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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물품' 팔고 수익금 빼돌리기까지?…복지기관 수사

입력 2021-02-25 08:55 수정 2021-02-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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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민과 기업으로부터 기부 물품을 받아 저소득층에 무상으로 전달하는 복지 기관. 어려운 이웃들을 돕자며 후원을 장려하기도 하죠. 그런데 서울 강남의 한 복지기관 임원들이 이 물품을 돈을 받고 판 것도 모자라, 수익금 일부를 빼돌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한 복지기관입니다.

쌀과 라면, 옷, 신발 등을 팔고 있습니다.

싸게는 500원부터, 비싸게는 5만 원 이상 받습니다.

물품은 개인이나 단체가 이 복지기관에 기부한 것이고, 사는 사람은 소득이 적거나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들입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찍힌 사진들인데, 법에 어긋납니다.

복지기관은 후원받은 기부물품을 지역 내 저소득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 무료로 주도록 돼 있습니다.

돈을 받고 팔면 안 됩니다.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입니다.

이 복지기관의 전 임원 등 3명이 횡령과 식품기부활성화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이들은 2400만 원에 이르는 기부물품을 팔고 수익금 950만 원을 빼돌렸는데, 그 돈을 개인 수당이나 법인 자금으로 쓴 걸로 조사됐습니다.

이 복지기관은 매년 23억 원어치의 기부물품을 후원받아왔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 고발한 내부인은 이런 행위가 오랜 기간 지속돼 챙긴 돈이 수억 원에 이를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도 드러난 것 외에 더 많은 금품을 빼돌렸을 가능성을 수사 중입니다.

최근 이 사실을 알게 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는 이 복지기관에 2025년까지 5년간 물품을 기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복지기관은 JTBC에 "오히려 이 일로 기부가 절반 가까이 줄면서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전 임원들의 잘못이고 현재 법인이나 기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앞서 보신 복지기관 임원들의 '뒷주머니'를 처음 폭로한 사람은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였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권익위에 알리면서 수사가 시작됐지만, 정작 그에게 돌아온 건 징계였습니다. 공익신고자가 업계에선 배신자로 몰린 겁니다.

이어서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사회복지사이자 내부 고발자인 A씨가 2019년 7월 권익위에 낸 고발장입니다.

기부물품 판매 기록과 법인 입금 내역을 근거로 복지기관 비리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입니다.

[A씨/사회복지사 : 어느 날 너무 궁금해서 '그런데 이거 팔아도 되는 거냐' 상사한테 물어봤는데 '원래 판매하면 안 되는 건데 어쩔 수 없다'고 답변을 받았고…]

죄책감이 컸다고 전했습니다.

[A씨/사회복지사 : 기초생활수급비로 한 달을 사시는데, 그것도 빠듯하실 텐데 무료로 받아가실 수 있는 물건들을 2만원, 3만원 주고 사가시는 게 마음이…]

꼬깃꼬깃 접힌 지폐 몇 장을 든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A씨/사회복지사 : 생계를 돕고자 기부 받은 물건들을 나눠드리는 건데 오히려 생계 급여 받은 돈을 다시 저희가 걷어오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 복지기관에 기부해온 시민들은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말 몰랐어요. 올해는 지금부터 준비해서 연말에 꼭 드리자고… (다 무상으로?) 당연하죠. 그럼요.]

[아이들도 (음식) 가져와서 드리고.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인 거죠. 아이들 앞에서.]

그런데 A씨가 고발한 지 한 달쯤 뒤 이 복지기관은 A씨에게 '감봉 1개월'에 '보직 변경'이라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권익위에서 '공익신고자'로 인정됐지만, 정작 업계에선 '배신자'로 낙인찍혔습니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이 복지기관에서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복지기관은 "전 법인에서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징계 사유는 잘 알지 못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지연 /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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