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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서당에서 30km 걸어나와 "나 좀 데려가주면 안돼?"

입력 2021-04-03 09:08 수정 2021-04-03 10:33

[취재썰]서당에서 30km 걸어나와 "나 좀 데려가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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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서당에서 30km 걸어나와 "나 좀 데려가주면 안돼?"

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


"나 좀 데려가 주면 안 돼?"


아들(A군)이 보낸 메시지를 본 아버지는 그 날로 바로 경남 하동의 B서당으로 향했습니다. 메시지에서 두려움과 다급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검정고시 전문 대안학교'라던 그 서당에선

A군은 2019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면서 B서당에 들어갔습니다. 서당 홈페이지에는 '대안학교'라고 홍보를 하고 있었고 원장도 '1년 정도면 검정고시를 통과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A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어릴 때 서당 단기 프로그램을 즐겁게 다녀 결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A군의 집은 서당으로부터 200k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A군은 아버지는 아이가 퇴소할 때까지 매달 1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보냈습니다. 그는 "검정고시 선생님을 붙여야 한다고 해서 10 얼마 보내라고 하고 간식비라고 해서 20~30만원 보내고 거의 한 200만원 돈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

하지만 A군은 서당에서 공부를 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A군의 아버지는 "아이가 학원에서 공부를 전혀 할 수 없다고 하더라. 한자 조금 가르쳐주고 오히려 기숙사를 짓는 강제 노역을 당했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폭행에 노출됐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A군은 "당시 서당에서 여자 기숙사를 짓게 하는 노역을 시켰다"고 말합니다. 조금만 잘못해도 뺨을 맞거나 동급생들끼리 싸우다 폭행에 이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

A군은 일과에 대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 6~7시까지 일을 하고 씻고 잠들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저녁 점호시간부터는 '기숙사' 문이 안쪽에서 열리면 경보가 울려 나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층 침대가 두 개 빠듯하게 들어가는 크기의 방 안에서 사춘기 남학생 3~4명이 지내는 구조입니다. A군은 이에 대해서 "10시간 넘게 방에 갇혀 있다 보니 폭행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서당의 특성상 가족과 연락도 거의 할 수 없습니다. 서당 내 피해가 보도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서당 내부 아이들은 바깥소식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특히 대부분의 서당에선 휴대폰 중독을 막기 위해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피해를 밖으로 알리는데 큰 걸림돌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

◇원장 없는 밤을 틈타 탈출

서당에서 지낸 지 1년 좀 안 되는 시기인 지난해 5월 중순, A군은 탈출을 감행합니다. 먼저 서당을 나와 30km가량 떨어진 하동 읍내로 계속해서 걸었고 체육관 근처 PC방에서 여동생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습니다. 실제로 A군이 걸었던 거리를 지도 안내 앱으로 찍어보면 34km가 나옵니다. '그 날 나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그냥 무조건 집에 가야 되겠다, 이 생각밖에 없었어요. 살려고, 그냥 살려고 걸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그 날 원장이 일을 보러 잠시 자리를 비웠고 잠깐 경보 시스템을 울리지 않게 할 방법을 찾았다고도 했습니다.

아들에게 메시지를 받은 A군의 아버지는 곧장 하동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는 돌아가겠으니 방을 빼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이가 휴가 때 보면 살이 10kg씩 빠지고 집으로 매일 오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말을 믿어주지 않은 게 미안했다"고 말했습니다. A군에게 당시 아버지의 표정이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살짝 웃기만 하셨어요. 혼내진 않으셨고. 밥을 못 먹었다고 했더니 바로 식사를 하러 갔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조금씩 알려지는 '서당'의 실체

실제로 서당에선 이런 일이 이뤄졌을까? JTBC가 입수한 서당 피해자끼리의 대화에는 "아직도 식사가 부실하게 나온다. 차라리 라면이 낫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폭행을 하거나 오물을 먹였다는 내용도 등장합니다. 피해자들끼리 한 대화 내용을 보면 기사가 나오고 난 이후 "요즘은 좀 덜 때려"라는 대화가 오갑니다.

A군이 다니던 A 서당은 10대들이 동급생을 상대로 체액을 강제로 먹이고 촬영하는 등 엽기적인 가혹 행위가 있어 재판에 넘겨진 서당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서당에서 확인된 피해자만 3번째입니다.

이에 대해 서당 측은 강제노역에 대해선 "'물 떠와라' 등의 도와주는 수준"이었고, "훈육 외에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지난 2일 JTBC 뉴스룸 보도분. [캡처 JTBC]

◇'서당 퇴소자'는 조사에 포함 안 돼

경남교육청은 어제 경찰, 아동학대 전문가 등과 함께 경남 하동 근처에 있는 서당 11곳, 학생 11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서당 내에서 폭력은 없었는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먼저 교육청이 폭력 실태를 조사하는 설문지를 통해 조사를 시작합니다. 거기에 경찰이 부모와 떨어져 있고 오랜 기간 폭행을 당한 경우 자기 피해를 잘 진술하지 못하는 미성년 학생들을 위해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1:1 면담을 통해 피해를 듣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A군처럼 이미 서당에서 퇴소한 학생들은 조사 대상이 아닙니다. 지난번 국민청원으로 동급생들이 체액을 먹게 하는 등 성폭력 피해를 알린 피해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서당을 나와 각기 자기 지역으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한 조사 관계자는 "서당으로 오는 학생들은 전국 곳곳에서 오는 만큼, 지역의 인프라로는 조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부모가 이혼 등 개인 사정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경우 아이들이 피해 사실을 말해도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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