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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이 네임' 한소희 "'나답지 않다'는 평이 가장 듣고 싶었죠"

입력 2021-10-22 17:46 수정 2021-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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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치열한 한국 드라마 판에 놀라운 복병이 탄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의 원톱 주인공, 이제 겨우 스무 여섯살의 배우 한소희다.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한소희(지우)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드라마다. 파격적인 소재와 과감한 설정으로 주목받았던 '인간수업' 이후 김진민 감독이 1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한소희는 주인공 지우로 분해 강렬한 여성 액션을 선보인다. 액션 장르에 처음 도전한 그는 '마이 네임'의 원톱 주인공으로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줘 온 아름다운 모습과는 180도 다르다.

클리셰가 많다거나 일부 장면에 관한 혹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한소희를 향한 평가는 '호'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마이 네임'과 지우에게 던졌고, 진가를 입증해 보였다.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마이 네임' 공개 후의 소감이 궁금하다.
"촬영이 끝난 지 1년이 넘었다. 이제 공개를 하니 지금 촬영하는 것처럼 마음이 들떠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웃음) 당시 고생했던 기억이 하나둘씩 생각나며, 기쁘고 긴장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변에서는 '잘 싸우고 잘 때린다'는 반응을 해주더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 부분이 가장 신기하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한국 드라마가 주목받을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신기해서 확실히 이야기를 못 하겠다. 이제는 OTT 시대가 온 것일까란 생각도 한다. 언더커버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가 많았지만,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주목해주시는 것 같다."

-낯선 액션 장르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운동의 운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액션 드라마 출연이) 갑작스러웠다. 그러나 액션이라는 장르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여성이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을 늘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주변 인물에 의해 흔들리는 인물이 아니라, 진취적인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다. 때마침 그것이 액션이었던 것이다. 누아르를 좋아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초반 여고생 설정이 부담되지는 않았나.
"'이건 안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조금 하긴 했다.(웃음) 지우가 혜진이 돼 가는 과정을 5년으로 보여줘야 했다.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삶에 대한 목적성이 뚜렷하게 바뀌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작가님이 고등학교 시절을 설정한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은 시청자 반응은 무엇인가.
"'한소희 같지 않다'란 반응이 좋았다. 가장 최근에 본 평이었는데, '한소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배우구나'란 말이었다. 한소희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반응이 제일 좋았다. (본래 이미지 탈피가) 작품을 시작하면서 가장 버려야겠다고 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마이 네임' 스틸. '마이 네임' 스틸.
-누아르를 원톱으로 이끌어간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부담이 되고, 긴장도 많이 됐다. 처음 감독님이 '대본 보지 말고 일단 액션부터 하자'라고 말하더라.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액션이라는 장르 때문에 대본을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해질까 봐 그런 이야길 한 것 같다. 액션에만 집중하니 후반부 감정신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액션 연기를 하며 다치지는 않았나.
"큰 사고는 없었다. 많이 다치긴 했는데, 그만큼 많이 얻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촬영하다가 손이 베이고 까지고 멍이 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이 네임' 작업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간 연기를 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던 것 같다. 한계에 부딪혔다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했다는 게 알맞겠다. ('마이네임'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으로 극복했다. 도전이자, 내 한계를 시험해봤다."

-액션 연습을 얼마나 한 건가.
"3~4개월 정도 액션 스쿨에 빠짐없이 나갔다.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액션신은 사실 내가 다 소화했다. 대역이 처음에 리허설을 해주고, 대역이 촬영한 장면을 나 또한 연기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편집했다. 원테이크 액션신도 나오는데, 그런 부분도 직접 연기했다."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와 김바다 작가가 '원픽'으로 캐스팅했다.
"왜 나를 '원픽'으로 선택했는지 모르겠다.(웃음) 지우와 내가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딘가 모르게 안쓰러워 보이는 부분들이 닮았다고 말을 해주더라. 작가님이 '한소희는 웃고 있는데도 눈이 슬퍼 보인다'고 말을 해주신 적이 있다. 지우 마음속에 응어리가 져 있는 그런 설정이 내 인상과 닮은 것 같다."

-촬영 현장은 어땠나.
"현장은 정말 재미있었다. 시청자분들이 지우에게만 몰입이 돼야 8부까지 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나. 어떻게 몰입을 시킬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 액션은 정말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촬영할 때는 걱정하지 않았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워낙 말수가 없고 얼굴이나 표정으로 말을 해야 하는 캐릭터라 힘들었다."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장면에서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첫 회에 나오는 아버지의 죽음 신이 첫 촬영이었다. 많이 반복적으로 촬영했다. 감독님과 나의 첫 호흡이고, 나를 어떻게 디렉팅해야 할지 감독님의 고민이 필요했다. 또 나는 지우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했다. 힘들지는 않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본능에 맡겼고, 무난하게 감정신을 잘 찍을 수 있었다. 후반부 감정신에서는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어떤 감정인지에 관한 확신이 없어서 일단 부딪쳐보자는 생각으로 촬영장에 갔다. 슬픔보다는 공포와 분노에 휩싸인 것 같다. 그렇게 그 신이 탄생했다."

