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뚝 떨어진 임대동 "노인정·도서실도 못 가"

입력 2022-01-12 20:36 수정 2022-01-13 11:3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같은 아파트 단진데 한두 동만 멀리 떨어뜨려 놓거나 담벼락으로 갈라놓고, 편의시설을 막고, 출입구도 다르게 씁니다.

공공 임대 아파트를 이런 식으로 구별 짓는 건데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고민해봤습니다.

[기자]

2017년에 지어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와봤습니다.

이곳에 총 14개 동이 있는데 유달리 한 동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얼마나 걸릴지 걸어보겠습니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아파트 정문부터 이곳까지 오는데 6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이곳은 이 단지의 유일한 임대동입니다.

멀찍이 떨어진 나머지 동들은 일반 분양동입니다.

교회와 일반 건물을 사이에 두고 임대동 하나만 떨어져 있습니다.

조금 전 도착한 아파트 동 건물로 올라와 봤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다른 단지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거리가 상당히 멉니다.

출입구도 따로, 지하주차장도 따로입니다.

임대동 주민들에게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임대동 주민 : 많이 떨어져서. 저쪽으로는 거리가 머니까 잘 안 다니는 편이죠.]

불편한 경험을 했다는 주민도 있습니다.

[임대동 주민 : 목욕탕도 있고 헬스도 있고 아이들 보는 도서실도 있거든요. 거기는 사용 못 해요. 임대는 안 된대요. 애들 데리고 갔다가 황당해서, 애들한테 조금 창피하잖아요.]

[임대동 주민 : 여기 사람들이 노인정도 못 오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서러운 점이 많아요.]

이번엔 또 다른 아파트 단지로 와 봤습니다.

제 옆으론 이렇게 높은 벽이 세워져 있고, 뒤엔 계단이 설치돼 있습니다.

벽과 계단을 기준으로 아파트 단지가 둘로 갈라져 있습니다.

벽 아래쪽엔 임대동 2동, 위쪽엔 일반동 15동이 있습니다.

[임대동 주민 : 딱 떼어놓으니까. 여기 임대아파트구나 다 알고 있죠. 임대아파트 사니까 그런가 보다 해야죠, 뭐 어떡해.]

임대동 주민들은 불편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임대동 주민 : 불편한 점이 많긴 많죠. 관리소는 저쪽에 있으니까. 볼일이 있으면 그쪽으로 계속 올라가야 하니까.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죠.]

[임대동 주민 : 배달하시는 분들도 내비게이션에 치면 입구는 저기로 안내를 해주거든요? 그런데 이제 여기는 따로 다시 설명을 해야 하고.]

[권난희/서울 숭인동 : 저는 아기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까, 놀이터 수준만 봐도 사실 저쪽이 훨씬 좋거든요. 지나가다 봤는데.]

[한욱태/서울 숭인동 : 코로나를 옮게 하는 것도 아니고 뭐 병에 걸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냥 사는 사회에 차별을 둘 필요가 있을까요?]

재개발로 세워진 단지는 임대주택을 일정 비율로 짓게 돼 있는데 그동안엔 위치나 외관과 관련된 규정이 없었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 : 기존에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우선 목적이었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지만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TF를 꾸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임대 가구를 구별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면적도 다 섞고 위치도 동도 다 섞어서 추첨하게 하고 하면 우리 바로 앞집에 사는 사람이 임대주택인지 분양주택인지 알 수 없게. 그렇게 섞이게 저희가 이제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임대가구는 더 들어서고 주민도 더 많이 살게 될 겁니다.

임대가구 구별짓기부터 없애나가는 것.

함께 어울려 살자는 말을 구호로만 남지 않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가 아닐까요.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김원섭 / 영상디자인 : 허성운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정윤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