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공존' 위해 포획틀 든 캣맘…"덕분에 중성화↑"ㅣ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1-04-10 19:49 수정 2021-04-12 11:0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픈마이크, '길 위의 이웃' 길고양이 연속 기획 마지막 시간입니다. 기획을 마무리 짓기 전에, 첫 순서로 보도해드렸던 학대 당한 걸로 보이는 고양이 코점이 소식부터 좀 전해드리겠습니다. 코점이는 한 달간 치료 받은 끝에, 다행히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코점이처럼 누가 일부러 해치지 않더라도, 길고양이는 평균 3년을 못 넘기고 죽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런 고양이들이 불쌍해 돌보려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간 갈등도 끊이질 않죠. 우리 주위에 남은 몇 안 되는 동물인데, 더불어 잘 살 수는 없는 건지, 마지막 순서로는 이런 고민 끝에 한손엔 밥그릇을, 한 손엔 포획틀을 든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길고양이를 돌보다 맞기도 하고, 밥주다 걸리면 공기총으로 쏘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합니다.

'중식 대가'로 유명한 이연복 쉐프도 새끼 고양이가 눈에 밟혀 돌보기 시작했다가, 20년 넘게 별별 일을 다 겪었습니다.

[이연복/셰프 : 고양이 밥을 주다 보면 눈치도 보여요. 뭐라고 그러는 사람도 많고, (과거에는) 우리가 밥 주는 고양이를 죽여가지고 계란판 그거를 덮어놓은 적이 있어서…]

캣맘-캣대디들이 가장 많이 듣는 항의는 '밥을 줘서 고양이 수가 늘어났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누구보다도 '중성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연복/셰프 : 그게 오해이신 게 진짜, 캣맘들은 중성화 수술을 안 한 고양이들을 보면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을 시켜줍니다, 진짜. 저희도 잡아서 TNR을 꼭 시키거든요. 그래서 개체수가 줄면 줄었지, 그냥 방치한다면 더 많이 늘어나요.]

은퇴 후 동네 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한 이 캣맘도 한 손엔 밥그릇, 다른 한 손엔 포획틀을 들고 '중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서초구 TNR 자원봉사자 : 워낙 애들이 먹을 게 적기 때문에 이런 음식 냄새가 나면 먹기 위해서 들어가는 거죠.]

동네 고양이들을 속속 꿰고 있다 보니, 어디에 포획틀을 설치해야 하는지 전문 업자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서초구 TNR 자원봉사자 : (잡혔나요?) 아, 네. 잡혀 있네요. 노랭이 잡혀 있는데.]

그런데 왼쪽 귀가 살짝 잘려져 있습니다.

중성화했다는 표식입니다.

[서초구 TNR 자원봉사자 : TNR(중성화) 되어 있는 애예요. 이 애는 다시 자기 밥자리로 돌아가게 풀어줘야 돼요.  아가야. 너 살던 데로 가서 잘 살아.]

중성화가 안 된 고양이들만 동물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하고, 수술이 끝나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돌봐줍니다.

여기 있는 고양이 모두,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상태입니다.

이렇게 중성화를 하면 고양이 수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고, 번식철 울음소리도 사라지게 됩니다.

[한영민/수의사 : 발정(울음소리)에 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잖아요. 지금 확실히 많이 좀 나아졌죠. 민원도 많이 좀 줄어들고요.]

[김네모/서초구 TNR 자원봉사자ㅣ외신 기자 : 중성화가 고양이의 삶의 질에도 중요한 문제고 중성화가 안 되는 경우, 계속 새끼 배고 출산하고 새끼들 다 죽고 본인도 몸 상하고 그거의 연속이고.]

고양이와 사람의 '진정한 공존'을 위해 뛰는 캣맘, 캣대디들과 발을 맞추는 지자체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는 벌써 7년째 이들과 손잡고 중성화 사업을 하고 있는데, 전문 포획 업자에게 돈을 주고 맡겼을 때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양수진/서초구청 주무관 : 거기(포획 업자)에 지출되는 비용이 절감이 되면서, 더 많은 고양이를 중성화할 수가 있거든요. 1만 마리 정도 서초구에 있는 것으로 조사가 됐었는데, 최근에 5천~6천 마리 정도로 개체수가 줄어든 걸로…]

동네 고양이도 '우리 주민'이라며, 지자체가 직접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관리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개인이 설치한 급식소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주민들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고, 고양이들도 보다 안전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바다 건너 제주까지, 전국 어디서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고양이들.

싫을 수는 있지만 우리와 더불어 사는 생명인 건 분명하니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호소합니다.

[이연복/셰프 : 길고양이 팔자 한번 생각해보면… 걔네들이 길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어요.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학대도 받고 쫓겨나기도 하고 얼마나 불쌍해요, 인생이. 구청에다 얘기하면 와서 TNR(중성화)도 시켜주거든요. 미워만 하지 말고, 그 대책이 뭔지 그걸 한번 생각해주시면…]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연출 : 홍재인)

관련기사

"당신들이 찾는 고양이 죽다" 계속된 쪽지…급증하는 '잔혹 학대'|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주인 없는 고양이는 해쳐도 되나요?ㅣ한민용의 오픈마이크
광고

JTBC 핫클릭