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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뷰 아파트' 시뮬레이션 초안 분석해보니…일부 철거 불가피?

입력 2021-11-11 20:13 수정 2021-11-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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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근처에 허가 없이 지어진 아파트를 어떻게 할지 문화재청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장릉에서 아파트가 보이지 않도록 키 큰 나무를 심거나 20개 동 아파트의 일부 층을 잘라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진통이 예상됩니다.

이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조선 16대 왕인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그 부인인 인헌왕후가 묻힌 김포 장릉.

인천 검단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까진 경관이 비교적 잘 보존된 곳이었습니다.

[이창환/상지대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 : 한국인들의 풍수사상이나 자연관이나 이런 것들이 가장 잘 함축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김포 장릉이거든요.]

풍수지리상 안산 뒤에 조산이 있는데 신축 아파트 단지가 조산인 계양산을 가려버립니다.

경관 회복을 위한 대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33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초안이 나왔습니다.

장릉에서 아파트가 보이지 않도록 나무를 심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능선에 심을 경우 33m 높이로, 아파트 앞에는 58m, 20층 정도 높이의 나무가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두 번째 대안은 아파트의 높이를 조절하는 겁니다.

능선을 기준으로 하면 20층에서 1층으로 낮춰야 하는 동도 생깁니다.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 전에 들어선 근처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같은 동이 18층으로 낮아집니다.

문화재청은 해당 보고서가 확정안이 아닌 여러 검토 방안 중 하나이며 추가 시뮬레이션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토 과정이 길어질수록 피해를 보는 건 새집으로 이사하길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배현진/국민의힘 의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 입주 예정자들을 위해서 정부 당국이 책임 있게 어느 정도 기한까지 용역을 마무리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줘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앵커]

앞서 잠깐 보신 것 처럼 이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공사가 늦어지거나 분양받은 층이 없어질까봐도걱정입니다. 또 서울 태릉 일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단 얘기가 나옵니다.

이 내용까지 이선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미 골조 공사를 마친 검단신도시의 3400세대 아파트, 일부는 지난 9월부터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건설사들은 토지를 구입할 당시 문화재 보존구역이라는 표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건설사 관계자 : 거기는 국가 지정 신도시예요. 3개 회사들이 인천도시공사로부터 토지 공고문에 살 때 최고 층수 20층, 25층이라고 명기가 되어 있었어요. 거기에 어떠한 문화재 관련 언급도 없었어요.]

20층 높이의 나무를 구하라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고,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층수를 바꾸려면 철거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합니다.

[건설사 관계자 : 위에서 폭파든 어떤 해체작업을 할 때, 잔존 건물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가 없어요. 불안해서 어떤 분이 살 수 있겠어요.]

별도의 시뮬레이션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며, 문화재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구체적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입주를 기다리는 사람들, 김포 장릉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서울 태릉 인근에 들어설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해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에 포함됐는데, 역시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단 겁니다.

[김동언/서울환경운동연합 팀장 : 태릉·강릉 권역에서 100m에서 700m 사이에 있는 골프장 안에 6800세대가 꽉 들어서게 되는 거죠.]

유네스코는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묻는 서한도 보내왔습니다.

[문화재청 세계유산정책과 : 그런 행위들이 세계유산에 영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분석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어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공간 구성을 높이 평가받아 40기가 한꺼번에 '연속 유산'에 오른 조선 왕릉.

때문에 한 기만 훼손돼도 '위험 유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이창환/상지대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 : 유산으로서 가치를 계속 유지하는 건지 아니면 관리시설을 제대로 갖춰서 운영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유네스코에서) 계속 체크를 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유네스코는 영국이 리버풀을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승인하자, 세계유산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톈쉐쥔/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장 (지난 7월) : '리버풀 해양산업도시'가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됐습니다.]

이밖에도 독일과 오만에 있는 세계유산 역시 보호관리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목록에서 제외됐습니다.

(화면제공 : 서울환경운동연합)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촬영기자 : 홍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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