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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느닷없이 '백신 지원' 문제삼은 북한…협상 가이드 라인 제시?

입력 2021-07-12 17:48 수정 2021-07-1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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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느닷없이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문제삼았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홈페이지에 강현철 국제경제·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명의로 낸 글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많은 나라는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많은 기대를 걸다가 쓰디쓴 맛을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미국의 '인도주의 지원'이란 다른 나라들을 정치ㆍ경제적으로 예속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외우곤 하는 '인권 문제'도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을 실현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내정간섭을 받은 나라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캄보디아 등의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이 11일 홈페이지에 올린 '인도주의 지원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제목의 논평.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북한 외무성이 11일 홈페이지에 올린 '인도주의 지원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제목의 논평.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

논평에 미뤄보면, 북한은 미국의 백신 지원은 거부할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은 아직 북한에 백신을 주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고, 그 가능성만 거론됐을 뿐입니다.

북한 역시 최근 “백신은 만능의 해결책이 아니다”며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를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굳이 지금 시점에, '백신 지원 거부'를 시사하는 논평까지 냈을까요?
평양 락랑구역 충성초급중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학생들에게 방역 규정을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16일 전했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복도에 늘어서 체온을 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평양 락랑구역 충성초급중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학생들에게 방역 규정을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16일 전했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복도에 늘어서 체온을 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순수성 없는 지원' 프레임…'백신 협상' 선 긋기

일단, 백신을 미끼로 한 협상 전략엔 말려들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북한은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비핵화나 제재 문제 등을 놓고 북미 간 힘겨루기 양상이 전개될 상황임을 감안할 때, 미국이 백신 지원을 조건으로 내걸고 협상을 시작하려할 가능성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백신을 협상 마중물로 삼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선을 그었다”며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순수성 없는 지원은 안 받겠다고 명분을 앞세운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도 '가이드 라인' 수준?…지원 여지 남겼다

다만 북한이 백신 지원에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논평이 당국이나 비중 있는 고위급 명의가 아닌, 연구사 개인 명의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때 그렇습니다.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동시에 '순수하게 인도적 차원의 백신 지원을 제안하면 고려해보겠다'는 의향을 미국에 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수위를 조절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드러냈다는 겁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개인 필명으로 최소한 대응만 한 건 당장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 시각에서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았다는 의미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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