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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비트코인 공식 통용…국민 75%는 '반대'|아침& 세계

입력 2021-09-08 08:28 수정 2021-09-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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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현지시간 7일, 우리 시간으로 어제(7일) 오후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공식 채택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비트코인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관련 법안이 처리된 이후 약 석 달 만에 시행 단계에 들어선 겁니다.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 비트코인이라고 적힌 현금 자동 입출금기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거래 시작일인 7일을 비트코인 맨 앞의 알파벳을 따서 'B-데이'라고 부르면서 사용 독려에 나섰습니다. 전국 곳곳에 비트코인 ATM기 200대와 유인 지점 50곳이 설치됐습니다. 비트코인 지갑 애플리케이션인 '치보'를 만들고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도 지급했습니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해외 송금 의존도가 높은 엘살바도르 경제에 비트코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나이브 부켈레/엘살바도르 대통령 :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송금)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도 없이 돈을 즉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재래시장이나 동네 상점에는 아직까지 비트코인 결제 가능 표시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주민들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너무 커서 불안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여론 조사에서는 엘살바도르 국민의 약 75%가 비트코인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보 부족도 심각합니다. 국민 10명 가운데 2명꼴로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비트코인 법정 통화 도입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도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백 명이 '비트코인 반대' 문구가 적힌 옷을 입거나 피켓을 손에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연금 수령액이 책정될 것을 우려하는 연금 수급자들도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 참가자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비트코인 반대 시위 참가자 : (비트코인을 쓰려면) 휴대전화가 필요하고 기술도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를 당하거나 경제적 손실을 보겠죠. 그래서 비트코인 도입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하고 실제 사용에 들어간 엘살바도르의 상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부켈레, 높은 변동성에도 비트코인 강행한 이유는?

    켈레 대통령은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한 그 권위주의 정부이기 때문에 그래서 가능했던 일이고요. 2001년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 그  달러를 법정화폐로 채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의 선택이자 또 미국 정부의 제재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서 부켈레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나왔듯이 국내총생산의 23%에 해당하는 외화송금 이것이 이제 늘어날 것이라는 점, 또 국민의 70%가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가 없는데 이들이 다양한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국제금융의  중심인 파나마처럼 엘살바도르가 전 세계의 가상화폐의 허브가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가상화폐에 눈 돌리는 중남미 국가들…어떤 상황?

    브라질에서는 지난 3월에 증권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시작이 됐고요. 멕시코와 파나마에서 비트코인을 채택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습니다만 아직은 통화주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과테말라,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쿠바에서는 가상화폐를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데 관심이 있고요.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엘살바도르를 포함해서 이 5개국의 공통점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그 달러 의존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어서 미국 당국의 규제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송금이 필요합니다.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채택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보게 된다면 우선은 상황이 비슷한 다른 중미 국가들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 높은 변동성·돈세탁 악용 등 우려되는 부분은?

    그렇습니다. 비트코인의 작동에 대해서 모르는 국민들이 아직 많고요. 또 현금 결제와 달러 선호도가 높아서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재정압박이 커질 것이고 결국은 국민들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 투명성의 문제인데요. 부켈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민주주의 지수가 크게 하락했고 또 국제사회의 원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공직자들의 비리사건이 심각합니다. 또 범죄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돈세탁의 오아시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대했던 경제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부패가 심해져서 정치 불안과 불평등, 치안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 2019년 38살의 젊은 나이에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습니다.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를 일삼는 포퓰리스트이자 독재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신을 "엘살바도르의 진정한 구원자"로 묘사해 온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인류의 도약"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비트코인 실험'을 밀어붙인 그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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