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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개월 아들과 출석" 엄마 의원 요구에...英 의회 규정 '재검토'

입력 2021-11-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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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당 스텔라 크리시 하원의원이 던진 물음표에 영국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정치와 육아는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에 담긴 배경은 이렇습니다.

스텔라 크리시 영국 하원의원이 생후 3개월 아들을 안고 의회 토론회에 출석한 모습. 〈사진=BBC 캡처〉 스텔라 크리시 영국 하원의원이 생후 3개월 아들을 안고 의회 토론회에 출석한 모습. 〈사진=BBC 캡처〉
현지시간 23일, 크리시 의원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3개월 된 아들과 함께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의회 관계자로부터 이런 메일을 받았습니다.

"스텔라 크리시 의원께,
오늘 아이와 웨스트민스터 홀에 동행하셨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최근 개정된 '의회에서의 행동과 예의에 관한 규칙'은 "아이와 함께 착석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열린 토론회에도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당부드립니다."

크리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메일을 공개하며 "모든 의회의 어머니들은 이런 일을 보거나 듣지 않아야 한다"고 썼습니다. "모유 수유 중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것은 사실상 법적 권리"라는 겁니다.

반대 의견도 잇따랐습니다. 영국 보수당의 스콧 벤튼 하원의원은 크리시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당신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일하는 부모들도 육아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여러 책임을 동시에 해내야만 일터에 나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대체 무엇 때문에 특별합니까(특별대우를 받아야 합니까)?"

크리시 의원은 "(나 역시) 큰 아이는 보육기관에 맡겼다"면서 "신생아에 대한 보살핌에 관한 문제"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여성 언론인이 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출산 휴가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죠? 그녀(크리시)는 운 좋게도 전액 급여를 받고 있습니다. 아기도 이쪽을 더 좋아하겠죠." (줄리아 하틀리 블루어, 방송인)

이에 대해 크리시 의원은 "유권자들이 6개월의 출산 휴가를 쓰는 정치인을 받아들여 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고용 권리가 있는 엄마는 무급 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자리를 비우면 괜찮을까요. 하원의원으로 엄마(여성)를 뽑는 게 벌칙이 돼선 안 됩니다."

영국 정치권은 크리시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입니다. 도미닉 라브 영국 부총리는 "그녀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우리가 21세기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영국 하원의장 린제이 호일이 "시대와 함께 변화해야 한다"면서 아기의 의회 출석을 막는 규정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고, 논란은 조금 수그러들었습니다.

위는 호주 상원의원 라리사 워터스도 2017년 생후 2개월인 둘째 아들을 품에 안고 본회의장에 출석한 모습.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딸 니브는 아빠 품에 안겨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아래)위는 호주 상원의원 라리사 워터스도 2017년 생후 2개월인 둘째 아들을 품에 안고 본회의장에 출석한 모습.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딸 니브는 아빠 품에 안겨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아래)
비슷한 논쟁은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국회 회의장에 자녀 출입과 모유 수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3개월 된 딸과 함께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역사'를 쓰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생후 59일인 아들과 함께 국회에 등원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의 경우 함께 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는 일명 '아이 동반법'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시 잠깐 관심이 쏠렸지만, 이후 관련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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