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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먹으면 1인당 77만원?" 야당 의원도 놀란 스가 아들의 접대 명부

입력 2021-02-24 18:28 수정 2021-02-2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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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일본 총리 관저에 최근 대형 스캔들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위성방송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큰 아들 세이고가 방송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총무성 간부들에게 오랜 기간 접대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4일 주간지 '슈칸분슌'을 통해 처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 때만 하더라도 접대를 받은 총무성 간부는 총 4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총무성 자체 조사 결과, 2016년 이후 접대를 받은 간부는 총 12명으로 늘어났고 회식을 한 횟수도 38번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지난 4일 발간된 주간지 슈칸분슌은 스가 총리 아들 세이고가 총무성 간부들을 접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속 긴 머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스가 총리의 아들 세이고. 〈사진=슈칸분슌 촬영〉지난 4일 발간된 주간지 슈칸분슌은 스가 총리 아들 세이고가 총무성 간부들을 접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속 긴 머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스가 총리의 아들 세이고. 〈사진=슈칸분슌 촬영〉

세이고가 일하는 도호쿠신샤(東北新社)는 바둑과 장기 채널 등을 갖고 있는 위성방송 회사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넷플릭스'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업계는 위축됐지만, 도호쿠신샤는 '4K' 고화질 방송 사업 분야를 리드하는 등 이른바 잘 나가는 회사였습니다. 특히 자회사인 '스타 채널'의 사업권 갱신 직전 접대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 등은 특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불거지는 대목입니다. 총무성 간부들은 하나같이 "회식은 했지만 당시 이해관계자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일본 춘추관장' 내각공보관도 2년 전 75만원짜리 접대

이번에 밝혀진 12명 외에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야마다 마키코(山田?貴子) 내각공보관입니다. 내각 공보관은 총리관저의 공보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 홍보의 얼굴'로 불리는 자리입니다. 청와대 춘추관장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야마다는 스가 내각 출범 당시 여성 발탁 인사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가 총리의 기자회견 때, 회견을 진행하고 기자들이 질문순서를 지정하기 때문에 특파원들에게도 목소리가 익숙합니다.

그런 야마다 공보관이 2019년 총무성 총무심의관 시절 스가 총리의 아들 세이고의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가 받은 접대 비용이 7만4000엔, 약 77만원이나 된다는 겁니다. 한 번의 회식에 1인당 비용이니, 입이 쩍 벌어질 정도입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스가 총리를 향해 이렇게 추궁합니다.

[혼다 히라나오/입헌민주당 의원]
"한 번에 7만4천엔인 접대를 받았는데요. 죄송하지만 대체 뭘 먹으면 이런 금액이 나오는 겁니까. 추리를 해보면 비싼 와인을 마신 것 아닌가 싶은데요. 좀 알아봐주시겠습니까"

 
지난 22일 입헌민주당 혼다 히라나오 의원이 국회에서 스가 총리에게 ″단가 7만4천엔의 접대를 받았는데, 무엇을 먹으면 이런 금액이 되는가″라고 묻고 있다. 〈사진=TV아사히 캡쳐〉지난 22일 입헌민주당 혼다 히라나오 의원이 국회에서 스가 총리에게 ″단가 7만4천엔의 접대를 받았는데, 무엇을 먹으면 이런 금액이 되는가″라고 묻고 있다. 〈사진=TV아사히 캡쳐〉

문제가 커지자 24일 야마다 공보관은 회식 때 먹은 건 와규(和牛) 스테이크와 해산물 요리였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을 했을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가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찾았던 고급 스테이크 집이 있습니다. 24일 현재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최상급 스테이크와 전복 철판구이가 함께 나오는 메뉴가 최고 2만9700엔입니다. 야마다 공보관은 이보다 2배는 더 비싼 걸 먹은 셈입니다.

#스가 아들이 사실상 총무성 로비 창구…'아빠 찬스' 통했나


대체 왜 일본 최고 권력자인 총리의 아들은 접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접대를 하고 있는가. 이 같은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이 사건의 발단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6년 총무성 장관에 취임한 스가 총리는 장남 세이고를 장관비서관으로 발탁합니다. 밴드활동 등을 하며 이렇다 할 직업이 없었던 20대 후반의 세이고에게 일을 맡긴 겁니다. 이번에 접대 명부에 이름이 오른 간부들은 이 때 세이고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총무성은 스가 총리의 영향력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정부 부처이고, 도호쿠신샤는 스가 총리의 고향인 아키타현 출신의 창업자가 설립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스가 총리와 출신지인 아키타, 총무성과 아들의 커넥션이 이중 삼중으로 얽혀있는 겁니다.

세이고는 2008년 도호쿠 신샤에 입사했고 미디어사업부 총괄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실상 총무성과의 로비 창구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아빠 찬스'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9월 스가 총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야마다 마키코 내각공보관. 〈사진=TV아사히 캡쳐〉지난 9월 스가 총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야마다 마키코 내각공보관. 〈사진=TV아사히 캡쳐〉

#총리 관저로 불똥 튄 '아들의 접대 스캔들'...스가 정권에 타격


총무성 간부의 비리로 시작됐던 이 문제는 이제 총리관저의 문제로 불똥이 튄 상황입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일본공산당 서기국장은 "자신의 장남을 비서관으로 썼고, 아들이 소속된 기업의 접대를 받고 있으니, 스가 총리의 관여가 대단히 깊고 책임이 대단히 무겁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스가 정권을 겨냥했습니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야마다 공보관을 징계처분은 하지 않고 급여의 60%를 자진 반납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을 태세입니다. 접대를 받은 공무원 11명(과장급 1명은 훈계)에 대해서도 공무원 윤리법 위반으로 감봉 1~3개월 등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습니다.

스가 정권의 내각 지지율은 출범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겨우 회복세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접대 스캔들'은 스가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입니다. 일본 국민들이 스캔들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할 지 다음 달에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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