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내가 이러려고 배우가 된 것은 아닌데…"

입력 2019-12-12 21:39 수정 2019-12-13 06:2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배우가 된 것은 아닌데…"
- 이언 매켈런/배우

우리에겐 '간달프'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배우 이언 매켈런은 한숨을 내쉬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판타지 영화 < 호빗 > 의 컴퓨터 그래픽 효과를 위해서 초록빛 스크린 앞에서 홀로 연기를 펼쳤는데…

상대 배우와의 소통도 교감도 없는 차가운 기계의 시간.  

그는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근본의 생각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고 고백했습니다.

"네 번지고, 한 번 이겼던 승부"

그 역시 초조함을 애써 감추고, 고민과 고민을 거듭했을 것입니다.  

기계에 맞서서, 바둑의 낭만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지만 상상 초월의 학습력을 보유한 기계를 사람이 이겨낼 수는 없었고 단단했던 그가 흔들리기 시작했던 순간도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입니다.

"30년이 넘게 이 길을 왔는데 좀 흔들리더라"
- 이세돌/바둑기사

로봇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 고안된 상상 속의 기계는 100년도 지나지 않아 도리어 인간의 영역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그리고 인간은 자신과 다른 존재와 어떠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가 평등하지 못한 곳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까지 우호적일 수는 없다"
- 카렐 차페크 <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 중 역자의 말

로봇이란 개념을 처음 상상한 작가 카렐 차페크는 작품을 통해서 이렇게 질문을 던졌는데.

지금은 그 질문에 대한 낙관과 비낙관이 공존하는 조금은 혼란스러운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 한편엔 기계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을 거란 믿음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기계에 맞서 바둑의 낭만을 지키고 싶다."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의 패배지,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
- 이세돌/바둑기사

그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여 우리의 마음속에 작은 파동을 만들어냈고 그가 기록한 패배 역시 그의 말처럼 인간 모두의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공교롭게도 그의 마지막 상대 역시 AI.

인간 이세돌은 다시 스스로와의 외로운 싸움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대국에 임하는 그의 마음은 즐거울 것 같다는 조금 낙관적인 예감.

치밀한 학습력으로 무장한 차가운 기계 앞에서, 인간은 흔들리고 좌절하고 공명하며,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므로…

그 순간을 지켜볼 우리 또한 여전히 즐거울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것 역시 인간만이 가진 지극히 낭만적인 기대일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이세돌 9단, 24년 4개월 활동 마감…은퇴 선언 [영상] 서른 여섯, 은퇴…이세돌이 남긴 것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