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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 좀 데려가주면 안 돼?"…서당서 30㎞ 걸어 SOS

입력 2021-04-02 20:04 수정 2021-04-0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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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하동의 서당에서 벌어진 학대와 폭력은 취재를 하면 할수록 정말 이곳을 계속 서당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엔 건물을 짓는데 동원됐던 학생이 한밤중에 30킬로미터를 걸어 나와서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산속의 서당에서 휴대전화를 못 쓰게 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에게 더는 폭행과 강제 노동을 견딜 수 없어서 탈출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백민경 기자입니다.

[기자]

고등학교를 자퇴한 A군이 경남 하동 B서당에서 지낸 지 일 년 정도 됐을 무렵인 지난해 5월, A군 가족은 A군에게서 한 통의 메시지를 받습니다.

하동읍의 한 PC방인데, '집으로 데려가 주면 안 되겠냐'는 내용이었습니다.

A군 아버지는 곧장 하동으로 향했습니다.

A군을 만난 건 B서당으로부터 30km 이상 떨어진 시내였습니다.

[A군 : 6~7시간 정도 걸은 것 같은데요. 밤 10시인가 그쯤에 나와서 아침 7시인가 6시까지 걸었을 거예요. 낮에는 보는 눈도 많고 그러니까.]

아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고, A군 아버지는 그 날로 A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당을 그만둔 A군이 가족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A군 아버지 : 맨날 일만 시키고 건물 짓는 데 동원하고. 공부는 일절 안 해줬다고 하더라고.]

참다 못한 A군은 서당을 떠나고 싶었지만,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돼 외부에 알릴 방법은 없었습니다.

[A군 아버지 : 애도 너무 힘들어하고 갈 때마다 살도 10㎏ 이상씩 빠져 있고 그러니까. 그래서 그냥 데려오게 됐죠.]

먹는 건 부실했고, 폭행까지 빈번했다고 합니다.

[A군 : 너무 힘들었어요. (원장이) 그냥 때렸어요. 제 얼굴이요. 그냥 말을 안 들어서.]

서당 측은 강제노역에 대해선 "'물 떠와라' 등의 도와주는 수준"이었고, "훈육 외에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A군은 정작 경남교육청이 오늘 경찰과 시작한 폭행 실태 조사 대상엔 포함되지 않습니다.

현재 입소 중인 학생들만 대상일 뿐, 과거 서당을 다녔던 학생들은 빠진 겁니다.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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