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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은 갔지만 작품은…다시 태어나는 '다다익선'

입력 2020-08-01 20:05 수정 2020-08-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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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03대의 모니터로 쌓아올린 탑. 백남준의 작품 가운데 가장 큰 '다다익선'입니다. 너무 오래돼서 2년 전부터는 가동을 멈췄습니다. 살아 있었다면 얼마 전 88번째 생일을 맞았을 백남준. 그가 세상에 남긴 이 작품이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가 그 복원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고물 같아 보이지만 여기선 한 대 한 대가 귀한 보물입니다.

거장의 대표작을 더 이상 죽은 조각으로 놔둘 수 없기에 여기저기 꽁꽁 묶어둔 쇠막대와 발판 사이를 지나 오늘도 영상탑에 올라 조심조심 모니터를 떼어냅니다. 

이후 안팎에 쌓인 먼지와 이물질을 털고 색이 제대로 나오나 검사합니다.

[권인철/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브라운관 모니터 특성상 정전기가 발생하면서 많은 먼지들이 (안팎으로) 달라붙게 됩니다.]

32년 동안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로비를 빛냈던 '다다익선'이 가림막 뒤에서 받고 있는 심폐소생술입니다.

무게 16t에, 아파트 8층과 맞먹는 18m 높이라 작업을 위한 막대 고정에만 석 달 넘게 걸렸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교체용 브라운관 모니터를 구하는 일.

황학동 중고시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을 뒤져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정성/백남준작품기술전문가 : (백남준이) '야 그거 다 망가지면 그때 좋은 TV 쓰면 되지'…]
                 
혁신가 백남준은 21세기 기술로 고쳐 쓰면 된다 했지만 남은 이들에겐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미술관은 지난해 가급적 원형 그대로 살리되, 교체가 어려운 모니터에만 새 기술을 쓰기로 했는데 낡은 것과 새것의 조화도 복원에서 가장 고민하는 점입니다.

[이정성/백남준작품기술전문가 : 단순한 모니터의 수리 장비의 교체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지켜나가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다다익선'은 정밀진단과 수리를 거쳐 2022년 다시 빛날 날을 기다립니다.

(화면제공 : 우종덕·국립현대미술관)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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