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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게 성추행…출구 없었던 '작은 공장'

입력 2021-02-0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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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여성 노동자가 3년이 넘게 추행과 괴롭힘을 당했다며 공장의 사장을 고소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3년 넘게 참아야 했던 걸까요. 먼저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지성 기자가 피해 여성을 만났습니다.

[기자]

60대 여성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인천의 한 작은 공장에서 용접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공장 사장 B 씨의 추행이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A씨 : 손을 잡으려고 해서 뿌리치고…항상 엉덩이를 쳐요. 툭툭 치고 그래요.]

항의해도 소용없었습니다.

[A씨/피해자 : 나는 싫다고 그랬더니 (사장이) '△△씨(전 직원)는 다 받아주는데 왜 □□씨(피해자)는 안 받아주냐'고…]

사적인 연락도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A씨/피해자 : 문자도 '사랑한다' '자기' 어쩌고 문자가 와서…한 번은 술 먹자고 (오후) 9시 55분쯤 됐는데 전화 왔더라고요. OO역 왔다고, 나오라고.]

결국 A씨는 지난달 공장을 그만뒀습니다.

사장 B씨를 고소하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다' '선처를 부탁한다'고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B씨는 취재진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자메시지를 잘못 보냈고,

[B씨/공장 사장 : 자주 가는 술집에 누님이 있어요. 내가 술에 많이 취해서 (직원한테) 잘못 보낸 것 같아.]

신체 접촉 역시 실수라고 주장했습니다.

[B씨/공장 사장 : 공장이 좁으니까 지나가다가 접촉을 해.]

인천 남동경찰서는 어제 A씨를 불러 조사했고, 조만간 B씨도 불러 조사할 계획입니다.

[앵커]

피해 여성은 일터를 쉽게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규정으론 5인 미만의 사업장은 '괴롭힘'을 당해 회사를 그만둬도 실업 급여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5백 명이 일하건, 5인 미만이 일하건 노동자들은 언제든 괴롭힘을 당할 수 있는데, 이런 규정이 발목을 잡은 겁니다.

이어서 박태인 기자입니다.

[기자]

[A씨/피해자 : 저는 나이가 먹었잖아요. 취직하기 어렵잖아요. 회사를 쉽게 나올 수 없었던 건 그냥 내가 안 한다고 나오면 고용보험을 못 타먹어요.]

A씨가 그만두지 못한 이유는 실업급여가 컸습니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면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법이 바뀌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를 그만둬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A씨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5명보다 적은 소규모 사업장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A씨가 일하던 공장의 직원은 4명뿐이었습니다.

다만 성추행과 성희롱으로 그만둔 걸 입증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사업장에서 성추행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은성/노무사 (권리찾기유니온) : (성추행 신고는) 객관적 입증도 어렵고 실제 인정 비율도 낮아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같은 경우는 괴롭힘 진정 자체가 안 되다 보니까… 결국엔 실업급여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A씨처럼 일하는 노동자는 350만 명, 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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