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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세계 유일' 한국식 나이 셈법, 확인해보니

입력 2015-12-30 22:39 수정 2015-12-3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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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내일모레(1일)면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모두 한 살씩 더 드시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 국민이 한꺼번에 한 날 한 살을 더 먹는 것. 외국인들 눈에는 상당히 신기한가 봅니다. 직접 우선 좀 들어볼까요?

[노아 리프/미국 : '한국식 나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선 태어나면 0살이고, 1년 후 같은 날 한 살이 됩니다.]

[터무란/중국 : 중국에선 한국에서보다 한 살 적어요. 그래서 중국에선 어려지고, 한국에 오면 어느새 늙어있어요.]

[오오쿠보 하루카/일본 : (한국식 나이가)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아니노/나이지리아 : 한번은 TV에서 수지가 22살이라는 걸 봤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1995년에 태어났더라고요. 저랑 같은 나이(만 21세)인데 '어떻게 된 거지' 했던 적이 있어요.]

아예 '코리안 에이지다' 이런 말도 쓰는데, 이게 정말 한국에서만 그런 건지, 그렇다면 왜 그런 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보통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됐다고 계산하잖아요.

[기자]

예, 우리나라에서 나이를 따지는 방식, 사전에서는 '세는나이'라고 하는데, 만약 오늘 2015년 12월 30일에 태어난 아이가 있으면 한 살이고 이제 이틀 뒤, 2016년 1월 1일이면 두 살이 됩니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두 살이 되는 건데, 다른 나라처럼 만 나이로 따지면 내년 12월 30일, 첫 돌이 되어서야 비로소 한 살이 되는 거죠.

이런 세는나이 방식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음력 설 기준으로 보편적으로 있었는데, 그래서 '동갑'이란 말도 '60갑자가 일치하는 같은 해에 태어났다'해서 생긴 말입니다.

[앵커]

동아시아권이라고 하면 중국이나 일본도 해당되는 거 아닌가요? 거기에는 이런 게 없나요, 전혀?

[기자]

과거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60, 7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만 나이만 사용하게 했는데, 한국식의 세는나이는 '허세', 즉 '빈 나이'라고 해서 일부 지방을 제외하곤 사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1902년 만 나이를 공식 적용한 뒤 1950년 법적으로도 세는나이를 못쓰게 해 관습상으로도 사라졌는데, 실제 일본 포털사이트에 가서 예를 들어 피겨선수 아사다 마오를 검색하면 '90년 9월생, 25세'라고 나오지만, 한국 포털에서 인물 검색을 하면 '26세 (만 25세)' 이렇게 두 나이가 표시됩니다.

심지어 북한도 80년대 이후 만 나이만 쓰게 했는데,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크게 혼란을 겪는 것 중 하나도 세는나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럼 우리만 이렇게 씁니까, 그러면?

[기자]

한국에서도 사실 민법상 공식적으로는 만 나이를 쓰도록 돼 있습니다.

1962년에 '지금까지 써오던 세는나이 계산은 비과학적이라 통계 등 여러 면에서 어긋남이 많다'면서 다른 나라와 같이 만 나이를 쓴다고 했는데 잘 안 지켜지고 있는 거죠.

한국만 세는나이를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문정희 한국전통문화원 대표 등은 "태교를 중시하는 문화로 볼 때 엄마 뱃속에서부터 한 살로 보는 정서가 있어 그런 것 아니겠냐"는 의견도 제시했지만, 어떤 똑 부러진 문헌 기록이 있거나 정설이 있는 건 아닌 상황입니다.

[앵커]

저 얘기는 제가 중학교 때 생물선생님한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훨씬 더 과학적이고 또 인본주의자였다, 이런 얘기들을 하시더군요.

[기자]

하지만 어떤 문헌 기록상으로나 어떤 모두가 공감하는 어떤 다수설은 없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또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이창원 교수/한성대 행정학과 :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겠죠. 커뮤니케이션의 비용이죠. 매번 만 나이냐, 무슨 한국 나이냐, 그다음에 외국 사람들하고 이야기할 때도 얘깃거리가 되는 거 아니에요. 대개 행정기관에서의 나이를 만으로 해석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걸 또 제대로 이해를 못 해서. 나이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에요.]

[앵커]

글쎄요, 이 비용이 실제로 돈 든다는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건 아니죠? (그렇습니다) 조금 이제 불편하다, 이런 뜻으로 말씀하신 것 같은데 하긴 외국 사람들 만나면 이른바 코리안 에이지 두고 서로 또 설명도 많이 해야 되고 그런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헷갈려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고. 아까도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말한 세는나이와 만 나이 외에 일부 행정적으로는 '연 나이'라는 게 있습니다.

병역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을 보면 자기 생일 기준이 아니라 일정 연령에 이르는 해의 1월 1일이 되면 병역대상이다,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했는데, 이른바 이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단순히 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예를 들어 12월 31일생으로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77년생 가수 싸이 씨의 경우, 세는나이로는 39세지만 만 나이로는 37세, 연 나이로는 38세가 됩니다.

[앵커]

본인이 보고 있으면 굉장히 깜짝 놀랐을 것 같습니다.

[기자]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두가 이렇게 세 가지 나이를 가지고 한국에서는 살게 되는 겁니다.

[앵커]

한국만 이렇고 또 이런 혼란이 있다면 바꾸자는 얘기들도 당연히 나오겠군요.

[기자]

실제 몇 차례에 걸쳐 만 나이만 쓰자는 캠페인이 있기도 했는데,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고 또 결정적인 문제가 없으면 그냥 쓰자는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외국인 가운데 "한국에선 처음 만나면 무조건 나이부터 묻는데 이상하다. 형, 오빠를 너무 엄격하게 따지는 문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고요.

또 다른 사람은, 이 때문에 "한국만 오면 몇 달 차이 안 나는 사람에게도 왠지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혹시 외국인들이 느끼는 이런 지나친 서열문화, 그 부작용이 이런 관습과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내일모레 그럼 김필규 기자는 세는나이로 얼마가 됩니까?

[기자]

세 가지 기준 중에요. (세는 나이로 말씀하세요) 아직 두 가지는 30대입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마흔이 되는군요. 제 나이는 안 물어봐도 됩니다. 수고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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