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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무료예식장…"돈 없어 못 한다 하면 같이 울지요"

입력 2021-04-19 20:58 수정 2021-04-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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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4천 건으로 52년 전에 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습니다. 매년 결혼하는 사람은 줄고 있는데, 매일 예약이 끊이지 않는 예식장이 있습니다. '스드메', 그러니까 스튜디오 사진과 드레스, 메이크업이 모두 공짜라고 합니다.

이선화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영화 속 결혼식 장면, 여기서 찍었습니다.

영화 세트장인가 싶게 예스러운 이곳은 오늘(19일)도 예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머리는 까맣게, 피부는 뽀얗게 오늘의 신랑 신부입니다.

[권점순/신부 : 마당에서 그냥 둘만 (결혼식) 했지 뭐.]

어렵던 시절,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던 부모님을 위해 자녀들이 몰래 준비한 결혼식입니다.

[김석식/신랑 : 예쁘지, 저렇게 안 해도 예쁜데 뭐 다 예쁘지.]

58년을 함께 살아왔고 하객이라곤 자녀들 뿐인데, 막상 식을 치르려니 어느 때보다 긴장됩니다.

[신랑·신부 입장]

지팡이를 짚으며 입장했지만, 늦게나마 '인생 숙제'를 해결한 것 같아 마음이 좋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주례도 보고 사진도 찍고, 결혼식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보입니다.

[백낙삼/대표 : 하나, 둘에 찍습니다. 하나 둘, 김치 안 되면 짠지.]

예식장 대표 백낙삼 씨입니다.

[백낙삼/대표 : 지금 결혼식 중입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합니다,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는요.]

아흔한 살 백 대표는, 지난 54년 동안 여기서 1만 4000쌍의 무료 결혼식을 열었습니다.

[백낙삼/대표 : 저는 특히 더 못살았어요. 초가집 마당에서 구식으로 결혼식을 올렸죠. 신부를 데려와야 하는데 방이 없어서 못 데려왔어요.]

길거리 사진사를 해 번 돈으로 무료 예식장을 열었고, 드레스는 부인이 직접 만들거나 사 왔습니다.

[최필순/이사 : 국제시장에 가면 외국서 오는 천이 있어요. 그걸 사다가 만들어서 입혔거든요. 직접 미싱을 사다가.]

메이크업은 재능 기부로 이뤄집니다.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만 받는데, 그마저 못 받을 때도 많습니다.

[백낙삼/대표 : 여기 일하는 사람 수고비 70만원 받고 있거든요. 그것도 없어서 못 하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같이 울지요.]

하루 열일곱 쌍씩 식을 올리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은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최필순/이사 : 우리 예식장 같은 게 하나 있어야 서민들 도와가면서 살고.]

[백낙삼/대표 : 제가 91살 아닙니까. 100살까지는 할 수 있지 않겠나.]

(영상그래픽 : 김지혜)
(화면제공 : '신신예식장' (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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