-지우 그 자체가 된 순간이 있었나.
"지우란 캐릭터는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연기해야 했다. 내가 지우가 됐다기보다 그냥 지우가 되어야 했다. 액션을 찍을 때는 겁을 먹지 않아야 했다."

 
'마이 네임' 스틸. '마이 네임' 스틸.
-기억에 남는 액션신은 무엇인가.
"제일 힘들었던 액션신은 마지막 장면이다. 그 전에 장면에서는 감정이 배제된 채로 사람을 죽여야만 했다면, 이 신은 사람을 죽이러 가는 과정의 감정이 있어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신이다."

-베드신이 뜬금없다는 혹평도 있다.
"처음엔 '이거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복수라는 목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감독님, 작가님과 대화를 한 결과, 지우가 유일하게 인간의 감정을 받아들인 신으로 생각했다. 지우가 처음으로 인간다워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처럼 살고 싶은 거다. 사람처럼 살고 싶게끔 만든 장치다. 그게 지우의 복수를 막거나 신념을 무너뜨리는 신은 아니다."

-민낯으로 나오는데, 부담되지 않았나.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화장을 안 하겠다고 한 것은 나의 생각이었다. 립밤 정도를 바르고 최소한의 것만 했다. 지우라는 캐릭터는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민낯이라기보다는 날것의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독하다 느꼈겠다.
"나는 연기를 하며 느낀 최대치의 즐거움을 느꼈다. 이 악물고 했다기보다 즐기며 연기했다. 뭔가에 푹 빠지는 내 성격이 반영된 것 같다."

-박희순과의 호흡은 어땠나.
"박희순 선배도 액션 스쿨을 다녔다. 그때 나눴던 이야기와 쌓았던 친밀감이 작품에 도움이 됐다. 조언을 해주신다기보다 항상 우직했다. 액션 스쿨에서도, 촬영장에서도 조언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방법이 아닌데도 잘 이끌어줬다."

-'부부의 세계'에 이어 또 만난 이학주는 어떤 배우였나.
"'부부의 세계' 때는 이학주가 과묵하고 진중한 사람인 줄 알았다. 액션스쿨에서 같이 지내며 친해졌다.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고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다. 유쾌하고 말 많고, 그런 선배다."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배우 한소희. 사진=넷플릭스

-'마이 네임'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감독님의 말처럼 내가 이 작품을 즈려밟고 가진 못할 것 같다.(웃음)하나의 가능성을 작게나마 뚫은 느낌이 있다. '나도 이런 거 할 수 있다. 여러분 저도 이런 거 할 수 있으니까 지켜봐 주세요'란 마음이 자꾸 생긴다. 이게 좋은 욕심으로 바뀌고 있다.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게 될 계기가 될 것 같다."

-포스트 전지현이라는 말도 나온다.
"말도 안 된다.(웃음) 롤모델 질문을 받으면, 아직 나는 나 자신이 누군지도 잘 모르겠더라. 누군가를 따라가기 전에 자아 성찰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한소희의 길을 걷고 있다. 나의 길을 걷다 보면 어떤 선배의 길을 따라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작품 속 한소희와 지금 한소희는 너무 다른 사람 같다.
"나는 (작품에 임할 때) 한소희를 버리고 시작한다. 나를 최대한 버리고 비워내야지만 오롯이 그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면 바로 그 옷을 벗고 한소희로 돌아온다."

-운동으로 증량을 해 화제였다.
"'부부의 세계'를 찍을 때 44~46kg이었다. 액션 연습을 열심히 하고 열심히 먹으니 53kg 정도가 돼 있더라. 그래서 10kg 정도를 늘렸다고 말한 거다. 근육으로만 늘린 건 아니다.(웃음) 지방이 반 이상을 차지했을 거다. 그래야지만 버틸 수 있는 몸 상태가 됐다. 증량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쪄 있었다."

-예쁜 한소희에서 벗어났다.
"빈껍데기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앞으로 연기하며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저 자신에게 물었을 때, 절대 예쁘게 만은 아니다. 일부러 망가지겠다는 게 아니라 나의 더 많은 면을 보여드리고 싶다. 조금 예쁘지 않을지언정 새로운 면, 나만 아는 제 모습을 대중과 공유하고 싶다."

-'마이 네임'의 해외 인기를 타고 할리우드 진출 욕심은 나지 않나.
"할리우드 진출은 너무 먼 이야기라 생각해본 적 없다. 그냥 꾸며지지 않고 장막을 거둬낸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

-시즌 2가 나올까.
"시즌 2를 하면 좋을 것 같다. 만약 성사된다면, 차기호 캐릭터와 함께 뭔가 만들어가는 스토리이지 않을까. 시즌 2에서는 뭘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이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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