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가운데 10명 중 7명은 냄새를 못 맡거나 맛을 못 느낀다고 합니다. 미국의 한 연구진이 분석해보니,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의 유전자에서 겪지 않은 사람과는 다른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신수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생활치료실에 머물던 30대 이현정 씨는 간식으로 나온 초콜릿을 먹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현정/코로나 후각 상실 경험자 : 초콜릿을 먹었는데 완전 맛이 없는 거예요. 초콜릿 맛이 안 나서 그때부터 그때부터 냄새를 막 맡아봤더니 아기 응가 냄새도 안 나는 거예요. 당황했죠. 나 냄새가 안 나네? 헐?]
20대 류성훈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류성훈/코로나 후각 상실 경험자 : 아침으로 제육볶음이 나왔는데, 제육볶음 맛이 하나도 안 나고 박스를 씹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두 사람처럼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냄새나 맛을 느끼는 게 어려웠단 사람은 10명 중 7명 정도.
미국 유전자 분석 기업 '23앤드미' 연구진의 조사 결과입니다.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 69841명 가운데 47298명이 냄새나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후각·미각을 잃은 사람과 잃지 않은 사람의 유전체를 비교해봤습니다.
세포 속 염색체 23쌍 가운데 연구진이 주목한 건 여기, 4번 염색체입니다.
코로나에 걸린 뒤 후각을 잃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후각과 관련된 'UGT2A1'과 'UGT2A2' 두 개 유전자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종일/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장 : 후각 상실이 어떤 기전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볼 수 있고요, 이 기전을 밝혀낸다면 후각 상실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 개발도 가능하고…]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이 유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후각과 미각을 잃게 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영상디자인 : 강한결·안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