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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LG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공정위가 철저히 조사해야"

입력 2021-01-24 09:00

LG "용역회사 구광모 회장 고모 지분 팔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 "꼬리자르기, 공정위·세무당국 LG 철저히 조사해야"
'계열 분리' 악용, 친족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감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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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용역회사 구광모 회장 고모 지분 팔겠다"고 했지만…
전문가들 "꼬리자르기, 공정위·세무당국 LG 철저히 조사해야"
'계열 분리' 악용, 친족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감시 사각지대

LG 트윈타워에서 일하던 청소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단 이유로 해고됐다"며 농성을 시작한지 오늘(24일)로 40일째입니다. 일부에선 "계약이 끝났으면 그만이지 왜 아무 상관없는 LG에서 농성이냐"고 말합니다. 청소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직원인데, 계약이 끝났으니 별 수 없다는 겁니다. LG 역시 "직접 계약한 관계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말 LG는 아무 관계가 없는 걸까요. JTBC는 이 문제를 주목해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LG가 구광모 회장의 고모 회사인 청소 용역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나오는 등 LG와 청소 용역업체는 '특수관계'입니다.
 
 
 
[취재설명서] "LG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공정위가 철저히 조사해야" 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 / 제공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JTBC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 지 사흘 만에 LG는 "고모들이 가진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의 지분을 다 팔겠다"고 했습니다. 이제까지 "아무 관계가 없는 별개 회사"라며 말을 아끼던 LG는 직접 자료를 내고 지수아이앤씨의 입장을 '대신' 설명해줬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가능성이 거론되자, LG가 꼬리를 자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논평을 내고, "지분을 파는 걸로 의혹을 덮어선 안 된다"며 "그동안의 부당한 지원 혐의를 공정위가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전문가들 "공정위·세무당국이 LG 조사해야"

지수아이앤씨는 2009년 만들어진 용역회사입니다. 회사가 생긴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LG 트윈타워 청소를 맡았습니다. 이 회사는 LG 구광모 회장의 고모 구훤미·구미정씨가 지분 100%를 가진 '친족기업' 입니다. 게다가 LG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스앤아이)'과 트윈타워 청소 계약을 맺어왔습니다. 다시 말하면 LG는 '원청의 원청'인 셈입니다.

취재진은 지수아이앤씨의 다른 일감을 살펴봤습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을 비롯해 광화문과 서울역, 강남 LG빌딩 등 일감 대부분이 LG계열사 건물 청소나 보안 용역입니다. 이번에 고용승계 논란이 불거진 트윈타워는 가장 오래 유지한 '안정적 일감' 중 하나입니다. 용역 업계 관계자들은 지수아이앤씨를 두고 "LG에서 대부분 일감을 조달하는 구조라 다른 입찰 경쟁에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끼리는 'LG회사'라고 부른다"고 말합니다.

두 고모가 5억원을 출자해 세운 이 회사는 꾸준히 성장해 2019년 매출액 1300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에만 60억원, 10년 동안 200억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습니다. 지난해엔 전년도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챙긴 겁니다.

5억원을 투자해 10년 동안 200억원이 넘는 돈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은 공정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결과일까요. 아니면 친족기업이란 이유로 특혜를 누린 걸까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가치를 지키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판단해야할 지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짙다고 지적합니다. 재벌의 계열사에 기대어 친족에게 부를 이전했고, 결국 다른 중소기업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거래라는 겁니다. 황보윤 공정거래전문 변호사는 "친인척이 아니었다면 원천적으로 이런 거래를 할 수 있었겠느냐"며 "사회규범상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부가 분배됐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정거래법으로 따져 볼 사안"이라 말합니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와 관련해 세무당국에서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취재설명서] "LG 일감 몰아주기 의혹, 공정위가 철저히 조사해야" LG와 지수아이앤씨의 친족기업 관계도

▶'계열 분리' 친족기업, 일감 몰아주기 감시 사각지대

LG는 "구광모 회장 두 고모의 지분을 모두 팔겠다"고 하면서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수아이앤씨는 계열 분리를 한 별개 회사"라는 겁니다. '계열 분리를 한 별개 회사'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한 마디로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공정거래법 제 23조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에 해당합니다. 이 조항은 계열사일 때만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지수아이앤씨는 15년 전 LG와 계열 분리를 했기 때문에 계열사가 아닌 남남이라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그래서 괜찮다는 게 LG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계열 분리의 취지가 불공정한 거래를 막자는 것인데, 취지는 어기면서 "우린 법을 어기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궁색해 보입니다.

그럼 이 의혹을 따져볼 수 있는 법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를 적용해도 공정위가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선 꼭 계열사가 아니어도 다른 회사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따집니다. 다만 계열사에 적용됐던 23조 2보다는 공정위가 입증해야 할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원래 제23조 2는 재벌 일감 몰아주기를 좀 더 강하게 규제하려고 2013년에 새로 만든 법입니다. 하지만 공정위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LG처럼 계열 분리된 친족기업의 부당 지원 행위를 규제하는 데는 소홀해진 셈입니다. 한양대 경영학과 이창민 교수는 "형식적으로 계열분리를 해 이런 사각지대를 노리는 일이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된 규제를 강화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정위는 22일 핵심 추진과제를 발표하며 "친족이 계열 분리한 이후 신설한 회사에 대해서도 분리 후 3년간 내부거래 내역 제출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친족 분리를 악용한 일감 몰아주기를 막겠단 겁니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2018년부터 친족분리 이후에도 3년간 모그룹과 거래내역 제출을 의무화했지만, 구광모 회장 고모회사처럼 이전에 분리한 회사들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의지를 갖는다면,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간 LG의 부당지원 혐의를 충분히 조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공정위는 조사가 가능한지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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