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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24시] 솜방망이 처벌 '켈리' 징역 4년…'인과응보'

입력 2021-02-17 18:30 수정 2021-02-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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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영상 공유하는 남성 삽화 (사진=JTBC〈사건반장〉갈무리)성착취물 영상 공유하는 남성 삽화 (사진=JTBC〈사건반장〉갈무리)

33살 신 모 씨는 텔레그램에서 '켈리'라는 대화명을 썼습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2019년 8월 사이 경기도 오산시 자택 컴퓨터에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 1천여 개를 1저장해 소지하고, 이 중 2천590개를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판매했습니다. 법원은 2019년 11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신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때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만들고, 거래하고,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점차 주목받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n번방'을 만든 대화명 '갓갓' 문형욱의 존재가 알려지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텔레그램 성 착취 범죄가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이 와중에 신 씨가 죄의 크기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갓갓' 문형욱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신 씨가 2012년 아동·청소년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은 전력마저 드러났습니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를 향한 눈총은 더욱 따가워졌습니다.
 
″무능 검찰·솜방망이 처벌 사법부 반성하라″ (사진=연합뉴스)″무능 검찰·솜방망이 처벌 사법부 반성하라″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재판 과정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항소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기소 당시에는 'n번방'과의 관련성을 입증할 자료가 없었고, 다른 음란물 유포자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게 검찰의 해명이었습니다. 오히려 항소를 한 건 신 씨였습니다. '형이 무겁다'는 이유였습니다. 검찰은 부랴부랴 보강수사를 거쳐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신 씨가 돌연 항소를 취하했습니다. 그렇게 징역 1년형이 확정됐고, 재판은 끝났습니다.

그랬던 신 씨가 어제(16일) 다시 법정에 섰습니다. 게다가 다시 1심 선고였습니다. 그 배경에는 한 경찰관의 집념 어린 수사가 있었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신 씨가 체포되기 전인 2019년 7월, 신 씨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사용자인 척 접속해 대화 내용과 게시된 음란물 등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대화방에서 신 씨가 '9번방', '10번방'을 만들었다며 올린 글도 포착합니다. 이게 '갓갓' 문형욱이 만든 'n번방'과 연관된 건지 확인하기 위해, 이전 사건 수사 때 압수돼 있던 신 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다시 압수수색 했습니다. 분석 과정에서 이전에 몰랐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신 씨 측은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확정 판결을 받아 이미 끝난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신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앞선 사건은 영리를 목적으로 음란물을 '판매'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추가로 기소된 혐의는 '배포'가 목적인 '별개의 범죄'로 본 겁니다. 검사가 과거 항소하지 않았던 직무상 과실 때문에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서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신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와 7년간 신상정보 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 명령도 내렸습니다. 2019년 7~8월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음란물을 배포하고, 2013년 8월부터 2017년 6월 사이 4차례에 걸쳐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유죄로 봤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사진=JTBC)춘천지방법원 (사진=JTBC)

재판부는 피해 여성들의 인격이 말살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피해 여성은 얼굴이 명확하게 드러나, 주위 사람들이 보면 누군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신 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진지한 반성이 없었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알려진 것처럼 '갓갓' 문형욱이나 'n번방'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재판장이 실제 수사 결과 관련성이 있다는 증거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자, 침묵을 지키던 신 씨가 짧게 '네'라고 답했습니다.
 
″불법촬영은 범죄입니다″ 엄벌 촉구 (사진=JTBC)″불법촬영은 범죄입니다″ 엄벌 촉구 (사진=JTBC)

지금이라도 보다 엄한 처벌이 내려진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앞선 1심에서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을 때, 피해자들이 느꼈을 상실감과 허탈함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검찰 수사가 조금 더 꼼꼼했다면, 과거 성범죄 전력을 고려했다면, 그리고 항소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검찰과 신 씨 측 모두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적어도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서는 아쉬움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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