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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눈 찢기' 뒤 사과한 이탈리아 방송인…사과 맞나요?

입력 2021-04-15 21:15 수정 2021-04-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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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친절하게 '김소현의 백브리핑' 시작합니다.

첫째 브리핑 < 뻔뻔한 사과 > 입니다.

이탈리아 유명 TV쇼의 한 장면부터 보시죠.

[자 이제, 'Lai Scoglio Ventiquattlo'와 연결하겠습니다~ 왜 LAI죠? 왜냐하면 우리 리포터가 (공영방송 RAI의) 베이징 지국을 얘기할 거니까요~ 아~~ LAI~ LAI~ 발음을 제대로 해야 해요 LAI~ LAI~???]

정말 지치지도 않는 아시아인 조롱이네요.

아시아인 눈 작다고 놀리는 자세죠.

양손으로 두 눈 찢어 보이고 R과 L 발음 구분 못 한다고 지적질 한 겁니다.

눈을 찢고 있는 이 남성, 게리 스코티는 전직 국회의원, 그 옆의 미셸 훈지커는 모델 출신의 배우입니다.

이 방송, 무려 460만 명이 지켜봤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이 소셜미디어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당연히 인종차별이란 비난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훈지커, 이런 사과 영상 올렸는데요.

[미셸 훈지커/이탈리아 TV쇼 진행자 : 나는 딸들에게 실수로 상처를 주더라도 서로 사과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나에게도 그렇게 하는 게 공평하겠죠. 정말 죄송합니다.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근데 이거 사과 맞습니까? 반인륜적인 인종차별과 가족 간의 소소한 실수를, 어떻게 같은 선상에 놓고 보죠?

다리 꼬고 하는 사과도 우리 정서에야 안 맞지만, 문화차이라 쳐도 내용이 좀 이상하지 않나요? 더 들어볼까요?

[미셸 훈지커/이탈리아 TV쇼 진행자 : 나는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에 민감하단 걸 깨달았어요. 그걸 고려하지 않은 제가 너무 순진했죠. 저는 인종차별과는 가장 거리가 멉니다. 미안해요. 증오하지 말아요. 우리는 모두 실수하잖아요.]

인종차별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게 어제 오늘의 문젠가요?

그걸 모르고 시사 풍자 방송을 진행했다니, 게다가 순진해서 그런 거니까 그냥 넘어가자고요?

당장, 뭐가 잘못된 건지 알긴 하는 거냐 이런 반응 잇따랐습니다.

훈지커, 앞서 소셜미디어에 햇빛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는 자신의 애완견 사진 올리며 "중국인 같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방송 진행이 힘들 정도로 너무나 지나치게 순진무구한 건 아닌지 한번 따져 봐야겠네요.

다음 브리핑 < 살 만한 세상 > 입니다.

차들이 쌩쌩 오가고, 사방에 건널목이 있는 교차로에서 수십 개의 생수통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서울 강서구의 한 교차로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좌회전하던 트럭이 기우뚱하면서 생수 박스 수십 개가 도로에 떨어진 겁니다.

그런데 영상 보시면, 여러 명의 사람들이 생수를 차에 싣고 있죠.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오가며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듭니다.

[남정은/목격자 : (트럭 기사) 아저씨가 혼자 주우려고 하시는데 신호가 바뀌자마자 다른 시민분들이 거기 가서 먼저 그걸 해주셨고, 그 뒤에 경찰 아저씨가 뒤늦게 오신 거예요. (정리하는 데)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렸던 거 같아요. 계속 신호가 바뀌고 차가 지나갈 때…]

경찰이 출동해 교통상황을 정리하고, 다 싣지 못한 생수는 인도로 옮겨졌는데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위험했던 도로는 20분 만에 정리됐습니다.

이런 훈훈한 장면, 대구에서도 있었습니다.

왕복 6차선의 도로에 트럭이 지나가면서 벽돌이 와르르 떨어지죠.

옆 차로에 차라도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한데, 이후에도 차들이 벽돌을 비껴가며 위험한 상황은 이어집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차로를 막고 벽돌을 치우기 시작하는데요.

그러자 버스 정류장에 있던 시민 십여 명이 자연스럽게 걸어나와 함께 벽돌을 치웁니다.

[장준영/대구강북경찰서 경무계장 : 우리 경찰관 둘이 내려가지고. 장비도 없지 않습니까, 갑자기 출동하는 바람에. 손으로 이제 갓길로 이제 한두 번 옮기니까. 버스정류장에 구경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막 나와 가지고. 한 2~3분 걸렸습니다. 우리 직원들만 했으면 십몇 분 걸렸을 건데.]

경찰은 대구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몸이 먼저 움직이는 모습, 이런 모습보니까,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흘러다녀도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 이런 생각 듭니다.

오늘 백브리핑, 여기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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