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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합 비율 조작한 저질 콘크리트 써 왔다" 내부 고발

입력 2022-01-19 19:39 수정 2022-01-1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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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주 붕괴사고 이후, 저희 뉴스룸에 건설업계의 내부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믿기지 않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오늘(19일)은 그중에서 '저질 콘크리트'를 집중적으로 다루겠습니다. 광주 사고가 불량한 콘크리트를 써서 일어났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죠. 업계에서 수십 년간 일해온 특히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쪽과도 일해온 한 제보자의 얘기를 지금부터 들어보겠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콘크리트의 '배합 비율'을 조작해왔다고 했습니다. 시멘트를 원래보다 줄여서 넣는 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콘크리트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조작이 돼왔는지 먼저, 정아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레미콘 업계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D씨.

아이파크를 비롯한 대기업 아파트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일을 했습니다.

레미콘은 물에 시멘트, 모래, 자갈 등을 섞어 만든 콘크리트 반죽인데, D씨는 레미콘회사들이 배합 비율을 조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합니다.

[D씨/레미콘업계 내부고발자 : 컴퓨터로 세팅하면 모래 얼마, 시멘트 얼마, 물 얼마 이렇게 딱 돼 있다고요. 그대로 나가야 하는데 그게 수동으로도 조작이 가능하게끔 다 돼 있어요.]

건설 현장에선 레미콘의 품질을 검사해야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랜 유착관계 때문입니다.

건설 현장에 들어가는 레미콘은 샘플을 정해 품질 검사를 받는데, 레미콘회사에서 현장 관리자에게 어떤 게 샘플인지 미리 알려주는 겁니다.

[D씨/레미콘업계 내부고발자 : 운반을 하면 회사에서부터 이 차는 샘플입니다, 딱 하고 나가요. 의도된, 계획된 시나리오에서 뜨는 거 아니에요.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이렇게 '짬짜미'를 했기 때문에 10대의 레미콘 차량이 건설 현장에 간다면, 그중 샘플 차량 1대의 레미콘에만 시멘트 비율을 원칙대로 넣는다고 합니다.

나머지 9대는 시멘트를 줄이는 식의 '저질 레미콘'을 싣고 간다는 얘기입니다.

[D씨/레미콘업계 내부고발자 : 이 차가 샘플입니다 하면, 그 차는 수동으로 시멘트를 더 넣는 거예요. 넣어야 강도가 나오니까.]

건설 현장 관리자가 레미콘 회사를 방문해 점검할 때도 미리 방문 날짜를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날만 질 좋은 레미콘을 준비했다가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D씨/레미콘업계 내부고발자 : 웃기는 게 한 20일 후에 나올 것도 20일 전에 다 알려줘요. 며칟날 점검이 나온다고 그러면 B급을 쓰다가 A급으로 다 바꾸죠.]

건설 현장 관리자가 공급받는 레미콘의 양을 부풀려서 계산한 다음 차액을 리베이트로 되돌려받는 부정부패도 뿌리 깊다는 겁니다.

[D씨/레미콘업계 내부고발자 : 더 받아서 다시 리베이트. 그런 식이기 때문에 어떤 잘못이 있어도 눈을 감아주겠죠, 건설회사에서.]

또 다른 레미콘 업계 종사자도 D씨의 말에 힘을 실었습니다.

[김모 씨/전 레미콘업체 품질관리자 : 원래는 건설업체가 입고 검사해야 하잖아요. 그거를 레미콘 회사에서 하고 있어요. 10대 중 1대만 규격 품질을 만들어서. 실험실장 기름 넣어주는 건 비일비재하고.]

이들은 광주 아이파크 현장의 붕괴 사고가 이런 잘못된 관행이 누적된 결과물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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