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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노점 갈등에 도로 한복판 '울타리'…"버스도 못 타"

입력 2021-07-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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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주상복합건물 앞에 있는 인도에 80m 정도 되는 울타리가 세워져 있습니다. 건물 측과 노점, 구청이 서로 오랫동안 갈등하면서 생겨난 건데요. 시민들은 울타리 때문에 길을 돌아가야 한다며 불편하다고 말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풀 방법은 없을지 밀착카메라가 알아봤습니다.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방금 이곳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왔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가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이렇게 빙 돌아와야 합니다.

도로 한 가운데 세워진 80m 정도 이어지는 철제 울타리 때문입니다.

버스에서 내린 한 시민, 한참 걸어서야 마트에 도착합니다.

[박정자/서울 방이동 : 이쪽으로 올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저길 빙 돌아서 한참 왔어요. 너무 멀잖아요.]

[저 버스가 여기 종점인데 그냥 가버리잖아. 버스 타게끔만 해주고 그래야지 시민들이 불편하잖아. 뭐 하는 짓거리들이야.]

급한 마음에 울타리를 넘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울타리 넘은 게) 두 번째예요. 짐이 무거워서 그런 거죠. 공공성도 갖춰야죠. 사람이 먼저잖아요.]

이 울타리를 건물 관계자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건물관리위원회장 : 우리 경계에서 우리 땅 찾으려고 한 거지. 왜냐면 그걸 안 치면 구청에서 가판대 딱 갖다 놓으면 그거 밀지도 못하잖아, 우리 힘으로는. 나라 땅에다가는 가판대를 깔든 포장하든 너희 마음대로 해라. 우리 땅은 건들지 마라.]

울타리를 설치한 건 자신들의 땅을 구청이 충분한 협의 없이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란 겁니다.

울타리가 설치되기 전을 추적해봤습니다.

울타리가 생긴 건 지난해 12월, 원래 그 자리엔 노점들이 있었습니다.

건물 앞 노점들은 20년 정도 운영됐습니다.

반은 건물 사유지에, 반은 구청 땅을 이용했습니다.

[건물관리위원회장 : 우리는 이제 24년 만에 찾은 땅이거든 그게. 10원도 안 받고 (빌려준 땅.)]

서울시가 추진한 '거리가게 허가제'에 따라 구청이 지난해 7월부터 노점들 정리에 나섰습니다.

구청이 일정한 비용을 받고, 합법적으로 운영하도록 관리하는 겁니다.

점포를 사고파는 부작용을 줄일 조건도 걸었습니다.

그런데 구청이 거리가게를 설치하기 직전, 주상복합건물 측이 울타리를 세웠습니다.

협의가 다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청이 거리가게를 먼저 설치하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건물관리위원회장 : (노점 쪽 도로) 청소 우리가 다 하고 이렇게 해왔는데. 우리가 겨우 내 땅 찾았는데 거기다 또 (거리가게를 설치하는 건) 안 되지 그건. ]

구청은 건물 측이 입장을 갑자기 바꿨다고 주장합니다.

[문관영/서울 동대문구청 건설관리과 : 애초에는 이분들이 허가제 추진을 찬성하셨어요. 노점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보신 부분이 있지만, 단 한 개도 안 된다고 얘기하시는 건…]

건물 측도 억울하단 입장입니다.

[건물관리위원회장 : 우리도 돈 들여서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겠어요? 아니 구청에서 한번 (거리가게 매대) 놓으면 (치우지) 못하잖아. 그래서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했고. 거기 가판대 까는 건, 전혀 우리는 (건물 소유주) 650명의 동의도 안 받았고 할 수가 없어.]

제 옆에 있는 가게들이 바로 기존 노점 중에서 새롭게 허가를 받고 운영하기로 한 곳들입니다.

안이 텅 비었고 영업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운영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한미옥/기존 노점 상인 : 남들한테 손가락질받지 않고 '노점상이 더럽다' 이런 소리 싫은 거예요. 그래서 (거리가게 신청을) 하게 된 거예요. 밥숟갈이라도 먹고 (대출) 이자라도 갚을 수 있게끔 장사를 시작하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1년이 다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

그 사이 노점을 하려는 상인들과, 시민들의 불편이 커졌습니다.

불편하단 시민들의 반응과 JTBC의 취재가 이어지자 건물 측이 한 발 물러섰습니다.

[건물관리위원회장 : 우리가 가운데 두 개를 트려고 해요. 사람들이 (상가 땅으로) 다니면 다니는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 할 거 아냐.]

(VJ : 박선권 / 영상디자인 : 이창환 / 인턴기자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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