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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은퇴 선언…필리핀 차기 대선 혼전 양상|아침& 세계

입력 2021-10-08 08:38 수정 2021-10-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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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갑자기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내년 5월로 예정된 필리핀 차기 대통령 선거가 시작부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필리핀 선거관리 위원회는 오늘(8일)까지 후보자 등록 신청 접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선거 일정에 돌입합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나는 이제 국민들에게 당신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합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취임 직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용의자 수천 명을 체포 현장에서 사살했습니다. 초법적인 처벌로 거센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는 발언 등도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처럼 무소불위 권력을 자랑하던 그는 자신에 대한 여론이 점차 악화되자 지난 2일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뒤를 이어서 그의 딸이자 다바오 시장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라 시장은 불출마 의사를 내비친 상황입니다. 대선 후보 등록은 일단 오늘까지입니다. 하지만 필리핀 선거법상 다음 달 15일까지는 사퇴하는 다른 후보자를 대체해 출마가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사라 시장의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지난 6일에는 20년 넘게 정권을 이어갔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민중 혁명으로 쫓겨난 아버지를 따라 하와이로 망명했다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역임했고 지난 2010년부터 6년 동안은 상원 의원도 지냈습니다. 마르코스 가문은 두테르테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시장과 마르코스 주니어 전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후보들도 등장했습니다. 전설적인 복서이자 필리핀의 영웅으로 통하는 매니 파퀴아오 상원 의원은 지난달 19일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한때 두테르테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였지만, 파퀴아오 의원이 두테르테 정부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고 친중국 대외 정책을 비판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됐습니다. 어제는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인권 변호사이자 시민 운동가 출신인 로브레도 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에 반기를 드는 등 여러 가지 사안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입니다. 로브레도 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도 들어보시겠습니다.

[레니 로브레도/필리핀 부통령 :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진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똑같은 통치와 사람으로 다음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늘까지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인 필리핀 대선 정국,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김동엽 부산외대 아세안 연구원장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무소불위' 두테르테 정계 은퇴…딸 통해 권력 연장?

    우선 필리핀은 6년제 단임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 정계 은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데 두테르테 대통령은 부통령 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해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자신이 말씀하신 것처럼 퇴임 후에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서 자행된 초법적 살해에 대해서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가 부담이 되었고 또한 아마도 차기 대선 주자들이 자신의 정권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출마 선언 번복은 자신이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다시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 필리핀 국민들이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하는 그런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이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 같고. 또한 부통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상원의장이 있는데 이 사람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것들도 아마 부담이 되지 않았나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딸인 사라 두테르테가 지금 차기 대통령 후보자 선호도 1위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라 두테르테 자신이 아마 대통령에 출마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아버지가 부통령으로 출마를 하면 자신은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부통령 출마를 포기한 것을 선언한 것을 듣고도 자신은 시장을 다시 한번 하겠다고 다바오 시장 후보로 등록한 상황입니다.

 
  •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 대선 출마 논란…어떻게 전망?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인 봉봉 마르코스의 대선 출마는 필리핀 민주화 세력의 많은 비난과 염려를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르코스 가문은 필리핀에서 아주 중요한 정치적 가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마르코스 로열리스트들이 있고 자신의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 지역을 발판으로 전국적으로 약 20%에 가까운 지지자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론 본인 스스로의 어떤 혼자만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힘들지만 부통령 후보로 또 표를 모아올 수 있는 러닝메이트가 있다면 당선이 가능하다고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두테르테 가문과의 어떤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제 봉봉 마르코스가 후보자 등록을 한 이후에 사실은 이제 두테르테 현 대통령이 자신이 부통령 후보로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를 했었다고 논의했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사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출마하기보다는 현재 마르코스 대통령 후보자도 자기 진영에서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지 않고 또 마르코스 대통령, 지금 현재 두테르테 대통령 진영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지 않아서 상호 협력의 길이 아직 일려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두테르테와 대립각 세우는 후보들…선전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는 시각도 많이 있습니다. 래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의 경우에는 마르코스 독재자를 몰아낸 민주화 세력을 대변하는 인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마르코스와 두테르테와 같은 독재 정권이 다시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선거 과정이 민주주의와  독재라는 이슈로 이어지고 반독재세력이 결집하는 상황이 된다면 로브레도의 당선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설의 복서이자 상원의원인 파퀴아오는 대중적인 인기가 그의 큰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빈민가 출신으로 복싱을 통해서 오늘날까지 자리까지 오른 입지진적 인물로 필리핀 빈민들에 희망을 주는 후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필리핀 대선이 1986년 민주화 이후에 다자구도로 대부분 치러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 다섯 후보 모두 당선 가능성이 있고 이들 후보 간의 어떤 타협이라든가 연합이 앞으로 당선을 좌우하지 않을까 이렇게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은 특정 가문들이 정치와 경제를 독점하고 지배하는 이른바 족벌정치의 폐해가 심각한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986년, '피플 파워' 혁명으로 독재정권을 끌어내리면서 아시아의 민주화를 선도했던 국가였지만 결국 뿌리 깊은 족벌정치를 끊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필리핀 정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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