면 괜찮았을텐데. 그래서 미련이 남는 거다. 7년 동안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달려왔는데 이루지 못했으니까. 누구라도 빅리그에서 뛰고 싶지 않겠는가.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기도 한데…"

-지바 롯데에선 올 시즌 2군에 주로 머물렀다. 힘들었을 텐데.
"2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갔다. 2군 다승왕을 차지했다."

'2군 성적에 비해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해 아쉽지 않냐'고 질문했다. 이대은은 1군 경기에서 구단 분위기를 직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기사화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다. "코칭스태프의 결정에는 따라야 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운동을 시작했다. WBC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캐치볼도 할 만큼 몸을 만들어놨다. 아무래도 훈련소에 입소하면 몸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에 소집되면 곧바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최대한 몸을 만들려고 한다."

-제대 후 진로는 결정했나.
"군 복무 2년 동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퓨처스리그에서 열심히 잘 하는 게 중요하다. KBO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

-WBC 출전에 대한 각오가 있다면.
"대표팀 소집 전엔 실감을 못하겠다. 선수는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각오가 달라진다. 지금은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이형석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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