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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나경원 꺾고 최종 후보에 "단일화 반드시 이룬다"

입력 2021-03-04 19:10 수정 2021-03-05 21:38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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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오늘(4일) 국민의힘 재보선 최종 후보가 확정됐습니다. 오세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꺾고 최종 후보가 되는 역전극을 연출했습니다. 오 후보는 단일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안철수 대표도 단일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부산시장 최종 후보는 박형준 후보가 됐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야권 재보궐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JTBC '썰전' 박형준 : 스타일 자체가 좋잖아요. 대중 정치인으로서. 이런 게 자산이죠. 그리고 부채가 있어요. 제일 큰 부채는 서울시장 이렇게 조금 무책임하게 내놓은 거.]

지난 2018년 '썰전'이란 프로그램의 한 장면입니다. 오늘 다시 보니까 저 장면은 미래의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를 평가하는 내용이 됐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최종 후보자로 기호 4번 박형준 후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최종 후보자로 기호 2번 오세훈 후보가 각각 선출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시작부터 능숙한 후보가 독하고 섬세한 후보를 꺾었습니다. 오세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된 건데요. 그야말로 '깜짝 역전극'이었습니다. 나 후보와 빅2로 묶이긴 했었죠. 그래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가 우세했던 만큼 나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점친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오 후보도 결과 발표 전에는 승리를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였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아쉬움이 많이 남는 그런 선거전이었습니다. 최근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제가 뭔가 상승세라는 보도도 나오고 그래서 어차피 막판에 이렇게 초박빙 상태로 흘러갈 거였다면 조금만 더 일찍 결단했다면…]

자신이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는 소리에 오 후보는 목이 메인 듯한 모습이었는데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후보 수락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시장으로서 10년간 살아오면서 그 죄책감, 또 자책감, 격려해 주시는 시민 여러분들을 뵐 때면 더 크게 다가오는 죄책감…]

오세훈 후보, 결국 10년의 설움을 딛고 당의 공식 후보임을 알리는 승리의 점퍼를 입게 됐습니다. 키 181cm, 과거 코리아베스트 드레서 정치인 부문 수상에 빛나는 오 후보의 점퍼 스타일 잠시 감상해보시죠.

[승리의 염원을 담은 당 점퍼 착의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상대책위원장님께서는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후보에게 공천관리위원장님께서는 부산 시장 후보인 박형준 후보에게 각각 승리의 당 점퍼를 입혀주시면 됩니다.]

제가 대학 시절 입었던 일명 '과잠'이라고도 불리는 야구점퍼처럼 생긴 거 같은데요. 큼지막하게 새겨진 기호 2번과 오 후보의 이름 세 글자가 눈에 띕니다. 오 후보는 나경원 후보에 대한 덕담도 잊지 않았는데요.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사실은 나경원 후보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제가 아주 혼쭐이 났습니다. 다 지켜봐 오셨겠지만 정말 부지런하고요. 정말 집념도 강하고 다시 한번 저를 담금질하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준 좋은 맞수 우리 나경원 후보…]

나경원 후보도 담담하게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불복하며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와 함께 퇴장했던 그 누구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나경원/전 의원 : 축하드립니다. 오세훈 후보님. 승복합니다. 또 그리고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어찌 보면 이변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이번 경선 결과, 한 번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습니다. 경선 여론조사 득표율을 잠시 살펴보면요. 오세훈 후보 41.64%, 나경원 후보 36.31%였습니다. 오 후보가 나 후보를 5%포인트 이상 차이로 앞선 건데요. 변수로 꼽힌 여성 가산점 10%를 제외하면 실제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는 9%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 후보가 아무래도 중도 표심에서 우위를 점한 것 같은데요. 실제로 선거 과정에서 오 후보는 개혁·온건파로서 자신의 정치 행보를 강조해왔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 가능성에서 나 후보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내세웠는데요. 반대로 나 후보에게는 강경 보수 이미지 씌우기에 집중하며 '대비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나경원/전 의원 (지난달 22일) : 늘 인터뷰를 하실 때마다 '나경원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에 강경투쟁을 했다'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달 22일) : 본인이 '중도는 실체가 없다', '허황되다' 이런 말씀 하신 것에 대한 답변이었고요. 강성보수 이거 제가 규정한 거 아닙니다. (나 후보) 본인 스스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본인 스스로가 노선을 정하지 않았습니까.]

나경원 후보, 유튜브에 연일 '생얼'까지 공개하며 선거 운동에 총력전을 기울였는데요. 화장은 지웠지만 강경 보수 이미지는 지우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경선 결과는 시민들이 국민의힘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수 정당이란 정체성을 앞세우는 것보다 시대 정신에 따른 개혁을 요구한 것으로 읽히는데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취임 당시 일성도 보수·우파란 말을 더 이상 강조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였죠. 진취적인 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는데요. 사실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중도 이미지의 후보가 뽑혔다고 해도 경선 결과가 썩 탐탁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간 오세훈 후보에게 신랄한 비판을 가해왔었죠. 비대위원장 취임 전 오세훈 후보의 면전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던 적도 있고요. 오세훈 후보가 조건부 출마 선언을 했을 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1월 12일) : 그건 말도 안 되는 출마 선언을 한 거예요. 아니 그게 어떻게 출마 선언을 하면 선언을 하는 거지 안철수가 나오면 자기 안 하겠다는 게 그런 무슨 출마 선언이 그런 게 있어요?]

오 후보도 김 위원장에 대한 앙금이 있던 걸까요? 지난 토론회에서 4명의 예비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끝내야 한다고 대답한 게 오 후보였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 1일) : (김 위원장께서) 정말 헌신적으로 당을 위해서 애를 써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지만 불행하게도 외부에서 들어오셔서 그 일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러한 변화가 우리 당의 본질적인 변화로 국민들께 전달되지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 후보가 당의 최종 후보가 된 이상 두 사람이 표면적인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낮을 거 같습니다. 이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최종 야권 단일화를 향해 힘을 합칠 텐데요. 오 후보는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 마자 안 대표와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죠.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단일화가 가능하면 야권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단일화로 귀결되어서 반드시 본선에서 박영선 후보를 이기는 그런 단일화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 하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지고요.]

안 대표를 믿는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겠다고도 말했는데요. 단일화는 빨리 될수록 좋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서두를 필요 없다는 당의 입장과는 결이 다른 겁니다. 마치 사전 교감이라도 있던 것처럼 오히려 안 대표와 의견 일치를 보였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오세훈 후보님과는 조만간에 만남을 통해서 건설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하기를 희망합니다.]

오 후보는 안 대표와 '서울시 연립 정부' 구상을 밝히기도 했었죠. 나 후보에 비해서는 안 대표에게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단일화를 둘러싼 룰의 전쟁이 시작될 텐데 아름다운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부산시장 후보 선출 결과 얘기는 들어가서 더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중도 공략 오세훈 승부수 통했다…나경원 꺾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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